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대륙, 아메리카 - 콜럼버스 이후 정복과 저항의 아메리카 원주민 500년사
로널드 라이트 지음, 안병국 옮김 / 이론과실천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맞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말을 들은 적이있다. 우리나라에서 땅을 파고 그대로 들어가면 반대쪽에 칠레 땅이 나온다는 말이다. 그렇게 남아메리카 칠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 말 그대로 지구의 반대편에 놓여있다.

요즘 한창 칠레 포도가 마트의 진열대를 채우고 있지만 여전히 그곳은 우리에게 미지의 땅이다. 더구나 고고학적으로도 1만년이상 되었다고 하는 그곳 원주민 인디언들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생소한 것들이다.

이러한 정도의 호기심을 갖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콜럼버스의 '신대륙발견 500주년(1992)'을 즈음하여 처음 쓰여진 책으로 저자 로널드 라이트는 오랫동안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역사와 문명, 그리고 서구 문명의 한계를 성찰하는 책을 써오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발을 디딘 1492년, 아메리카에는 1억명 정도의 인디언들이(당시 전세계인구의 20%정도) 다양한 부족 연합의 형태로, 제국의 형태로, 살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완전히 멸망해 없어진 부족도 있고, 그 중의 상당수가 현재까지도 그들 특유의 문화를 간직한 채 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그 들 중 순서에 따라 중앙 아메리카의 아스테카, 마야, 남아메리카의 잉카, 북아메리카의 체로키, 이로쿼이의 침략과정과 인디언들의 저항, 그리고 현재의 처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어렵사리 남아있는 기록들과 생존 인디언들의 구술로 쓰여 졌으며, 다소 저자의 어조가 거칠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단순히 명명된 사건, 인물, 지명, 또는 은유적 표현들이 낯설어 어렵게 느껴지는 면도 있었으나 이는 아메리카의 과거와 현재에 대하여 내가 너무나 무지한 탓이었다고 생각한다.

 

1492년 당시, 이제까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삶은 상당히 높은 수준에 다다라 있었고,  인구와 도시의 크기, 영토의 넓이, 민족의 다양성, 문명의 발달 등 충분히 국가, 또는 제국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단, 그들의 과학, 기술의 발달 방향, 종교, 정치, 경제 이념 면에서 유럽과는 근본적인 차이를 갖고 있었다. 

다양한 부족의 형태로 존재했던 인디언들은 자신의 영토에 들어온 유럽인들을 손님이나 이웃으로 받아 들이고자 했으나 유럽인들은 그 '다름'을 인정하지 못한 것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할 수 있겠다.

더불어 이들 원주민 인디언들 멸망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유럽인들과 함께 건너온 천연두의 창궐과, 오랜시간 다른 대륙과 고립된 것에 따른 면역력 부족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디언들은 고통 가운데 수 백 년의 시간을 반란으로, 동등한 나라 간 조약으로, '백인 정착민 나라'들에 저항해 왔다.  그들은 아직도 백인들에게 항복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자신의 영토가 포함된 각 나라에서 공동체의식과 문화를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500여 년 전 스페인과 영국, 프랑스 등의 제국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휩쓸고 지나감으로부터 시작된 비인간적인 살육과 파괴, 죽음, 아직도 끝나지 않은 인디언들의 고통에 너무나 마음이 아프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현재 관광지가 되고 있는 북미의 인디언 보호구역도, 조약과 거래, 거짓과 배반으로 얼룩진 결과물이라는 것이 참으로 슬펐다.

특히 중남미에서 최근까지도 계속된 내란, 분쟁, 학살의 밑바탕에 그 옛날 그 침략의 역사가 깔려 있으며, 시대에 따라 민족갈등으로, 계급투쟁으로, 인종문제로, 복잡해지고 왜곡되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어 더욱 가슴이 아팠다.

1990년에도, 우리에게는 너무나 평화로운 나라로만 알려져 있는 캐나다에서 이로쿼이 모호크족의 독립을 요구하며 무장봉기가 있었다는 사실은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이 책을 통하여 인디언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그들의 역사, 문화, 아픔을 알게 되었고, 아직까지 통용되고 있는 '유럽식 민주주의'개념이 최선의 민주주의인지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는 인간 다양성의 인정,  자연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와 맞물려 최근의 인디언에 대한 관심과, 그들 자신의 정체성이 아메리카에서 평화롭게 부활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놀라운가? 이런 이야기가 정말 놀랍게 들린다면, 그것은 지난 500년간 승자의 역사만 들어왔기 때문이다. 승자의 이야기만 듣다 보니 다들 그런가 보다 했고, 우리자신의 입으로도 또 그렇게 떠들었다. 이제 다른 쪽 이야기를 들어 볼 차례다."(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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