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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
피트 런 지음, 전소영 옮김 / 흐름출판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입니다. 굳이 이 명제를 부정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명제 아래 오늘도 두 눈 부릅뜨고, 최대한의 이익을 위해 주식매매를 하고, 적금을 들며, 부동산을 매입합니다. 다소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생활 전반에 걸쳐 논리라는 무기로 이성을 앞세워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피트 런의 '경제학이 숨겨온 6가지 거짓말'을 읽었습니다.
경제 관련 학과를 졸업하지 않았습니다만, 학창시절 경제학 관련 수업은 아마 대부분 들어 보셨을 겁니다. 복잡한 수치와 그래프를 앞세워 꽤나 힘들었던 수업입니다. 그런 일련의 배움 과정은 하나의 견고한 전제로 부터 출발합니다.
경쟁 균형 모델입니다.
이기적이고, 독립적이며 합리적인 개인,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과 임금이 조정되는 시장, 이윤 극대화를 목표로 하는 기업으로 구성된다는 전제입니다. 저 또한 이 전제에 회의를 품지 않았습니다. 이성이란 굴레 안에서 스스로 정확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 약간의 시간을 되돌려 지난 카메라 구매 과정을 되짚어 봐야겠습니다. 최대한 같은 물건을 싸게 사기 위한 일련의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들의 소비 행태와 크게 차이 나지 않을겁니다. 주로 온라인으로 거래를 하기에 가격비교사이트를 들러 가격을 확인합니다. 가장 저렴한 사이트 부터 순차적으로 선택해 꼼꼼히 따져봅니다. 가격과 신뢰란 두 팩터를 가지고 저울질해서 믿을만한 사이트중에서 가장 저렴한 사이트를 선택합니다.
가장 저렴하게 샀다고 안도하고 있지만, 이 과정은 명백한 오류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경쟁균형 모델에서 개인은 완벽한 정보를 가지고 합리적인 결정을 한다고 합니다. 이 과정을 경제학 이론들에 끼워 맞추다보면, 전제에서 부터 삐걱거립니다. 직관적으로 봐도 개인은 완벽한 정보를 가지지 못할 뿐더러, 신뢰과 가격사이의 줄타기의 최고점은 개인 수준에서의 합리이지 절대다수가 최고점이라 인정하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넘어, 경쟁 균형 모델이라는 전제 자체가 인간의 심리를 포함시켜 설명하지 못한다고 주장합니다. 개인과 개인간의 미묘한 관계, 개인과 집단간의 관계에 따라 합리적 소비는 자취를 감출 수 있습니다. 실패한 과학의 특징은 핵심이론을 부가 이론으로 계속 땜질하면서 예측력도 볼품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처럼 잘못된 전제 위에 세워진 경제학 모델은 부가 이론으로 덕지덕지 붙어 현실과 점점 동떨어 진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책의 이야기는 시작합니다. 현 경제 모델은 학자들의 편의를 위한 전제로 시작되었기에 인간의 마음, 즉 심리를 읽지 못하고, 실 경제 생활을 포괄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실 생활의 경제학 이론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은 예측력이 형편없어집니다.
경제학의 잘못된 전제 6가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인간은 무조건 이익을 추구한다.
- 세상은 예측 가능하다.
- 인간은 이기적이다.
- 아무리 광고해도 소용없다.
- 조직은 합리적이다.
- 기업의 목표는 이윤 극대화다.
편의를 위한 전제 이전에 경제 전반에 걸친 경제 행위 자체를 철저히 조사해 보자는 겁니다. 그 과정인 행동경제학의 시발점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행동경제학을 깊게 조명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지면을 전제의 허술함을 파헤칩니다. 이성을 넘어 감성의 영역, 구뇌로 대표되는 인간의 감정적 영역과 인간대 인간, 인간 대 사회의 관계에 따른 경제 활동을 이야기합니다. 물론 단지 붕뜬 주장이 아닌 심리학적 실험을 근거로 뒷받침합니다. 읽는 동안 행동경제학에 대한 궁금함이 일었습니다. 관련 책을 사뒀지만 미쳐 읽지 못해 조만간 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글을 맺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