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의 음악
폴 오스터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3월
평점 :
품절


폴 오스터의 작품에서 직업이 회사원인 사람(정상적인 사람)을 만나기는 아주 힘들다. 그는 아주 예외적인 상황으로 등장인물을 몰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 소설도 마찬가지다. 전직 소방수인 이혼남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주인공이 우연(혹은 기회)으로 거액의 유산을 받은 후 시작한다. 그 행운 뒤에 찾아오는 공허감이 이야기 꺼리다. 자동차, 여행, 도박으로 은유되는 자유 상황과 성(城), 컨테이너, 벽돌 등의 구속 상황이 빈틈없이 대치된다. 역자는 이 작품을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구체화시킨 소설이라고 한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자유로부터 구속으로 도망쳐 가는 현대인의 노곤한 초상. 프롬은 Escape from freedom이 아니라 Escape to freedom 으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지만 주인공은 다른 선택을 한다. '나시'는 다시 다가온 우연에 그냥 몸을 맡겨 버리는 초라한 현대인인 것이다.

돌을 쌓으면서 안도감을 느끼는 건 구속이라는 마약에 중독된 정착하고 싶은 현대인의 메타포일 것이다. '돌을 쌓는 일'은 몇 푼의 돈으로 가치 없는 일에 사람을 종사하게 하고 거기에 더해 스스로 만족감까지 의도하는 '돈'의 거대한 위력을 은유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나시'가 '머크스'에게 행하는 치졸한 복수극? 잘 읽히는 소설이다. 그게 폴 오스터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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