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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비, 의궤를 만들다 ㅣ 처음읽는 역사동화 9
세계로.황문숙 지음, 최현묵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17년 5월
평점 :
이선비, 의궤를 만들다
그동안 너무도 쉽고 재미나게 읽었던
역사동화 이선비 시리즈인지라 기대가 되긴 하지만
의궤란 말 자체가 어렵게 다가오는건 어쩔 수 없네요.
의궤란?
쉽게 말해서, 조선 왕실의 중요한 행사나
공사에 대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긴 종합 보고서인 셈이지요.

어렵고 딱딱할 것 같았던 의궤에 대한 이야기는
수원 화성이란 말과 함께 친근한 이야기로 다가왔는데요.
이유는 바로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수원이기에
수원화성과 화성행궁을 다니면서 조금씩
보아오던 것들이 있기 때문이지요.
주인공 이선비가 의궤에 들어갈 그림 작업을
책임지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에는
정조 대왕의 화성 행차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어마 어마한 행렬은 익히 들어 알던 것인데도
이렇게 도화서의 화원들이 하나 하나 그림으로
그리는 과정을 읽고 있노라니 다시한번 그 스케일이 느껴졌답니다.
오늘날 어떤 행사에서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는 것도
힘든 일일텐데 하물며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그리는 수작업이라니....
화성행궁의 뒷뜰?에 가보면 이렇게 정조대왕
능행 반차도를 볼 수 있는데요.
사람들의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다르고
생동감있게 표현된 그림은 보기만 해도 감탄사가 나오게 되지요.
반차도는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서는
자리나 순서, 사용할 물건의 이동 순서와
위치를 담고 있는 그림이예요.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가마와 그 뒤를 따르는
정조대왕의 좌마~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말만 있고 왕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요?
그 이유도 책에 나와있답니다.
임금님의 모습은 임금님의 초상화인
어진에만 담는 것이 원칙이었어요.
그래서 임금님의 모습은 그리지 않고
임금님이 탄 말인 좌마만 의궤 그림에 그리는데...
궁중 기록화는 왕실과 국가에서 치렀던 행사나
사건들을 담은 그림인데요.
의궤에 들어가는 그림인 의궤도와 궁중행사도가
궁중기록화에 속한답니다.
의궤도는 배경없이 행사 모습 위주로 담지만
궁중행사도는 사진처럼 행사 모습과 주변 풍경
전반을 담는다고 해요.
그 중 1795년 정조가 사도세자의 묘를 참배하고
화성행궁에서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잔치를
열기 위해 수원화성에 다녀온 8일간의 주요 행사 모습을
여덟 폭의 병풍 그림으로 남긴 화성행행도팔첩병은
궁중행사도의 꽃이라 불릴 정도이지요.
화성행궁의 봉수당에서 열린 회갑잔치인 진찬례를
올리는 장면을 담은 봉수당진찬도~
이렇게 상세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니 그 날의
풍악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의궤에 깃든 투철한 기록정신~
그 정신 덕분에 수원 화성은 오랜 역사속에서
훼손되고 파괴되어도 다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복귀가 가능했다고 하지요.
이선비, 의궤를 만들다를 보며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왕실 행사를 기록으로 남겼는지,
궁중 화가인 화원들이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역사동화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