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의 힘, 듣기의 힘
다치바나 다카시.가와이 하야오.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언숙 옮김 / 열대림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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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다카시(저술가), 가와이 하야오(심리학자, 임상요법가), 다니카와 순타로(시인)

3명의 말과 글을 엮은 책. 각 분야의 전문가의 말을 엮어 말 속에 '뼈'가 느껴진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과학'을, 가와이 하야오는 '심리학'과 카운셀링,

다니카와 순타로는 시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강연과 앤솔로지, 심포지엄

구성도 다채롭다. 

특히 다니카와 순타로가 쓴 '책'과 관련된 시를 엮은 앤솔로지 부분이 좋다.

 

말을 글로 옮긴 책이라 잘 읽힌다. 

읽기와 듣기에 대한 생각거리를 제공해준다. 

깊이, 자세히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화두'를 던져주는 책이랄까. 

 

 

 

 (20)읽기와 듣기를 자칫 지성의 작용으로 파악하는 경향도 있지만 눈이나 귀는 모두 우리 몸의 일부다. 외부로 열려 있는 감각기관임에는 틀림 없으나 이 모두 우리 몸의 내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밤에 꾼 꿈을 읽음으로써 의식의 저변에 자리한 것을 깨닫거나, 어떤 음악의 한 소절을 듣고 떨리는 그리움을 느끼는 등, 몸은 때로 머리보다 똑똑하다.

 

 

가와이 하야오는 심리학자, 임상요법 전문가로, 이 글에서는 주로 "듣는 것"의 힘에 대해 논한다.

(26)너무나도 빠른 변화에 사람들이 따라가지 못해 결국 사람이 정보에 휘둘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그래서 자신의 주체성을 살리면서 차분히 '읽거나 듣는' 기회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31)멍청해 보일 정도로 묵묵히 듣는 태도는, 상담하러 온 사람의 현재 생각과는 전혀 다른 측면을 발견하고 주목하기 위한 방법이다. 죽고 싶다는 것이 정말로 죽겠다는 것인지 그런 말을 해서 좀 놀래주겠다는 건지, 지금 막 떠오른 생각인지.

(49)많은 사람들이 책을 쓰는 일은 머릿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글을 쓰려면 그에 앞서 다양한 자료를 확보해 놓아야 하는 단계가 있다. 그 단계 중 하나가 책을 읽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50)글을 쓴다는 작업은 먼저 자료 확보가 있은 다음에 그 자료를 통해 스스로 무언가를 생성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컨대 내 자신에게 '정보를 투입하는 과정(INPUT)'과 '밖으로 꺼내는 과정(OUTPUT)'이 존재한다. 이 인풋과 아웃풋의 비율을 일반적으로 'IO비'라고 한다. IO비가 높을수록, 다시 말해 자료를 최대한 많이 투입하여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책 한 권을 읽고 한 권 쓰면 1대 1. 대체로 100대 1

*숲에게

​                                                      다니카와 순타로

읽는 사람의 눈은

꿈틀거리는 문자의 숲을 헤집고 들어간다

읽는 사람의 귀는

페이지마다 가만히 내리는 빗소리를 듣는다

읽는 사람의 입은

반쯤 벌어진 채 할 말을 잃고

읽는 사람의 손은

어느새 주인공의 팔을 잡고 있다

읽는 사람의 발은

돌아가려다 이야기의 미로에서 길을 잃고

읽는 사람의 마음은 어느덧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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