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1일 <체코-프라하>
왜 평소에 잘 하지 않았던 '기대'라는 것을 했던 것일까?
여행 5일째, 거의 모든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불편함도, 멋진 건축물도, 괜시레 친구에게 내는 투정과 짜증도...... 멋지고, 한적하거나 복잡한 거리는 나의 오감에 부딪치나 스며들지 못하고 겉도는 느낌이다.
지친 몸을 왠지 모를 의무감에 끌고 나가긴 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극찬을 하던 건축물들도, 낭만도, 시인 최영미가 느낀 '우울'도 그 어떤 것도 느끼지 못했다. 다만 관광객들의 그 활기찬 모습, 덩달아 따라오는 복잡함과 더러움을 느꼈을 뿐이다.
여행객들로부터 극찬과 최악의 평가가 동시에 나오는 도시 프라하. 극찬은 멋진 건물들과 싼 물가에서, 최악의 평가는 잔인하도록 서러웠던 현대사에서 나온다.
강대국 사이에 끼어 가난했던 지난 세월을 우리는 기차역의 오줌냄새에서 느낄 수 있었다. 독일의 청결함에 그새 익숙해져있었던 우리에게 낯선풍경으로 다가왔다. 코인락커는 도난 사고가 빈번하기 때문에 여행 전부터 사용하지 말라는 말을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던 터였다. 구걸하는 사람들의 행색마저 독일의 걸인과 차이가 났다.
그렇다. 나의 눈은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과거가 남긴 화려한 유적을 읽는 재주는 별로 신통치 않지만, 그 곳에서 그 아래 살고 있는 사람들을 통하여 프라하를 읽었다. 지나가다 슬쩍 본 화려한 차림의 중학생처럼 풋풋하지만 어딘가 불안하고 위험스러워 보이는...... 아~~ 지금의 나를 프라하에 투영해서 보는 것일까....
이렇게 우울한 글을 올리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나날들
맥주 먹고...
또 먹고
와인도 먹고...
이 게으름뱅이가 걸음좀 걸었다고 피곤했는지 한두잔에 술기운을 느끼기도 했지만 줄기차게 먹어댔지...
이 외에도 아이스크림, 피자가 맛있었던 여행....
결국 하루만 따로 다녀보자는 나의 제안을 이해하고 배려해준 친구. 너무 고마웠다.
또!! 내 심통도 받아주고, 내 작은 행동 하나하나↓ 나도 모르는새 찍어주었다. 사진을 뽑고보니 새삼 고맙더군.....
위 장문의 글을 쓴 장소인 체코.... 그곳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