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경영에 답하다 - 서재에서 만나는 최고경영자 과정
이훈범 지음 / 살림Biz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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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이 "총리 후보자의 위장 전입은 털면 나오는 먼지에 불과할, 높은 자리에 오르다 보니 드러난 죄일뿐"이라고 중앙일보 칼럼에서 주장하시던 그 분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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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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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 전에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만화를 본 적이 있었다. 인터넷에서 본 것인데 우리에게 친숙한 귀여운 공룡 둘리와 그의 친구들이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를 정확히 묘사하고 있어서 그 작가의 이름은 잊었지만 매우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그 후, 몇년의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만난 최규석 작가의 새로운 만화, 100도씨. 안그래도 책 설명에 혹해서 살까 하던 차에 작가 소개를 보고 너무나도 반가워서 덥썩 질렀고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몇년만에 만난 그의 작품은 여전히 현실 그대로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따뜻한 시선과 희망을 포함하고 있으니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가.

이 100도씨는 87년 6월 민주 항쟁을 극화한 만화이다. 그렇다고 교조적이거나 하지도않다. 그 시절 평범한 집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얘기를 그저 담담한 톤으로 그리고 있다. 물론 그 배경은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에서부터 이한열 사망까지 피로 얼룩진 이야기가 깔려 있지만 말이다.

가장 슬펐던 장면은 주인공의 어머니가 가진 기억의 한토막이었다. 주인공의 어머니는 그저 아들이 데모할까봐, 그래서 빨갱이 소리를 들을까봐 노심초사 안절부절 못하는데, 알고보니 친정 엄마가 보도 연맹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끌려가 억울하게 총살당한 기억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수십년간 그 기억과 상처를 지녔을 어머니의 이 끔찍한 사연이 단 몇 컷에 담담하게 묘사되는데 한국 현대사의 모든 장면을 상징하는 듯해서 울컥한다. 만화 몇 컷 만으로도 찡한 감동을 표현할 수 있으니 예술가들의 능력이란 놀라운 것이다.

내 아들만을 생각하는 모성애에서 시대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지는 어머니의 변신 또한 담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그려저서 더더욱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러고보니 여전히 보라색으로 무장한 민가협 양심수 어머니들이 생각난다. 70에 가까운 민가협 할머니가 전여옥을 폭행해서 무려 전치 8주를 입힐 정도의 괴력을 가지셨으니 걱정안해도 되려나. 참고로 그분들은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지만.

또한 이 책에는 이런 장면도 나온다. 박종철 사후, 그제서야 TV보며 분노하는 사람들을 향해, 넥타이 매고 직장 다니는 선배들을 향해 후배들이 그럴 자격도 없다고 분노하자, 주인공의 형이 대답한다.

"학생들 보기엔 우리가 위선자나 변절자로 보이겠죠. 그래서, 변절자는 같이 울면 안돼요? 지금 싸우고 있는 사람들만 슬퍼하고 분노할 자격이 있는 건가요? 그렇게 해서 학생들이 얻는 게 도덕적 우월감 말고 뭐가 있어요? 같이 슬퍼하는 사람들까지 밀쳐내면서 뭘 어쩌겠다는 건지 모르겠네요."  

이 부분은 노무현의 죽음 이후 일부에서 벌어졌던 상황과 오버랩된다. 도덕적 우월감은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또다른 커다란 주제이므로 이쯤에서 접고...

여하튼 이 책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6월 항쟁도, 촛불집회도 결과적으로는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보여진다. 6월 항쟁으로 얻어진 대통령 직선제의 기회에서 대중은 노태우를 뽑았고, 촛불집회 후 바뀐거 하나없이 용산에서 사람이 죽어나가도 거리는 조용하다.

그러나 과연 무의미한 것이었을까. 그리고 이걸로 끝인걸까? 허무함에 빠진 주인공에게 옆방의 양심수는 이렇게 말해준다. 이 말이 이 책의 제목이자 주제이다.

