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 2
요시다 슈이치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번주로 접어들면서 목격자 제보가 뚝 끊겼다. 

- 첫 문장


☞ 본격적인 재미는 2권 부터다. 인물도 헷갈리지 않으며 세 곳의 상황파악도 다 됐으니 남은 것은 파국으로 치닫는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 뿐.


 1권을 읽으면서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갔다. 나는 각기 세 곳의 의심스러운 세 사람을 보면서 실은 장소만 다른 것이 아니라 시간도 다른 것이며 결국은 그 세 사람이 동일인물이 되지 않을까 짐작했었다. 형사가 쫓고 있는 이야기가 현재 시간이고, 셋 중 하나가 이와 만날 것이고 나머지 둘은 과거와 더 과거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하고.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더불어 1권을 읽으면서는 이해 가지 않았던 표지의 믿음 어쩌고 하는 문구가 절절히 이해가기 시작했다. 제목인 '분노怒'와는 다르게 사실은 '믿음信'에 관한 소설이었던 것이다. 서로 철썩같이 믿는다는 것은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과거를 모르더라도 자신이 본 상대의 모습만을 믿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가. 내가 상대를 다 알지 못하더라도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책은 그걸 보여준다.




(※스포) 


 세 이야기는 처음의 살인사건과 연관된 듯 흘러가지만 사실은 아니다. 결론적으로 셋 중 하나만이 형사가 쫓고 있던 용의자였고 나머지 둘은 전혀 무관한 사람이다. 그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별개였다. 같은 티비방송을 보고 각자 가까운 이를 의심하고 고민했지만 사실 그들은 전혀 연관성이 없었다. 그리고 의심의 결과는 참혹했다. 100 아니면 0이 되는 도박에서 그들은 다 실패했다. 


 믿지 못한 자는 그 때문에 소중한 걸 잃었고, 믿은 자는 믿었기 때문에 참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각각 믿어야 할 사람을 믿지 못했고, 믿지 말아야 할 사람을 믿었다. 의심하지 않아도 될 자를 의심했고, 의심해야 하는 자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건 결과를 알고 봤을 때의 이야기이고 내가 만약 그 상황이라면 의심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혹은 의심 할 수 있었을까.


 그렇기에 소설이 하고자 하는 얘기는 처음의 살인사건에 대한 것이 아니다. 그토록 알고자 했던 '왜 죽였는가'의 의문은 끝까지 알려주지 않고 끝난다. 소설 자체도 살인사건과 연관된 듯 하나 실상은 무관했던 것이다. 사건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파생된 의심을 보여준다. 사건을 몰랐더라면 차라리 행복했을.



 아빠 유헤이는 딸 아이코에게 치명적인 과거가 있기에 알고도 좋아해주는 다시로에게도 그 정도의 치명적인 과거가 있어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단순히 빚이 많은 것 정도로는 아직 딸 쪽의 무게추가 무거우니까. 그렇게 그는 아빠인 자신조차 딸의 행복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딸의 행복을 잃게 만들었다.


 유마 역시 자신의 어머니에게까지 잘하는 나오토의 행동이 좋으면서도 미심쩍었다. 낮에는 도통 무얼 하고 다니는 지 몰랐고 만난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믿음이 깊지 않았던 것이다(동성애자 커플이라는 불안이 더욱더 의심에 불을 지폈을 것이다. 서로에 대해 완전히 알고 있지 않으면 성립할 수 없는 관계이기에). 그렇기에 그의 말도 온전히 믿지 못해 (사실 나오토는 가장 진실된 사람이었음에도) 좀도둑과도 쉽게 연결지었고 살인 용의자와도 연결지었다. 결국엔 그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고, 그 댓가는 가장 뼈저린 결과로 돌아왔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 형태로. 


 믿지 않아야 할 사람인 다나카를 믿은 고등학생 이즈미, 다쓰야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본 그의 모습을 순수하게 믿었다. 그건 그들이 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더욱이 그들의 관계는 친구정도의 관계였기에 더 의심할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닐까. 미심쩍은 게 있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다른 이야기의 관계와는 조금 다르다. 다른 인물들은 애인 혹은 딸의 애인이 되는, 가족이 되기 전 단계였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 관계의 깊이가 얕았다는 것은 아니다. 다쓰야는 다나카를 '믿었기 때문에 용서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들은 목숨과도 같은 깊이로 그를 믿었던 것이다.


 형사 쪽의 이야기에도 수상한 여자가 나온다. 그리고 형사는 믿었다. 충분히 찾아볼 수 있는 과거이지만 그녀를 사랑하기에 그 자신의 의지로 절대 찾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안정적인 듯 보이는 관계는 영원할 수 없다. 뭔가를 빼놓고 믿는 다는 것은 사실 그 자체를 믿지 않는다는 얘기와도 같기에. 형사는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기에 관계를 진전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여자쪽에서 형사를 믿지 못했다. 찾아보지 않겠다 혹은 찾아보고 다 알고 있다하더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그녀는 믿지 못했다. 




  결국 타인을 믿고 안믿고는 서로의 저울이 비등하냐 아니냐의 문제일지 모른다. 그러려면 모든 것을 알고 재봐야 하는데 과거를 숨기는 사람과는 무게를 잴 수 조차 없는 상황에서 그래도 재봐야만 한다면 과거의 그사람에 가중치를 두느냐 내가 본 지금의 그사람에 가중치를 두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나라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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