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미투리 한짝] 을 읽고 / 선정중 2 이영서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국어선생님의 권유에서부터이다. 요새 독서량이 많이 늘어 책의 재미를 새삼 깨닫고 있던 지라 오히려 감사한 마음으로 책을 받았었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책의 표지가 처음과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 조금은 신기하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내용 전개가 낯설지 않아서 당황스러웠었다. 분명 처음 보는 책인데 책장을 넘길 때 마다 흐릿하게, 희미하게 무엇인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이 책의 주인공인 칠복이와 소년의 이야기가 조선 때의 단종의 이야기임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아는 단종은 어린나이에 왕위에 올랐지만 재상들이 정치의 실권을 장악해, 이에 수양대군(세조)이 정변을 일으켜 왕위에서 물러가게 된 비운의 왕이었다. 칠복이가 이승에 내려와서 만난 소년이 단종이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당시 단종의 마음과 소년의 마음을 더 깊게 헤아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인 칠복이는 전생의 기억과 다음생의 삶을 찾아 이승으로 내려온 혼이다. 칠복이는 이승에서 내려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자신이 원하던 왕의 신발인 미투리 한 짝을 주워들게된다. 나머지 한 짝을 갖기 위해 칠복이는 소년의 곁에서 머무르게 되고, 그 소년에게 점 점 관심이 가게 된다. 후에 칠복이는 소년이 자신의 몸이었음을 깨닫게 되고, 기억을 되찾은 채로 하늘로 돌아가게 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소년이 악몽으로부터, 자신의 나약함으로부터 괴로워하고 있을 때, 칠복이가 소년에게 마음의 소리를 전하려고 했던 부분이다. ‘원한은 또 원한을 낳을 뿐이야. 잊어버려. 고통스러운 것은 기억하지마’ 라며 소년에게 얘기하려던 칠복이의 모습이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안쓰럽게 느껴진다. 칠복이가 소년에게 기억하지 말라고 얘기하던 모습이 소년이 겪었던 고통을 대신 얘기해 주는 것 같아 생각할수록 마음이 찡 하다.
소년은 12살에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르고부터 죽음과 가까이 지냈어야 했고,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했다. 소년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자신을 자책하고, 과거를 후회하는 일밖에 할 수 없었던 소년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음 생에는 대비와 평범한 평민으로 태어나고자 바라는 소년을 보면서 칠복이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기억을 되찾고 하늘로 돌아가서 할아버지께 다시는 세상에 나가지 않겠다던 칠복이의 말에 할아버지는 부모, 형제, 자매는 물론 이웃까지 서로 협력하면 큰 뜻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해준다.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우리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일은 없다. 어떤 일이든 서로 돕고, 믿고, 희생 하면서 이뤄나가는 것이다. ‘나’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라 주위에서 나를 도와주고 나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도 생각 하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괜스레 가져본다.
‘부자는 항상 행복하지 않다’ 라는 말이 있다. 물질적인 쾌락만으로 사람은 행복해 질 수 없다는 말이다. 실제로 소년은 평민으로 태어나 대비와 행복하게 살 것을 꿈꾸었다. 소년을 통해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 웃을 수 있는 시간을 더 소중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소년은, 칠복이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서 살았고, 주변에 있던 많은 사람이 죽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 살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을 읽고, 소년의 슬픔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나는 행복하지 않아’ 가 아닌 ‘나는 행복해’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소년과 비슷한 또래로서 칠복이가 속삭이던 위로가 나에게 크게 다가왔기도 했고, 조금 우스운 말이지만 역사는 참 슬프고,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