[eBook] 찌질한 위인전 - 위인전에 속은 어른들을 위한
함현식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찌질하다'는 단어에는 많은 것이 함의되어 있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무엇을 '찌질하다' 여기는지는 각자 다를 것이다. 책은 '찌질한'이라는 수식어에 어떻게든 넣어서 설명하려 했지만 그들 대부분이 내가 생각하는 찌질한 범주에 들어가진 않는다. 몇은 찌질한 것을 넘어 치료가 필요한 환자일 뿐이고, 몇은 자신의 찌질함을 알고 처절하게 직면해나가려 했기에 오히려 더 위대하고, 몇은 맞긴 하다. 그들은 확실히 찌질했다.


 상식적으로 세상에 찌질한 면 하나 없는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지만 어린시절 읽었던 위인전으로는 전혀 알 수 없었기에 읽으면서 나의 유년시절을 사기당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위인이라 불리는 자들의 업적만을 열거한 위인전들은 사기다. 커서 생각해보면 확실히 해로운 책이다. 한쪽 면만 보여주기에.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고 간단하지 않고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만 보여주고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책들은 분명히 해롭다. 


 이 책 또한 위인의 찌질한 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한 쪽 면만 보여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맥락을 살펴봐준다. 물론 인물간의 편차는 좀 있지만 대체적으로 그 훌륭한 사람이 왜 그런 언행을 했는지 상황을 살펴봐주고 가급적 이해해보려고 노력한다. 인물의 평전속에서 문구를 찾아오기도 하고, 시대상황을 설명해 주기도 하기에 굳이 평전을 읽지 않아도 대신 읽어서 정리해준 저자 덕분에 평전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물론 위인마다 편차는 좀 있다. 어떤 위인은 신랄하게 까고, 어떤 위인은 별로 할 말이 없는데 길게 늘인 것 같기도 하다. 그건 나의 배경지식에 따른 차이일지도 모르겠다. 김수영, 고흐, 이중섭, 리처드 파인만, 허균, 괴벨스, 간디, 헤밍웨이, 넬슨 만델라, 스티브 잡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중에서 모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러나 안다고 할 수 있는 이도 없었다. 고작 그들의 저작 혹은 관련책 한 두권을 읽어봤거나, 위인전에서 만났거나, 그의 그림을 봤거나 노래를 들었거나 하는 정도였다. 그나마 책으로 만난 이는 이미 아는 것 반 모르는 것 반이었지만 작품으로 만나 삶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잘 몰랐던 이들은 읽으면서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김수영은 오히려 읽으면서 더 대단하다고 느꼈고('김일성 만세' 얘기가 매우 인상깊었다), 넬슨 만델라 또한 여전히 위인이라고 생각한다(그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하기에 더욱더). 고흐와 이중섭은 그저 불쌍하고 또 불쌍했고, 파인만은 가장 안 찌질한, 그래서 쓸 거리가 없는데 억지로 썼다고 느꼈다(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매우 양호하기에). 허균의 파멸은 안타깝고(그토록 천재라면서 왜 다른 방식을 생각하지 못했는지), 괴벨스는 비뚤어지는 과정이 신기했다(위인이 될 만한 능력이 노선을 어떻게 잘못타는지를 알 수있다). 간디는 읽으면서 가장 배신감 느꼈다(그의 모순적인 한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기에).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찌질함에 가장 부합하는 인물은 헤밍웨이와 스티브 잡스. 책임전가하는 사람은 개인적으로 전혀 가까이 지내고 싶지 않은 캐릭터다. 그리고 외전의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은 찌질하지 않지만 왠지 찌질함(루저)을 대표하는 가수였고, 위인도 아니었지만 어쩐지 가고나서 위인이 된 듯한 '찌질한 위인'의 모습으로 살다간 그이므로 책에 실릴 만 하다.


 읽으면서 어떤 것을 맹신하거나 혹은 어떤 사람을 우상화해 나의 삶의 목표로 삼는 것도 좋지 않겠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모든 것엔 양면이 있다. 항상 좋을 수도, 항상 나쁠 수도 없다. 그러나 한 쪽면만 보여주면 보는 사람은 오해하게 된다. 아 역시 훌륭한 사람은 뭔가 다르구나. 다르긴 다르다. 하지만 어떤 부분에선 너무나도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뤄낸 성취가 있는 반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극복하지 못한 것들이 있다. 그런 걸 알아야 한다. 하나가 훌륭하다고 전부가 훌륭한 것은 아니므로. 



+)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좋겠다. 
좀 덜 유명하더라도 사람들이 대표적으로 잘못 알고 있는 위인들 참 많을텐데.


++) 김수영 평전이 읽고 싶어졌다. 그는 알면 알수록 참 대단한 인물이었던 듯.


+++) 위인의 업적만이 아닌 다른 면을 알고 싶은데 각각 평전을 읽을 시간이 없다면 이 책을 읽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