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BL] THIRST
백희 지음 / M블루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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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떠 있는 섬 같은 존재와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철새를 닮은 존재가 서로를 인식하고, 서로를 마음에 담게 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아주 흔한 것 같지만 또 그만큼 흔하지는 않은 이야기. 오늘의 리뷰는 백희 님의 <THIRST>입니다.



바인 마을 외곽의 작은 성에서 사는 노아 폰 발렌슈타인 백작은 몰락한 귀족으로, 오싹하리만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고 있지만 극심한 햇빛 알레르기를 지니고 있어 낮 동안에는 집 밖으로 나서지 못합니다. 발렌슈타인 백작에게 딸린 작은 영지에서는 유대교에서 개종한 유일한 소작인 부부를 두고 있고, 성 안에서는 메이드장 소피아와 그녀의 손녀, 그리고 사용인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먹을만치 먹은 메이드장은 주인인 노아에게 새로 집사를 구하기를 종용하고, 노아는 내키지 않지만 그녀의 뜻대로 하도록 허락하죠.

그리고 그 얼마 뒤, 바인 마을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남자가 찾아옵니다. 영주인 마르셀 슈바르츠코프 자작과 그 아들에게 착취당하면서도 뱀파이어 처형식을 축제처럼 받아들이는 그 마을에서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뱀파이어, 율리안입니다. 적당한 일자리를 찾는 율리안에게 주점의 남자는 발렌슈타인 성의 공고문을 내보이고, 그는 성을 찾아가 집사 자리를 얻게 됩니다.



며칠 동안 피를 마시지 못해 그 갈증에 시달리던 율리안은 아주 우연히 노아의 나신을 보고 성적인 충동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 충동을 피에 대한 갈증 때문이라고 믿은 율리안은 영지의 유일한 소작인, 한스 부부가 키우는 송아지를 덮쳐 그 피를 마시죠. 한참 송아지를 해체하던 중에 한스 부부에게 습격 사실을 들킨 그는 재빨리 도망치고 그 다음날 성은 소란스러워지지만, 노아는 송아지가 습격당한 사실을 덮기로 결정합니다. 이상하게도, 아주 이상하게도요.

사실 노아는 송아지를 습격한 것이 율리안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노아는 그 날 새벽에 목욕을 하려다가 잠들었었고, 다시 깨어나서는 율리안이 송아지의 피를 마시고 있는 것을 봐 버린 것이죠. 하지만 노아는 율리안의 예상과는 달리 그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덮기로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 댓가로 율리안이 자신의 일을 도울 것을 제안하죠.


그 뒤로 때때로 율리안이 노아를 향한 성적 충동을 느낄 뿐, 평범한 일상이 이어집니다. 슈바르츠코프 자작의 아들 다니엘이 자신의 고양이 나나를 찾아달라며 노아를 찾아오고, 사용인의 목숨을 쥐고 흔들 수 있음을 암시하면서 자작의 성으로 방문하기를 종용하죠. 이 일련의 흐름 안에는 노아를 욕보여서 명예를 뺏고자 하는 자작의 계략이 있었습니다만, 그것은 율리안의 뛰어난 후각과 무력에 의해 저지됩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오죠. 그렇지만 율리안이 노아를 좋아한다는 것을 새삼 자각하자마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집니다. 노아를 범하려는 다니엘을, 율리안이 강물에 빠뜨려 죽여버렸거든요. 그리고 그 사건은 노도와 같은 흐름을 불러옵니다.






본래 다스리고 있었던 영지를 빼앗기고 낮 동안에는 야외 활동을 할 수 없는 몸이 문제가 되어 작은 성에 틀어박혀 지내는 노아는,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는 외로운 섬을 닮았습니다. 뱀파이어였기 때문에 남과 어울리기를 거부한 채 걸인처럼 지내다가 바인 마을을 찾아들어온 율리안은 어느 곳에도 오랫동안 정착하지 못하는 철새와 비슷하죠.

둘은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끌렸습니다만, 입장의 차가 있었죠. 인간과 뱀파이어, 백작과 집사, 혹은 그 외의 이런저런 것들. 부정하던 감정을 긍정하고 노아의 비밀(그렇지만 노아 본인은 모릅니다)을 알게 된 율리안은 모든 것을 떠안고 마지막을 향합니다. 외로운 섬이 철새를 믿고 한 걸음 떠나기를 마음먹었으니, 철새는 섬이 갈 길의 토대를 닦아 주기로 한 것이죠.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지향하는 느낌의 글입니다만, 예상보다 무거운 편은 아닙니다. 뱀파이어라는 율리안의 설정에 비해 노아의 설정이 덜 살려지는 편이기도 하고 사건의 흐름이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에 배경의 분위기에 푹 빠지는 것에도 다소 무리가 있거든요.

사실 저는 사건 한 두 개를 쳐내고 악역을 집중했더라면 나았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마르셀과 다니엘 부자에 이어 뱀파이어 사냥꾼까지 갑자기 직접적인 악역으로 등장해 버리니 내용 전개 자체가 산만해지더군요.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슬퍼 보인다니. 쓸쓸한 사람 따위, 세상에 널렸는걸.

세상에 죽이기 아까운 인간은 없다. 다만 인간을 죽이지 않고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뿐이다…….

하지만 지옥 불을 지키는 개 같은 뱀파이어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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