'물은 100도씨가 되면 끓는다네. 그래서 온도계를 넣어보면 불을 얼마나 더 때야 할지, 언제쯤 끓을지 알 수가 있지. 하지만 사람의 온도는 잴 수가 없어. 지금 몇 도인지 얼마나 더 불을 때야 하는지. 하지만 사람도 100도씨가 되면 분명히 끓어. 나라고 왜 흔들리지 않았겠나. 그럴 때마다 지금이 99도다, 그렇게 믿어야지.'

이 시대는 끝이 아니라 진행 중이다. 아직 우리는 계속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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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멜로 이야기 마시멜로 이야기 1
호아킴 데 포사다 외 지음, 정지영 외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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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책 리뷰를 쓸까말까 매우 망설였습니다. 분명 좋은 소리가 나올 거 같지 않은데 굳이 써서 잘 나가는 책, 잘 팔리는 책에 대한 딴지거는 게 취미인 사람마냥 보이는 것도 싫었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스스로가 자기 계발 및 처세술 책에 대해 기본적인 적대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읽으면서 기분이 확 나빠지는 순간이 있었어요. 이 느낌은 한 때 잘나가는 베스트셀러였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첫 몇 챕터를 읽었을 때의 느낌과 매우 비슷했기 때문에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이 마시멜로 이야기에 대한 긍정적인 감상과 평은 많이 있으므로 참고하세요.

이 책이 저에게 가장 기분나빴던 것은 금전만능주의(물질만능주의?)에 입각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과장이라구요 ? 처음부터 성공한 사람으로 나오는 조나단은 자신의 운전기사 찰리(그는 대학도 졸업하지 않고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때우는 청년입니다)에게 각종 비유와 우화를 통해 성공으로 가는 길을 가르쳐줍니다. 그 길은 철저히 자본주의하에서의 명성과 부를 쌓는 길이에요.

책의 제일 첫 문장을 볼까요 ? 제가 볼 때에 이 책의 관점은 저 첫 문단에 모조리 압축되어 있다고 보여집니다.

" 명품 정장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조나단은 늘 자신감과 활기에 찬 신사다. (... 중략 ...) 빌딩 현관에서 대기하고 있는 세련된 리무진으로 다가서는 그의 눈에, 운전기사 찰리가 케첩을 잔뜩 바른 햄버거를 입안 가득 베문 모습이 얼핏 스쳤다. 조나단은 얼굴을 찌푸렸다. ...."

조나단은 단지 자신이 사장이라는 이유로, 찰리의 고용주라는 이유로 (더욱 냉소적으로 말하면 조나단은 찰리보다 돈이 많고 자타가 인정하는 성공한 사람이니까요) 그를 가르칩니다. 물론 조나단은 너그럽고 자애로운 신사이자 고용주입니다. 그는 자신의 운전기사 찰리가 안타깝게 느껴졌는지 하루벌어 하루사는 인생을 살지 않도록 그를 자극합니다. 조나단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귀중하고 그의 삶은 정말 본받을 만하니까요.

" ... 학업을 마치고 나자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손짓을 하는 회사들이 많았다네. 내가 선택한 회사에서는 자동차도 제공해주었지. 그리고 멋지고 세련된 여자들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지. 하하, 찰리 너무 낙심하지 말게나. 인생은 길고, 자네는 아직 패기만만한 젊은이 아닌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네. 중요한 건 그 기회를 이제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는 거네. ..."

저런 성공을 위해서라면!! 찰리는 어린아이처럼 이야기 한개마다 자신의 생활을 바꿔갑니다.

"... 리무진이 신호를 기다리느라 멈출 때마다 오가는 사람들이 힐끗힐끗 차 안을 곁눈질했다. 그들도 조나단의 성공을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듯 했다. 찰리는 빙긋 웃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 또한 그들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

마침내 찰리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화했고, 그의 변화에 감복한 조나단은 찰리의 4년치 대학등록금을 건네줍니다. 찰리는 "사장님, 정말 고맙습니다." 라고 감동하며 눈물을 흘리며 이 마시멜로 이야기는 막을 내립니다.

