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츠지 히토나리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 (라고 2011년에 쓴 노트에 적혀있다.) 우선, 냉정과 열정 사이를 읽고, 일본소설 특유의 잔잔한 감성을 느끼고파 작가의 다른 작품을 골랐던 것이다. 현재의 우리 사회는 일본의 뒤를 밟아 가는면이 없지않아 있고, 이 소설은 그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아마, 대부분이 핵가족인 우리 사회 젊은이들은 이를 통해 대가족을 드라마보듯 볼 수 있겠지. 특히나, 주인공의 감정을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소설이다. 원작의 제목은 ‘다섯번째 딸 가논‘ 이다.
날짜가 없어진 시대를 써 나가는 책은 날짜 대신 번호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번호는 하나씩 줄어들어 0이 되고, 0과 함께 책을 덮으면 진한 여운이 털썩, 밀려온다. 마치 책 표지의 모습인 것처럼, 소설 속의 한 장면을 떠올려보다 다시 한번 털썩, 생각이 멈춘다. 당분간은 다른 소설을 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멈춰 있는채로 있었으면 한다.재난 상황이란 설정 아래,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는 숫자 0과 함께 다시 또렷하게 떠오른다. 무지개색, 빨간색, 숯색, 회색 그리고 다시 빨간색. 부디, 우리 모두 다시 살아내기를.
이 책은 군대에서 읽은 100권의 책 중 가장 뇌리에 깊게 박혀있다. 그 이유인즉슨 ‘불온서적‘이었기 때문이다. 군 복무 당시 책을 읽는 재미에 푹 빠진 나는, 느낌표 선정도서를 꾸준히 읽어나갔는데 이 책은 불온서적으로 인해 허가를 받지 못하는 도서였던 것이다. 참... 뭐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