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중심이지요 - 감성멘토 허태수 삶과 의식의 철학적 고찰
허태수 지음 / 리즈앤북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기독교에서도 다른 종교들처럼 묵상(또는 명상)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성경 속의 간단한 말씀이나 줄거리를 잡고 조용히 마음을 집중하여 느껴보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같은 말씀을 갖고도 개개인의 묵상내용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주제에 따라 자신의 생각들을 풀어쓴 후, 희안하게도 맞아 떨어지게 인용된 말미의 간단한 성경말씀.... 책을 읽을 때는 그 순서가 바뀌었지만, 이 책은 허태수 목사의 '묵상집'이라고 하면 좋겠다.

 

그런데, 이 책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묵상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들과는 사뭇 다른 면모들을 갖고 있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제목에서 보듯이 언뜻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의 묵상은 팍팍한 세상살이와 고민, 구조적 모순과 정의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의 '사람이 중심'이라는 말은 곧 '신이 중심이 아님'을 내포하는 말이 아니며, 오히려 그의 폭넓은 묵상이 일반인들에게 기독교의 지평을 더 넓게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같다.

 

'이 세상의 비극은, 사람들의 불행은, 삶과 의식의 옳고 그름을 가늠해 줄 항구, 그 플랫폼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내 의식과 삶과 정신과 영혼의, 급기야는 내가 일하고 살아야 하는 목표로서의 원칙과 척도가 있느냐는 말입니다. 그래서 파스칼은 '우리가 어디에다 도덕의 항구를 구할 것인가?'하고 묻는 거죠. 우리도 파스칼을 따라서  '진정한 나의 나된 삶을 위해 나는 어디에다 나의 항구, 나의 척도를 구할 것인가?'하고 묻게 되는 것입니다. 내 생의 과녁이 뭐냐는 겁니다. 화살을 쏘기는 쏘는데 어디로 쏘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이렇게 각자의 항구에 따라 그 사람의 삶과 운명이 결정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확실하게 신뢰할 만한 항구, 부정할 수 없이 견고한 플랫폼 하나를 알고 있습니다. 튼튼한 반석이라고 일컬어지는 분, 처음과 마지막이라고 스스로 말하시는 분, 시작과 끝이라고 하는 분 ....'(p70)

 

저자의 관심은 일상의 행복과, 사물과 동물들, 한편의 시, 만남과 언어, 어떤 한 사람...으로부터 시작하여  원자의 구조, 상대성원리와 불확정성의 원리, 우주의 발견...에까지 이른다.  

풍부하게 인용된 문학작품, 영화, 철학, 과학 서적과 인물들은 종교가 이 세상의 모든 것들과 서로  포함하고 또 포함되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헤겔이었던가? 철학과 예술과 신학은 동격이라고... 저자의 묵상안에서 철학과 예술과 신학은 하나가 되었다.

 

'세상에 속하지 않고 하나님에게 속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런 길도 없습니다.''(p80)

 

이해를 돕기 위해 '새김'으로 주석을 달고, 인용된 서적과 인물에 대해서도 '톺음'으로 설명해 주어서 새로운 지식이 새록새록 쌓이는 즐거움도 주는 책이다.

 

저자의 사소하면서도 방대한 이야기들은 신앙과 연결되어 놀라운 통찰을 보여 주고 있다.

그의 묵상은 깊이가 있으면서도 자유롭고, 폭 넓으면서도 집중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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