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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낙엽의 가을

 

가을은 바람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찬바람이 살기를 머금고

가을나무의, 메마른 가지 끝에 매달린 반낙엽들을

저승사자같이, 한 번의 칼날같은 광풍으로 휘두르니

우수수 떨어지는... 정말 추풍낙엽이군요.

그런 낙엽들을 바라보며 왠지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나의 여름은 어떠했는지...

나는 정말 7월의 태양같이 한 점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었는지...

찬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가며

저에게 빈 쭉정이같은 삶에는 거둘것이 없다고 차갑게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왠지 참회하고 싶은 밤입니다.

인생을 성실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 내안의 사랑을 다 드러내고 끝까지 실행하지 못한 죄, 맑은 정신으로 깨여 살지 못한 우둔함, 나의 게으름, 나태, 무관심 등으로 피해입어야 했던 착한 이웃들...

이 모든 것들을 다 짊어지고 불을 질러 낙엽태우듯 불사르고 싶은 밤입니다.

밤새워 가부좌로 앉아 세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싶은 밤입니다.










기도
-구상

저들은 저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 눈 먼 싸움에서
우리를 건져 주소서

두 이레 강아지 눈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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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찿아 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윤동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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