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달리는 청춘의 詩 - 시는 쓰고, 나는 달렸다
윤승철 지음 / 이야기나무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사막은 미지의 세계이며, 어딘가 있을 어린왕자가 불시착을 한 곳 입니다.
외로우면서 신비로운 신기루가 있는 곳, 똑같은 풍경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머리 위에는 불을 내뿜은 태양이 작렬하고, 밤에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차가운 공기의 요정이 온 주변 가득히 내려앉는 참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곳. 아직은 한번도 가보지 못하고, 언제가 될 지도 모르겠지만 가볼수나 있을까 … 하고 가끔 생각이나 하는 곳이지요.
사막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터키에서 만났던 광활한 수평선의 연장이 사막과 비슷하지 않냐고 하면, 이들은 날 무시할까요? 과연 내가 사막이란 곳에 발을 디디기나 할 수 있을까요? 그 전까지 그냥 사막은 어린왕자가 불시착한 미지의 세계라고만 생각해야 될까요?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때 책으로 여행한다는 글귀를 읽고 무척이나 공감했던 적이 있습니다.
돈이 없어 여행을 떠날 수 없을 때 무작정 남의 여행기를 사서 읽거나, 도서관 여행 도서 코너에 앉아 닥치는 대로 읽었던 여행기들이 생각났거든요. 가까운 국내부터 제주도, 일본, 티벳, 터키, 유럽 여행기 등등 - 책을 통해서 세계를 여행했으나 이런 여행기(?)는 또 처음입니다.
세계는 넓고 나라는 많습니다. 매일 같이 밟는 땅, 어쩌다 밟는 땅, 살다가 한번도 밟지 못한 땅이 지천이지요. 그 넓은 세계에 자갈길, 대리석길, 아스팔트길, 보도블럭, 물로 가는 길, 하늘로 가는 길 등이 다양하게 널려있는데 주변에 아무것도 없이 눈 앞에 보이는 건 뜨거운 모래와 이글거리는 태양, 오아시스가 신기루처럼 보이는 이 사막을 마라톤을 한다는 일은 머리털 나고 처음 듣는 일이 였습니다.
- 그냥 마라톤도 힘들어 죽겠는데 걷기 힘든 사막이라니! 더운건 참아도 추운건 못 참는 남극에서의 마라톤이라니! 내 멘탈에서는 불가능이라고 빨간불을 먼저 켜고 경보음을 울리는데 작가는 대체 왜? 무슨 생각으로 이 도전을 한 건가요?
누군가 그러던데 사막은 황량하지 않다고, 아름답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생명체 하나 살기 힘든 그 황량한 곳에 바람이 실어나르며 파도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만들어가는 황금빛 모래, 뜨거운 태양 속에서도 넘치는 살고자 끝없이 발전을 거듭했던 넘치는 생명력, 밤이 되면 팜므파탈처럼 낮과 다른 차가운 공기를 내려주지만 그 검은 하늘에 뿌려진 별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막에서는 물이 더 귀하기 때문에 신기루 조차도 아름답다고 하던가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땅에 생명을 유지하는 그 힘이 아름다운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막의 황량함과 아름다움보다 더 아름다운 다른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외부 근심 걱정과 고민들, 내가 가질려고 악착같이 힘을 냈던 모든 것들, 내가 신경쓰던 자잘한 고민과 일상의 고난은 모두 다 부질없는 것 들이라는 것을- 비우는 것에 대한 미학을 이야기하며, 극한의 상황에서 더욱더 빛날 수 밖에 없는 사람에 대한 정과 마음 씀씀히, 불가능한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해쳐나가는 믿음과 희망 .... 아,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몇 안되는데, 그걸 정말 잊고 사는건 아닐까요?
굳이 주인공처럼 사막마라톤을 질주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하고싶은 것을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던가요? 안그래도 요즘 매일 같이 '여기는 어디? 나는 누구?' 라는 마음으로 평일의 가장 많은 시간 중에서 회사에서 보내고 있는 시간이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꾸만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내가 과연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내가 가는 길은 과연 나에게 맞는 길인가?
긴 사막을 달리면서 두려운 시작을, 무모한 도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실패도 많았을 법한 모든 것들이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추억이 된 주인공에게 최연소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면서 - 아, 오랜만에 내 자신에 대해서 고민하는 시간을 만나게 해주어 고맙습니다 -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PS 1.
오랜만에 만나는 베개로 써도 좋을 만한 책인데 가볍다! +ㅁ+
글쓴이가 사막을 다니면서 배낭의 경량화를 연구한 것 마냥 책의 경량화도 연구한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러울 만큼 가볍습니다. 근데 재미있고 신기하고 호기심 넘쳐서 나도 모르게 훌러덩 훌러덩 페이지가 넘어간다는 사실! 아, 이런 책 너무 좋아요!
PS 2.
서평 쓰다가 문득 블로그가 있다는 게 생각나서, 이 곳이라면 더 많은 사막 마라톤의 이야기를 알 수 있을 것 같아 녹색창에 검색. 오오 +ㅁ+ 있구나 ... (서로이웃은 소심하니 이웃추가만 살포시) ... 그런데 이 분 ... 나보다 어리다는 것에 멘붕이 왔네요 OTL ..... 어른들이 내가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못한 것들에 대해서 해보시겠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나는 밤...아, 달리는 청춘은 이래서 멋진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