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호백작의 공주님
토끼공작 / 녹스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예리엘은 파사 왕국의 4공주입니다. 하나 부왕이 술김에 하녀를 건드려 태어났기 때문에 대비의 비호가 있었음에도 한 번도 왕실 가족의 취급을 받은 적이 없었고, 대비 사후에는 아예 유령처럼 살아왔기에 그녀가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는 이들이 더 많았습니다.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살아왔던 그녀는 부왕의 오판으로 왕국이 제스틴 제국에게 점령당한 뒤, 결혼을 빙자한 인질로서 제국에 보내지게 됩니다.

정복자인 에단 황자는 제 사촌인 아스프리 공작, 그의 충신이면서 제국군의 사령관인 콰이어 백작의 부인을 요구했습니다. 공작의 아내로는 2공주 벨리타가 선택되어 온갖 화려한 보물과 혼수가 주어졌지만, 천한 피가 흐른다는 소문이 퍼진 콰이어 백작의 아내로는 마찬가지로 천한 피가 흐르는 예리엘이 택해졌죠. 거기다가 결혼 예물로 받은 진주 티아라, 결혼식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뜬 신랑은 그녀의 자존감을 완전히 깎아먹었습니다.

하지만 영지에서 다시 만난 잉겔로레 콰이어 백작(이하 잉겔)은 말 그대로 익애의 표본이었습니다. 흘러넘치는 애정에 불안해하면서 고백한 사실에도 그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고, 되려 잉겔 스스로가 예리엘을 선택했음을 알려주었죠. 사랑 가득한 부부 생활은 예리엘의 자존감을 높였고 예전이라면 움츠러들었을 행사에서도 노력하겠다고 마음먹게 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그가 결혼 예물이라며 가득 쌓아준 상자 안에 있었던 목걸이, 대양의 심장이 사건의 발단이 되죠.



후반부의 사건에는 중심인물이 한 명 더 나타나는데, 그녀가 바로 벨리타입니다. 벨리타는 예리엘과 같은 날 같은 시, 파사 왕국의 인식대로 고귀한 핏줄이 흐르는 남편과 결혼했으나 뒤늦게 아스프리 공작이 빛 좋은 개살구임을 알게 됩니다.

에단 황자와 어울려 놀 수는 있지만 권력을 탐할 수는 없는 남편도, 자신에게 조금의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황자도, 무도회에서 자신에게 쏠려야 할 시선을 빼앗은 예리엘도 용납할 수 없는 벨리타가 대양의 심장을 막무가내로 강탈하는 순간, 잉겔이 나타나 그녀에게 굴욕적인 상황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진 벨리타는 콰이어 백작에게 원한이 있는 사람의 사주를 받아, 예리엘을 죽이기로 계획합니다. 그리고 예리엘을 넘어 잉겔까지 죽이고자 했던 그 음습한 음모가 실패하는 와중에 예리엘은 잉겔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죠.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익애물, 인외 남주, 외유내강 여주입니다. 잉겔이 책 전체를 통해 제 매력을 햇살처럼 뿜어내고 있다면, 예리엘은 촛불처럼 소소하게 빛나다가 잉겔의 정체가 밝혀지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자신의 매력을 확 드러내죠.

읽다 보면 예리엘이 에단에게 말한 것과는 달리, 잉겔 스스로가 제 정체성을 재정립할 정도로 무거운 족쇄를 어떻게 차고 그것을 사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는가를 자연스럽게 납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제일 좋은 것은 초콜릿을 문 것처럼 달달한 잉겔과 예리엘의 사랑이고요.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정말로 나 괜찮아요? 옷이 너무 화려해서 이상해 보이진 않아요?"
"아주 아름답습니다. 공주님이 초라하다고 걱정해야 할 건 남편 뿐입니다."
"잉겔은 제가 가진 것 중에 제일 좋은 것인걸요."

오해하지 말아요. 당신을 책망하는 게 아니라…… 알고 있었더라면 놀라지 않고 당신을 안아 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황자 전하의 말씀은 진심으로 망극하오나 제게 더 많은 것을 주셔서 그이의 아내로서 바치는 충성 이상의 것을 드릴 도리는 없습니다. 제가 그이의 족쇄라면, 최대한 가벼운 족쇄가 되어서 그이가 가는 곳 어디에라도 함께 갈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