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바람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찬바람이 살기를 머금고
가을나무의, 메마른 가지 끝에 매달린 반낙엽들을
저승사자같이, 한 번의 칼날같은 광풍으로 휘두르니
우수수 떨어지는... 정말 추풍낙엽이군요.
그런 낙엽들을 바라보며 왠지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는군요.
나의 여름은 어떠했는지...
나는 정말 7월의 태양같이 한 점 후회없는 시간을
보내었는지...
찬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며 지나가며
저에게 빈 쭉정이같은 삶에는 거둘것이 없다고 차갑게 경고하는 것 같습니다.
왠지 참회하고 싶은 밤입니다.
인생을 성실하게 살지 못한 것에 대한 회한, 내안의 사랑을 다 드러내고 끝까지 실행하지 못한 죄, 맑은 정신으로 깨여 살지 못한 우둔함, 나의 게으름, 나태, 무관심 등으로 피해입어야 했던 착한 이웃들...
이 모든 것들을 다 짊어지고 불을 질러 낙엽태우듯 불사르고 싶은 밤입니다.
밤새워 가부좌로 앉아 세상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싶은 밤입니다.
기도 -구상
저들은 저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들도 이들이 하는 바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 눈 먼 싸움에서 우리를 건져 주소서
두 이레 강아지 눈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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