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변주곡
황경신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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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고요한 책 입니다.

표지의 보드러운 핑크빛 만큼이나, 투명할 것 처럼 빛나는 푸른빛을 담아낸 항상 어여쁠 것 같은 이 책 속에서는 파장조차도 고요합니다. 하지만 잔잔한 호숫가 표면 아래는 그 누구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바쁜 삶이 있음을 예측하기란 힘들지요. 우린 항상 눈에 보이는 것만 믿으니까요.

 

작가 이름이 매우 낯이 익다 싶었는데, 그녀의 이전 베스트 셀러인 [밤 열한 시]는 읽어보지 못했으나, [그림 같은 신화]는 그 자리에서 몇 줄 읽어보고 구입한 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워낙 신화 이야기도 좋아했지만, 신화를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 솜씨가 좋아서 구매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얼마나 오래 전의 일이던가요?  

 

ㄱ에서부터 ㅎ에 이르기까지 -

 삶의 요소요소에 대해서 때로는 너무 평범하게, 때로는 너무 판타스틱하게, 때로는 몽환적으로, 때로는 전쟁처럼 짤막하게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가 너무 일상적이면서도 그 문장이 너무 고요해서 마치 에쿠니 가오리의 이야기를 읽는 착각이 들기도 했으나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전쟁처럼 긴박하고 판타지처럼 흘러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이 무척이나 적응이 안되었으나 - 결국에는 조금조금씩 읽어가고야 마는 묘한 책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적응이 안되 그녀의 책을 어찌해야 될지 고민만 되네요.

 

어릴 때는 좋은 것과 싫은 것. 착한 것과 나쁜 것에 대한 구분이 뚜렷했는데, 살아오면서 느끼는 것은 '삶에 정답은 없고, 내가 정확하다고 선을 그은 것들이 결코 정확할 수가 없다.' 라는 것 입니다. 그래서인지 좋은게 좋은거, 나쁘면 지나가면 그만 - 이라는 마음인데 읽다보니 이 책도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서 묘하게 동질감이 생겨납니다.

 

그래서인지 고요함을 추구하는 작가의 글 속에서도 마지막 문장은 제 가슴 속에 깊게 남아버렸습니다. 요즘 책 읽으면서 인상 깊은 구절에 포스트잇 붙이기도 마다할 정도로 게을러 졌는데, 어쩐지 이 문장은 블로그에 오래오래 남겨두고 싶어집니다.

 

 

 

이제와서 족해도 부족해도, 언젠가 존재했던 마음이고 기억이다.

그러니 그건 그것대로 소중히, 작은 그릇에 담아 선반 위에 올려두어도 괜찮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의 힘으로 인해 여전히 흘러가는 인생, 이다.

 

p.311. 그리고 남은 이야기 중에서 …

 

 

 

비록 오늘이 힘들고 지친 하루였음에도 이렇게 흘러가고,

다가오는 내일이 나를 위로해주는 부드러움으로 가득할지도 모르니,

여전히 흘러가는 것은 인생, 그런 것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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