多時 始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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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같은 자리에 구부정하고 앉아 일을 하고있노라면 버벅거리고 있는 컴퓨터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곤 한다.
그 때 휩싸이는 갈등은 Windows를 재부팅할까? 그냥 커피한잔 마시며 기다려 볼까?
시간으로 따지자면 촌철같은 짧은 순간동안 내 머리속은 마치 술이 떡이 되어 길거리를 걷는
아저씨처럼 사소한 갈등에 빠져있게 된다.
항상, 결론은 다시 "시작"하곤 하지만...
하나.
시작한다는 것은 항상 사람을 갈등에 휩싸이게 만드는 것 같다.
게다가, 그것이 출퇴근이나 수면과 기상같은 일상적인 시작과 종료의 행위가 아니라면 더구나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시작을 하기 전의 시간들이 그런것이다.
어떤 시작은 물론 내 의지와 상관도 없으며 급박하게 이뤄지면서 갈등의 소지를
아예 만들지 않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어쨌건, "시작"이란 단어가 주는 의미는 내게 있어서 작거나 크거나 뇌속의 갈등을 의미한다.
둘.
되돌아 보건데 많은 갈등을 수반한 끝에 결정된 "시작"은 그것이 다짐이건, 행위이건
결론적으로 그렇게 많은 갈등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고 생각하곤 한다.
살아가면서, 내가 결정했던 새로운 "시작"은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더라 해도
그 결과가 내 인생에 큰 문제를 일으킬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일까?
만일, 내가 생활고에 휩싸여 다음주 월요일부터 점심시간을 이용해 빈집털이를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던지, 잠시 후부터 아주 싫어하는 상사의 양쪽 뺨을 하루에 한번씩 후려갈기기
시작하겠다고 결심을 했다던지... 이런 류가 아니라면.
사실, 이 두가지도 인생을 뒤흔들만한 문제는 아닐지도...
어쨌건, 이렇게 항상 내게 있어서 "시작"은 항상 갈등끝에 이뤄졌지만 시작이라는 인간이
계산할 수 없는 찰나가 지나고 나면 이미 너무 많은 지나간 불필요한 갈등의 시간을
던져 버리게 되고 다시 "시작" 이후의 새로운 국면에 몸을 맡기면 되기에.
셋.
시작, 떨림, 그리고 흥분
서른을 넘겨 살면서 내가 고심끝에 결정한 시작들 몇가지...
진학.
작은 사업.
취직.
...
무던히도 뭔가를 시작해야한다는 중압감에 싸여있으면서, 그리고 하루에도 몇번씩
많은 사소한 시작들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왜 나의 기억 속에는 중대한 시작이
떠오르지 않는 것인지.
참 무미건조했나 보다. 내 서른여섯해...
넷.
갑자기 머리속이 텅 빈 느낌.
이렇게 글을 시작해도 되는 것인지...
아무래도, 다음 주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