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두 명의 황제 : 음란한 사랑의 딜레마
야시로 요네카 지음 / 코르셋노블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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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에 인접한 소국 오그르는, 어느 날 브레센 제국의 황제 일행을 손님을 맞이하게 됩니다. 새로운 황제가 자국 발전 정책의 일환으로 세운 동방 국가들과의 교역은 반드시 오그르를 거쳐야 했기 때문에 계획된 방문이었죠.

이 작은 나라에는 미르샤라는 이름의 왕녀가 살고 있습니다. 오그르의 장녀로, 꿈꾸던 '동화 속 백마 탄 기사'가 현신한 것 같은 모습에 첫 눈에 반했지만 그 기사님이 브레센의 황제임을 알자 실연 확정이라고 알아서 단념하는 그런, 쓸데없이 솔직한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이 쓸데없이 솔직한 아가씨는 깨어나자마자 황제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뱀을 때려잡아서 퇴치하고, 아버지가 제 흉을 보는 것을 듣다가 부끄럽다면서 또 도망칩니다. 그리고 무섭도록 솔직한 면이 황제의 호감을 사서 무도회에서 청혼을 받습니다. 브레센 측 사람들조차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받아들이는, 그런 청혼을.

그렇게 청혼을 받은 밤, 미르샤는 황제에게 받은 반지를 들고 뛰쳐나간 핌(미르샤가 키우는 새끼 원숭이입니다)을 찾으러 나갔다가 황제와 시종이 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존재 자체가 비밀인 것처럼 이름도 없이 「그분」, 「녀석」으로만 불리는 아주 의아한 대상에 대한 짧은 이야기이지요.


그 이야기를 가슴 속에 묻은 미르샤는 혼인 서약 중 잠시 쉬는 시간에, 선조께 맹세하는 의식을 치르러 간 황제를 대기실에서 만납니다. 입회인들 앞에서 첫날 밤을 맞이하기 전, 둘만 있을 때 첫 경험을 끝내고 싶다는 이유로 황제와 몸을 겹치면서도 이 사람이 내 남편이 맞을까? 하는 의문을 살짝 가집니다. 곧 스쳐지나가지만요.

그 직후, 미르샤는 남자만으로 구성된 입회인들 사이에서 성희롱에 가까운 모욕적인 언사를 들어가며 첫날밤을 맞이하고, 다음날 무도회에서는 쌍둥이가 브레센에서 불길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쌍둥이가 큰 축복을 받는 오그르와는 정반대의 취급이었죠.


미르샤는 황제 알렌에게 어떤 일이 있어도 한 편이 되어주겠다고 말하고, 소소한 도움을 주면서 의지할 곳이 되어갑니다. 정략결혼을 하여 서로를 유폐하려고 하거나 암살하려고 했던 부모님 사이에서 자라, 어머니의 미움을 받아 독까지 먹었었던 알렌에게는 처음 겪어보는 편안함이었죠. 그 편안함일까, 핌이  찾아낸 귀한 문서를 본 알렌이 옛날에는 쌍둥이를 축복했다는 이야기를 보며 혼잣말을 하는 것까지도 듣게 됩니다.

그런데 그 날 밤, 미르샤는 자신을 찾아온 알렌에게서 이상한 말을 듣게 됩니다. 분명히 집무실에서 만난 알렌은 어머니에게 미움받았다고 했는데, 침실로 찾아온 알렌은 어머니가 늘 응석만 받아 주었다고 말한 것이죠. 사소한 것이 쌓여 자신을 찾아온 남자가 알렌이 아니란 것을 확신하는 미르샤에게, 남자는 자신이 이중인격이며 키이스라는 이름이라고 소개합니다. 거짓말이지만요.


미르샤가 알렌과 키이스에게 퍼부어주는 사랑은 확실하지만, 맹목적이지는 않습니다. 솔직하고 할 수 있는 일은 찾아서 한다는 설정이 제대로 빛을 발하죠. 그렇기 때문에 사랑받고 자라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알렌이나, 어머니의 맹목적인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그 존재가 숨겨져야 했던 키이스 양쪽 다 미르샤를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서로를 질투하기도 하고, 그녀를 위해 행동하기도 합니다. 키이스가 알렌의 대역에서 벗어나 한 존재로서 대해지기를 선택하는 것도 미르샤를 위해서였고요.



TL에서 쌍둥이를 주요 소재로 다룰 때 취하는 스탠스는 대체적으로 여주를 시궁창에 처박아 버리거나(아소 미카리 <두 남편>), 남주들 쪽이 시궁창에 처박히거나(사쿠라이 사쿠야 <어둠에 사육당한 왕자>),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구분당하기를 거부하고 여주를 사이좋게 공유하는 것(쿄고쿠 레나 <왕태자비의 배덕한 사랑>) 중에서 하나가 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두 명의 황제>는 아예 새로운 길을 제시하죠. 극렬한 혐오의 대상이었던 쌍둥이에 대한 시선을 아예 바꿔버리는 겁니다. 종교의 힘을 빌리는지라 생각보다 맥 빠지는 결말로 보일 수는 있지만, 중반 즈음부터 절대적인 종교 권력을 공들여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납득이 가지 않는 전개는 아닙니다. 주인공들에게도 각기 적당한 역할이 주어지고 사건이 끝난 시점에서 에필로그가 남아 있기 때문에 아예 배경으로 밀려나지도 않습니다.

안심할 수 있는 해피엔딩 전개로는 정말 적당한 TL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있었어요.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첫 눈에 반한 상대에게 안겼는데 정작 미르샤 본인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너무 아까워─. 아니, 부끄러워.

"그 말은……, 네가 내 편이 되겠다는 말인가? 무슨 일이 있어도? 만약 내가 신께 등을 질 만큼 큰 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게다가 비겁하게 그 죄를 숨기고 있다고 하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전 당신의 편입니다. 만약 당신이 죄를 저지르셨다면 제가 절반을 짊어지겠습니다. 전 알렌 님을…… 좋아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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