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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여기 짧은 사연으로 인해 장거리 연애를 하고 있는 연인이 있습니다.
오래 떨어져있던 만큼 그리움이 컸던 연인들. 서로 만날 약속을 잡고 그 사람을 만나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날들.
드디어 디데이가 되었고, 보고 싶은 연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주체할 수 없이 설레임 그 자체입니다. 하지만 약속된 장소에 도착한 것은 연인이 아닙니다.
짖궂은 운명의 장난처럼 그 곳에 나보다 먼저 도착해있던 것은 … 이별입니다.
예측할 수 없던 이별은 받아들이기도 참 어렵습니다.
쉽게 이해하고 납득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에게 남겨진 상처는 그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지요.
문득 내가 겪었던 이별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도저히 얼굴 화끈거려 더 이상 쳐다볼 수 없는 단어들이 무수히 적힌 일기장 (어디 있는지 모른다는건 함정입니다만), 원망하고 원망하며 숱하게 울었던 나날들, 내가 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했던 순간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어느새 무뎌져갔던 내 모습.
내가 영원하지만 영원하지 않았던 고통으로 밀어넣으며 이별의 시간을 보낼때,
저자는 자신의 이별에 대한 아픔을 타인에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아픔을 들은 이들에게 '자신이 겪은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봅니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 내 자신의 고통을 상대화하게 될 때 쯤 그녀의 아픔의 시간은 끝이 나게 되지요.
반복되며 실연의 순간을 적은 이야기와 나란히 적힌 타인들의 이별의 순간(살면서 겪게될 모든 이별의 순간들 전부)들을 번갈아 읽으면서, 처음에는 이런식의 상대화 방식에 무척 충격 받으며, 이해하기도 어려웠지만, 누구에게나 이별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는 것을 더 뼈져리게 깨닫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이별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의 치유를 통해 또 남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변화시켜주기도 한다는 것을 - 만남과 이별이 동전의 양면처럼 늘 함께한다는 것을 더 깊게 알 수 있던 것 같고요.
어차피 우리에게 다가올 이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요.
그 이별을 조금 더 대담하게, 온 몸으로 맞이하는 또 하나의 방법을 소피 칼을 통해서 배우게 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