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Baby Doll
Nigana / 스칼렛노블 / 2016년 7월
평점 :
판매중지




니가나 작가님이 국내 TL 독자들에게 네임드로 인식된 계기라면, 아마 십중팔구는 소냐 문고의 창간작인 감금/포로 세트를 들지 않을까 싶어요. 두 권이 세트로, 아주 공들여서 쓴 작품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호불호를 차치하더라도 상당히 인상적인 작품으로 남는 건 확실하죠.

그 두 권 만으로 니가나 작품의 기본적인 틀이 전부 설명되고, 간혹 쓰시는 다인물(…)의 기초는 아마 이 책으로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티아라 문고 출간, 스칼렛노블 정발. 오늘의 리뷰는 <Baby Doll>입니다.



은백발에 자수정 빛 눈동자라는 아주 독특한 외모를 가진 소녀 마리안은, 술과 남자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서 레인 가의 대저택에 들어선 참입니다. 어머니의 새 남자친구가 마리안과 사는 것을 거부한 까닭에 지금까지 아버지 후보를 몇 명이나 만나고 거절당하기를 반복했고, 이번에 들어선 저택에서마저도 거절당하면 사창가로 팔릴 운명이었죠.

대저택에서 어머니가 만난 남자, 브렌던은 마리안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지만 그의 동생인 제이러스가 마리안을 마음에 들어하고, 브렌던은 마리안의 어머니에게 두 번 다시 접근하지 않을 것을 대가로 마리안을 그녀에게서 사들입니다.

8세 터울의 이복형제인 두 사람은 이후로 마리안에게 각각 아버지와 오라버니로 포지셔닝된 채, 13년 간 그녀를 공주님처럼 길러줍니다. 자신의 시간을 깎아가면서 공부를 가르치고 놀아주고 태어나서 한 번도 생일을 축하받은 적이 없는 마리안의 생일을 매년 성대하게 축하해주죠.



그렇게 13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열 여섯이 된 마리안에게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제이러스는 그녀에게 이런저런 이유를 붙여서 딥 키스를 하고, 브렌던은 어른스러운 드레스를 선물하면서 그것을 입기를 종용하죠. 마리안은 자신이 타인이며, 식객임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두 사람이 만들어준 가족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습니다.

브렌던과 제이러스는 마리안이 질투로 슬퍼할 정도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으면서도, 마리안에게 들어오는 교제 신청을 아무렇지도 않게 잘라버릴 정도로 이상한 독점욕을 내비치기도 합니다. 마리안이 제 선물을 착용하는지와 음식을 먹여주는지의 사소한 것으로도 서로를 질투하죠.

그 날 밤, 더부살이에 불과한 자신의 처지를 다시 직시한 마리안은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결혼하면 저택에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짐작하면서 슬퍼합니다. 그러다가 제이러스에게 강제적으로 애무당하고 다음날에는 브렌던에게 처녀를 뺏기죠.







니가나의 TL은 상당히 전형적인 캐릭터상을 이용합니다. 남주는 대체적으로 음험하고 계략이 많으며 어떻게든 여주에게 손을 대지 못해 안달이 났고, 여주는 어느 작품에서고 답답할 정도로 순수(혹은 아방)한데다가 이상할 정도로 자존감이 낮아서나락에 처박혀 있어서 자신을 향한 호의나 적의를 무서울 정도로 읽지 못하는 둔감상을 발휘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Baby Doll>의 마리안에게는 성격의 개연성이 있어요. 필요 없다는 이유로 어머니의 손에 직접 이끌려서 레인 가에 팔려 들어온 것부터가 아이의 자존감을 낮추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항상 품게 만들 일이었을 테니까요.

브렌던과 제이러스의 캐릭터는 위에 설명한 전형적인 니가나 식 남주 캐릭터입니다. 사실 이건 어쩔 수 없어요. 소장중인 니가나 책을 다 뒤져봐도 저 타입에서 벗어나는 남주가 무스타프(하렘나이트)와 이세치 리쿠(새끼 양은 금요일 식탁에서) 뿐이니 나머지는 다 비슷(…)할 수밖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TL 다인물의 기초, 혹은 시작으로 이 책이 볼만하다고 추천하는 이유는 전형적인 니가나 식 캐릭터와 이야기의 흐름이 어울린다는 점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다인물이 흔하고, 생각보다 메리배드엔딩이 드물지 않은 TL계에서 니가나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고(포로/감금 제외) 기-씬-씬-씬의 향연에서도 기묘하게 스토리는 진행시키거든요.

니가나가 그렇다는 건 부정과 긍정 모두에 쓰일 수 있는 문구입니다. 사실 저야 부정 쪽으로 좀 더 기울어 있긴 합니다만, 어쨌든간요.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마리안은 아무에게도 필요가 없는 아이다. 그런데 제이러스는 태어난 것을 감사하다고 말해 주었다.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자신은 필요한 인간일까.

"미안한데, 딱 하나 형이 아무리 좋아해도 싫어할 수 없는 게 있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그러지 말고 철저하게 싫어하면 되잖아. 제이러스.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거니까, 싫어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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