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여름날의 강아지를 좋아하세요?
박해원 지음 / 동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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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소설의 남자주인공의 스테디 타입 중에, 여자주인공이 보기엔 골든 리트리버인데 제3자가 보기에는 도베르만이나 하운드 계열인 사람이 있어요. 소위 "내 여자에게만 순해지는(혹은 복종하는)" 타입인데 이 키워드를 가진 열 살의 연하남주는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오늘의 리뷰는 박해원 님의 <여름날의 강아지를 좋아하세요?>입니다.





머피의 법칙이라는 말이 정말 딱 들어맞을 정도로 일상부터 직장까지 되는 일이 없었던 그 어느 날, 구세주(이하 세주)는 십 년 동안 사귀면서 뒷바라지 했던 남자친구에게 차입니다. 고시에 붙었으니 성공하고 싶어서 다른 여자를 만난다는 기막힌 이유로 이별을 고하는 전 남자친구라는 것까지 정말 하루의 스트레스를 몰빵당한 그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빌라 건물 앞에서 쓰레기(혹은 시체)처럼 버려진 것 같은 남자를 발견하죠. 남자는 세주를 보자마자 아는 척과 함께 과거의 기억을 좌르륵 풀어내고, 그녀는 자신 또한 갖고 있는 기억과 한 톨도 다르지 않은 남자의 말과 함께 그 기세에 떠밀려서 그를 제 집 안으로 들입니다.

왜 한국에 왔냐고 물으니 당신과 결혼하기 위해 왔다고 하는, 세주보다 열 살 연하의 남자. 그가 바로 오늘의 도베르만인 서연호입니다. 이 도베르만은 대체 뭘 믿고 한국에 왔는지, 소매치기를 당해 돈도 없고 짐도 없고 집 주소는 못 외웠고 부모님은 전화도 안 받는 상황. 하루만 재우고 내쫓을 생각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술김에 키스부터 관계까지(콘돔이 없어서 넣진 않았습니다) 맺게 되고, 쫓아낸 날부터 또 집 주변을 맴도는 연호는 그녀에게 지대한 스트레스를 안겨주면서 또 하룻밤 세주의 집에서 신세를 집니다. 그리고 그녀는 전 남자친구를 만날 약속을 하죠.


세주의 전 남자친구는 그녀에게 빚을 지고 있었는데, 자신의 물건을 돌려받고 그 빚을 갚고 싶다는 이유로 자신을 직접 만나줄 것을 종용합니다. 얼렁뚱땅 약속하고나서 만나니 그 ㅅ새끼가 세주에게 사랑하는 건 너라면서 우리는 헤어진 게 아니라는 개 짖는 것만도 못한 소리를 지껄이죠. 그리고 이어지는 강제 키스에서 벗어나려고하지만 이 ㅅ새끼가 도저히 떨어져주지를 않는데, 연호가 나타나 ㅅ새끼를 아주 찰지게 후드려팹니다. 경찰서까지 갔는데, 세주가 성추행 전과 변호사가 되고 싶지 않으면 알아서 하라고 협박하고 고소는 취하.

그 일을 계기로 연호는 다시 세주의 집에 입성합니다. 그가 집안일을 아예 도맡아하고 말 많은 이웃 주민과는 마주치지 않을 시간에만 돌아다니기로 했으니 몸이 불편하지는 않는데, 기회만 있으면 좋아한다 말하고 결혼하고 싶다 말하는 열 살 연하의 남자는 세주의 마음 속에 불편함을 남깁니다. 열 살의 나이차도, 연호의 잘생기고 훤칠한 외모도, 전 애인에게 차인 지 얼마 안 된 상황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마저도 압박인데 친구가 한 말이 거기다가 짐을 얹어요.

결국 세주는 아예 그와 마주치기를 거부하는 방법으로 그를 밀어내고, 충격을 받은 연호는 어떤 짐도 가지지 않은 채 그녀의 집에서 뛰쳐나갔다가 세주가 걱정으로 일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할 즈음에 또 다시 쓰레기 같은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거부하지 않기로 하고 사랑을 고백하지만,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끝날 리가요.





남자 주인공인 연호의 어떤 면에 중점을 두고 읽을 것인가가 재미를 좌우할 책입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책의 전개가 재벌 엮인 로맨스 드라마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리는데다가, 세주가 그 분위기에 말려들어가서 드라마 속 서민(딱지 붙은 여자주인공)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독자가 오로지 연호에게 기대야 하는 상황이 오거든요. 그 전에도 끊임없이 밀어내는 세주의 행동이 답답한데 이쯤 되면 아예 세주에게 기대를 놓(…)게 되죠.

개인적으로는 중간중간 아주 짧게 서술된 남주 시점을 보고 도베르만도 강아지는 귀엽지하고 생각했답니다. 세주는 아무리 봐도 연호를 골든 리트리버로 생각하는 거 같은데 묘사되는 건 그것보다는 도베르만이나 하운드에 가까워서.

도베르만 강아지 느낌이 나는 헌신적인 집요정을 바라신다면 즐겁게 읽을 수 있겠지만, 저돌적인 연하남이 들이대는 역키잡이 취향이시라면 안 맞으실 겁니다. 후자를 바라신다면 차라리 이쪽의 바이블이나 다름없는 <어덜트 ㅂㅇㅂ>가 낫겠죠. 개인적으로는 미묘한 책이었습니다. 전자도 후자도 좋아하는 편인데 연호를 밀어내는 상황이 너무 길고, 후반부의 드라마 분위기에 영 적응을 못하겠어서.

 

 

 

※ 블로그와 동시에 올라오는 리뷰입니다.


 

정염에 가득 찼을 땐 놀랍도록 위험한 야수 같은데,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꼭 덩치만 큰 애완동물 같았다. 불쑥 자란 연호와 마주할 때마다 같은 생각을 했었다. 잘 길들여진 개, 아니 강아지 같다고.

어렸을 때, 언젠가 헤어지더라도 스무 살 되면 다시 찾아온다고…… 그러니까 꼭 결혼하자고 했었잖아요. 손가락 걸고 약속도 했었는데.

"옆에만 있게 해 주세요."
"……"
"옆에만 있을 수 있다면,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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