이런 부분이야 동화같은 이야기이니 딴지 걸 마음 조금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동감할 수가 없습니다. 이전처럼 뻔한 처세술 책보다 이렇게 달콤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그것도 먹음직스러운 마시멜로에 빗대어서!)로 위장한 책이 더 우울합니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가장 감동적이라고 적어놓는 책 속의 한 구절도 저는 도저히 동감할 수가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가젤이 잠에서 깬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아프리카에서는 매일 아침 사자가 잠에서 깬다.
사자는 가젤을 앞지르지 못하면 굶어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온 힘을 다해 달린다.

네가 사자이든, 가젤이든 마찬가지이다.
해가 떠오르면 달려야 한다. "


애시당초 가젤과 사자는 게임이 안되는 것이니 이것은 부적절한 비유입니다. 사자는 한끼 굶는다고 죽지도 않을 뿐더러 다른 수많은 것을 잡아 먹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젤은 한번 잡히면 끝입니다. 차라리 너는 가젤이니 죽지 않으려면 매일 숨막힐 정도로 달리라고 말하는 편이 솔직합니다.

무엇보다도 인간 세상은 동물과 다릅니다. 비록 지금 사는 세상이 약육강식의 세계라 할지라도, 이 사회가 정글과 같은 사회라 할지라도 인간은 동물과 달라야 합니다. 해가 떠오르면 달리는 것이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혼자 뛰는 것이 아니라 같이 뛰던가 같이 걸어갈 수 있는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내용을 이런 성공처세술책에서 바란 것은 아닙니다. 또한 성공을 위한 개인의 노력을 비난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저 또한 성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요. 하지만, 이건 너무 이기주의적인 사고방식의 전파아닙니까! (흥분했다-_-;) 이렇게 아름다운 이야기 그것도 달콤한 마시멜로에 빗대어 교묘하게 이렇게 성공하라! 돈 잘벌어라! 라는 가치관을 전파하는 책을 보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현실이겠지만, 그래도... 적어도 확실한 것은 훗날에라도 이런 책을 제 아이들에게 읽힐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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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0-23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시멜로 이야기에 대한 리뷰가 대부분 찬사 일색이라서 "알라딘도 이러냐?"고 한숨쉬고 있었는데요, 님의 주옥같은 리뷰를 만났군요. 잘 읽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이 압권이네요^^
 
콘스탄티노플 함락 시오노 나나미의 저작들 20
시오노 나나미 지음, 최은석 옮김 / 한길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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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지 한참이나 된 책을 다시 끄집어 내려 합니다. 이 콘스탄티노플 함락은 제가 처음으로 읽은 시오노 나나미의 책입니다. (그럼 로마인 이야기도 안읽었다는 얘기가 되죠 ? 그런 심리 아시나요 ? 남들 다하면 하기 싫은 청개구리 심보말이죠. 베스트셀러라고 하면 괜시리 그 열풍에 휩쓸리는 것 같아 동참하기 싫다는 그런 심리랍니다. 로마인 이야기 한권은 어쩌다 수업 부교재로 참고적으로 읽은 적이 있었지만 읽었는지 조차 기억이 전혀 나질 않아 이 책을 처음이라고 할렵니다.)

저는 이 책을 2002년도 터키 여행을 다녀온 직후에 읽었습니다. 이스탄불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거늘, 여행 직후에 읽었을 때에는 어떠했겠습니까. 책에서 묘사하는 지리적인 장면이 거의 영화처럼 그려질 정도였답니다. 뒤늦게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더 읽고 나서야 이 책이 주는 감흥이 단지 이스탄불에서의 제 짧은 기억만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생동감있는 작가의 필력에 일정 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1453년, 50일간의 짧은 공방전 끝에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은 스물한살의 메흐멧 2세에게 무너집니다. 이 순간은 역사 속에서도 참으로 중요한 순간입니다. 그 순간을 작가는 바로 눈앞에서 펼쳐진 것을 보고 묘사하듯 생생하게 그려내더군요. 역사, 특히 전쟁에 관한 책이지만 전쟁에 대한 딱딱한 접근이 아니라 그 역사적인 순간 속에 놓여진 개인을 통해 정의된 단어로써가 아닌, 그 개인들이 느끼는 감정 자체를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저는 워낙에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 그 등장인물들의 상황과 행동에 심히 공감하면서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찌할 것인가 ?) 보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의 글쓰기는 저에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반면 시오노 나나미는 서방의 시각에 경도된 글쓰기를 한다는 이유로 일부 비판받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그녀의 그런 성향이 나타나는 듯합니다. 그래서인지 몰락하는 비잔틴 제국에 대한 아쉬운 잔향이 조금 감돕니다. 그러나 한 나라가, 한 제국이 무너지는 것은 아쉽다 못해 비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동양이든 서양이든 말이지요. 또한 그런 역사적 격변기의 틈바구니에 끼인 수많은 개인들에게 닥친 혼란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개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은 너무나 컸을 것입니다.

