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
마이런 얼버그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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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들도 그럴 것이다. 나도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던 어느 한 순간이 있었다. 내가 부모와는 별개의 존재이며, 내가 믿고 따랐던 부모가 하찮고 약하게 느껴지는 것과 동시에 일어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후, 어느덧 뒤늦은 후회와 함께 부모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또는 모든 부모가 대단하다는 것을 고백하게 된다. 부모를 이해하는 것은 곧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다.

이미 노년에 접어든 동화작가 마이런 얼버그가 이 책을 쓴 것을 보면 그도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작가는 청각장애인인 부모아래 맏아들로 태어나, 소리가 없는 세상과 소리가 있는 세상을 오가며 바쁘고도 피곤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소리를 듣지 못하는 부모때문에 어려서 부터 많은 책임을 떠안아야 했으며,장애인을 천대하던 당시의 경멸의 소리들을 고스란히 감당해야만 했다.

그는 소리에 갈증을 갖고 있는 아버지에게 많은 소리를 표현해 주어야 했고, 5-6세 때부터 아버지와 소리를 듣는 사람들사이에서 통역사의 역할을 해야했다. 게다가 간질병이 생긴 동생을 돌보는 것까지 그의 몫이 되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비록 말은 못하지만 소리를 듣는 사람보다 떳떳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아버지 자신은 그의 부모나 가족으로부터 대화의 상대가 되지 못한 불행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그의 자녀와는 풍부한 사랑의 표현과 대화를 해 준 사람이었다.  

 

이 어린 시절의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 그 가운데에 '언어'라는 것이 있었다. 아버지는 신문사에서 활자들을 다루었고 매일 신문을 읽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소리들을 아들을 통하여 시각적으로 보고자 했다. 아들과의 수많은 대화를 하며 손을 통하여 글이나 말과는 다른 언어의세계를 체험하게 해주었다.

각자가 사용하는 개별의 언어는 모두 각자의 의미들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서 작가는 다른 아버지들과는 다른 풍부한 시각적 언어를 갖고 있었던 아버지를 그리워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가슴아프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은 작가가 장애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한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글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며, 치명적인 약점에도 불구하고 자녀에게 헌신한 이세상 모든 아버지들에게 바치는 헌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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