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BL] 카오틱 체인(Chaotic Chain)
망태기 / B cafe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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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고 나서 난데없이 오메가로 발현한 주인수, 연은수는 그 순간 자신이 아주 오랫동안 짝사랑했던 사람을 떠올리죠. 그 상대는 몸 전체의 색소가 엷은 느낌에 잘생긴 외모를 가졌지만, 가난에 찌들어 온갖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연명하고 있는 알파 성비오입니다. 비오에게 자신이 오메가로 발현한 것을 알린 뒤 그를 덮치는 상상을 하며 아주 즐거워하던 연수는 자신이 깔고 눕는 게 아니라 깔아 눕혀지는 입장이며, 심지어 임신을 하고, 이후에 남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까지 다이렉트로 깨달아 버리고는 비오와 같이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리고는 페로몬에 취해서 그 소꿉친구에게 홀랑~ 발라 먹히죠.
여기에서 끝나는 삽질물이라면 참 편했겠지만(대체적으로 은수와 비오의 심정적인 면에서요)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습니다. 비오에게 발라 먹힌 뒤 그를 만나기 거부한 은수는 싸가지를 어딘가에 적선한 듯한 룸메이트이자 또 다른 알파인 장인혁에게 매달립니다. 눈물 작전까지 동원해서 드문 친절을 받았다 생각했는데 아뿔싸, 술 먹고 헛소리 하다가 인혁에게도 홀라당. 심지어 인혁은 발라 먹기 전에 잘 맞으면 자신과 사귀자고 말했고 그 뒤로 진짜 애인 된 것처럼 굴기까지 하죠.

 

 

 


아주 강렬한 3인 플레이와 그에 따른 임신을 프롤로그에 둔 것에 비해서는, 생각보다 흔한 전개의 오메가버스 삼각관계물입니다. 대체적으로 나누자면 이야기의 5할이 은수의 제 팔자 제가 꼬기, 4할이 씬, 나머지 1할이 비오와 인혁의 관계성에 따른 문제라고 할 수 있으려나요. 일단 스토리라인 자체가 은수의 삽질을 기둥으로 삼아서 비오와 인혁의 이야기를 칡넝쿨처럼 감아 올린 형태입니다.
두 명의 알파가 붙다 보니 알파들이 제 독점욕을 엄청나게 자랑하는 것이 핀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소설이에요. 심지어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잘 아는 상황이라서, 탐색전이고 뭐시고 할 것 없이 제각기 은수를 독점하기 위해 감정적인 우위와 현실적인 우위 자랑과 시도 때도 없이 물고 빠는 것의 반복이죠. 이런 상황까지 끌고 들어온 것이 은수 자신이다 보니, 은수는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아주 기묘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처해집니다. 거기다가 스스로의 삽질력을 더하면…(절레절레
당사자성이 없으니 즐겁게 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인생사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들 하죠? 자신의 삽질이 반복적으로 겹쳐서 답이 안 나오게 된 은수야 비극이겠지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희극이에요.

그 싸가지 없는 친절에 코가 꿰일 줄을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내 팔자 내가 꼬는 타입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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