시오노 나나미는 적어도 이 책에서는 그런 개인들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개인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콘스탄티노플 함락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을 보다 효과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 취한 방법이겠지만요. 그런 면을 떠나서 전투에 대한 묘사, 특히 공성전에 대한 장면 묘사는 실감나게 재미있습니다. 이 얇은 책 한권이 주는 재미는 책의 두께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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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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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너무나 쉽고 명료하게 쓰여진 칼날같은 이 책에 박수를 보냅니다.

이 책은 제목에 확 끌려 구입한 책입니다. 그리고 책에 해답이 있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철학책이 아닙니다. '철학책이 아니다'란 말은 '우리의 행복을 위해 추구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 말해주는 책이 아니다'라는 말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경제 성장이란 슬로건 아래 간과되고 있는 사실들입니다.

즉, "부자가 안되면 우리는 불행할까?" 란 개인의 성찰에 관한 관점이 아니라 "과연 왜 인류는 경제 성장을 추구할까"에 대한 고찰이 들어있는 것이지요. 저 질문에 대해 대답해볼까요 ? 왜 인류는 그토록이나 경제 성장을 추구할까요 ?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 라고 말할 것입니다. 경제 성장은 보다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하기 ‹š문이지요.

그러나 정말 사실일까요 ? 우리나라에서 자주 논쟁의 주제로 등장하는 것 중의 하나가 "분배냐 성장이냐" 입니다. 특히 일명 참여정부 출범 이후 이 주제는 참으로 많이 공론화되었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성장이 먼저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만큼 먹고 살게 해준 것이 어디냐며 독재자에 대한 향수는 21세기에 이르러서도 여전합니다. 이토록 경제 성장이란 단어가 모든 다른 가치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이 이데올로기는 보통 "국익"과 일맥 상통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의 제 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입니다. 그러나 경제 성장의 논리(또는 국익이라는 미명) 아래 수많은 인권이 짓밟히고 소수의 권리가 빼앗겼습니다. 이쯤되면 헌법의 1조 1항을 '대한민국은 경제 성장을 추구한다'라고 바꿔도 될 법합니다. 그런데도 모두들 종교적 신념처럼 경제 성장의 가치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파이를 지금 나누지 말고 더 키워서 나눠먹자고 합니다. 누군가는 그 조그만 파이를 먹지 못해 굶어죽지만, 누군가는 굶어죽은 이의 파이까지 탐욕스럽게 노리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책의 덕목은 한 개인 또는 한 특정 국가에 대해서만 적용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인류는 지구의 자원을 갉아먹으면서 성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가지지 못한 자, 가지지 못한 나라는 결코 빈곤과 불행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답이 전혀 없어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그리고 감격스럽게도! 저자는 경제 성장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우리가, 우리가 속한 사회가, 인류가 그 대안을 추구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심스럽습니다. 새로운 가치와 시스템을 추구하기 위해선 현실이 너무 위태위태합니다. 집값이 떨어져버린다면, 직장을 잃는다면, 연봉이 삭감된다면... 전 당장 괴로워질테니까요. 대승적으로 생각하기엔 너무 소심하고 나약한 것이 저입니다. 사실 이것이야말로 경제 성장 이데올로기의 효과적인 전략입니다. 사회적인 안전망이 없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공포가 노동력을 지배하기 때문이지요. 전 벗어나기 힘들어 보입니다 -_-;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바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더 많은 내용은 손바닥만큼 작은 이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요약이 필요없을만큼 조그만 책이니까요. 저자가 제안한 대안도 책에서 꼭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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