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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어른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ㅣ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오랜만에(?) 단정하고 기품있는 에쿠니 가오리의 신간이 출시 되었습니다.
읽는 전 사회의 평지풍파 속에서 울지도 못했던 그녀의 내면 상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첫 장을 펼쳐보니, 이 책은 어른이 된 에쿠니 가오리가 좋아하는 것들, 남성친구, 책에 관한 내용을 간략한 에세이로 묶어둔 내용입니다.
'울다...' 라는 것은 단어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듯, 서정적이고, 슬프다는 느낌이 가득합니다.
잘 우는 제 자신에게는 인정하는 한편 용납하기가 힘든 단어가 바로 이 '울다 .. ' 라는 단어인데, 에쿠니 가오리 그녀에게는 누군가에게 기댈수 있는 안정적인 장소를 가졌다는 의미로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그 것을 기쁘다고 하였고요.
현실적인 행위로 우느냐 안 우느냐는 차치하고, 어른이란 본질적으로 '우는' 생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울 수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지도 모르겠군요.
'울 수 있다'는 것은 아마도 진정 안도할 수 있는 장소를 지녔다는 것이겠죠.
나는 '울지 않는 아이'였던 자신을 다소는 듬직하게 여겼지만 '우는 어른'이 되어 기쁩니다.
[ 우는 어른 ] 작가 후기 중에서
에세이인지라 단편적이고, 잔잔하게 물 흐르는 듯이 구성이 되어 있어서 그런지 잠깐씩 읽기에도 참 좋습니다만, 그녀의 단정하고 청아한 문체. 반듯하게 번역된 문장을 보고 있노라면 오히려 그 문장에 반해서 '우는 어른'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게 될 수 밖에 없더라고요.
읽으면서 참 재미있던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슬프지만 밝았던 운명같은 사랑을 하던 아오이를,
게이 남편과 그의 애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즐기는, 기분 변화에 따라 목욕하는 시간이 달라지는 쇼코를, 음악같았던 남자 토오루와 그 음악을 지휘하는 시후미를 … 그동안 내가 만나면서 좋아했던 에쿠니 가오리 소설 속의 모든 캐릭터들이 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추억을 되새긴다는 느낌을 받는 것 이였습니다.
빛나고 설레였던 그 순간을 떠올리며 다시금 추억에 빠지던 순간.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가 아끼던 초콜렛 상자를 펼친 기분이 듭니다.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맛의 초콜릿을 맛볼 수 있을까?, 오! 내가 좋아하는 달콤한 맛이야!,
은은한 향기같아서 다음에 또 먹고 싶은데?!, 아! 이건 조금 놀라운 맛인데?
어린 시절의 일기장을 들추면 참 낯부끄럽고 엉뚱하고 황당한 시절의 기억인지라 잘 들추지 않게 되었습니다. 한 달전의 실수조차 뒤돌아 생각하게 되면 참 부끄럽기 짝이 없는데 하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어련할까요...
그럼에도 용기있게 자신의 기억과 마주 서고 좋아하는 것을 매끄럽게 늘어놓는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잠깐의 시간 동안 읽으면서 힐링의 기분을 느끼게 해주었던 그녀의 책에 무한의 애정을 함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