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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깨물기
이노우에 아레노 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7월
평점 :
일상에 초콜렛이 없으면 뭔가 2% 부족한 아쉬움이 느껴집니다.
사실 어린 시절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지만, 겨울의 추위 끝자락에서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많이도 만들었던 초콜렛. 지금은 현실의 팍팍함 속에 힘겨울 때, 나를 끌어올리기 위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기분 전환용으로 꼭 필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랑의 모습이 초콜렛과도 참 닮았네 -' 라고 느끼게 될 만큼 '나'라는 자아의 시간도 꽤 흘렀습니다.
일본의 인기있는 여류 작가 6명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기억 깨물기]는 초콜릿처럼 달콤쌉싸름한 사랑의 기억에 대한 단편을 그러 모은 단편집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6명의 작가들의 이야기만큼, 사랑에 대한 6개의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때로는 만나서는 안 될 사랑, 지나치게 사랑에 빠져들어 두려운 내 모습, 시간을 돌고 돌아 만나야 될 사람은 꼭 만난다는 사랑, 다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사람의 두려움. 내가 알던 사람의 다른 모습. 그리고 나와는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을 바라보는 사랑.
살면서 만나는 초콜렛 맛이 하나가 아닌 것처럼, 우리 사랑도 전부 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초콜렛에 비유하다니 -
물론 '사랑'이란 행위, 말 자체가 그 어떤 것들에 비유를 한다고 해도, 사랑 근처에서 헤메이는 사람들 모두 시인이고 철학자가 되기에 사람들 말하는 모든 것들이 나름대로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겠지만, 초콜렛만큼 순도 100%의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 게 또 있을까요? 모두가 납득할 수 있을 법한 (좋던 싫던간에) 설득력 말입니다.
이 책 읽으면서 참 신기했던 점은, 각각의 여류 작가들의 개성이 전부 다를텐데 오묘하게도 한 편의 소설처럼 모두의 분위기가 닮아있다는 것을 느꼈다는 점 입니다. 같은 주제, 다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이야기마냥 빠져들게 되었다가도 무심코 드러나는 작가의 개성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게 되지요. 괜히 일본 대표 여류 작가들이 아니구나 ... 싶었습니다.
PS.
- 표지부터 그냥 초콜렛이다 ... 이야기 하는 것 같더랍니다. 색상도 패턴도-
-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종종 있습니다. 불륜은 기본이고- 근데 그 상식적이지 못한 상황도 소설이 마치 세상의 전부인냥 사랑하는 두 사람이기에, 또 그 모습을 너무 담담하고 청아하고 맑게 그려내고 있어서 납득할 수 밖에 없는게 에쿠니 가오리 아닌가 싶습니다. 하긴, 그 점이 좋아서 그녀에게 빠져들었던 거지만요.
- 그런데 이 책 읽다보니 에쿠니가오리와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작가들이 꽤 있더랍니다. 옮긴이는 여섯 작가를 한 사람이 번역하는게 꽤 곤혹스러운 일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큰 규모의 작업에 도전한 출판사도 대단하다고 하였습니다. 매우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이건 마치 각자 개성 뚜렷하면서, 전체적으로도 매력적인 아이돌 그룹같다고 하면 이해가 되실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