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더 발칙한 한국학
J. 스콧 버거슨 외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태어나 자란 이 땅을 벗어나 본게 딱 한번입니다. 그것도 신혼여행입니다. 그러나 가끔 가슴을 짓이기는 현실의 도피처로 이민을 꿈꿔보기도 합니다. 이민이 아니더라도 훌쩍 떠나 외국에서 몇 년간 살다 오고 싶습니다. 단지 국적이란 굴레 안에서 삶을 제단하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인터넷이라는 글로벌 네트웍은 둘째 치더라도 국내, 국외란 경계는 조금씩 희미해져 갑니다. 그런 생각의 끝에서 다시금 정신을 추스리는 연유는 과연 그 곳에서 이방인이란 옷을 벗을 수 있을까란 의문이 일기 때문입니다.
스콧 버거슨과 친구들이 지은 '더 발칙한 한국학'을 읽었습니다.
이 땅의 이방인
이 책은 대한민국이란 영토에 착륙한 이방인들의 생활과 생각을 고루 담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라보는 한국은 날선 비판과 더불어 애정어린 시선이 교차합니다. 한국에 대한 끌림에 의해 정착한 후 애정을 더하다, 이방인이란 벽 앞에서 좌절하는 스토리가 축입니다. 솔직해 져야겠습니다. 맞습니다. 원어민 영어교사들이 대부분이며, 그외엔 미군 그리고 이태원, 홍대 등지를 돌며 한국 여자들을 농락하고 있다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특히나 효선이 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그 감정은 절정에 달했습니다. 그 와중에 무고한 이 땅의 이방인들도 동급으로 취급당했습니다. 그들 마저 한꾸러미로 매도해버린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성이라 치부하기 이전에 반미감정과 어울려 한민족이란 정체성을 바탕으로 타인 외국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은 굳건합니다.
소외된 타인, 외국인 노동자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전 이 글을 뱉고 올리고 주장하는 이들은 그나마 행복한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외국인이라면 거의 백인입니다. 주위를 조금 둘러 봅시다. 주위에 있는 유색인종의 외국인들, 동남아에서 온 노동자와 결혼 상대자는 이미 한민족이라는 근간을 흔들기에 충분합니다. 그들을 대하는 우리는 시선은 어떨까요? 아직까지도 단일민족의 오점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은 아닐까요? 슬프지만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입니다만, 그들을 한가족처럼 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넘어야할 현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현실을 좀 더 정확하게 봐야겠습니다. 과거와 현재에 걸쳐진 삐딱한 시선을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합니다. 그런 생각의 고리를 가지고 이 책을 본다면, 좀 더 사실적이고, 객관적인 현실과 마주할 수 있습니다. 내가 나가 이방인이란 옷을 입고 마주칠 현실이 고스란히 있습니다. 아니 되려 이 곳의 현실이 좀 더 열악할 수 있습니다. 국제화란 허울좋은 이름 대신에 나와 다른 타인을 보는 시선에 사랑이 조금만 묻어 난다면, 넘어 설 수 있는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조금 아쉬운 비평
우리의 문제점은 인식했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넘어야할 산이며, 시간이 더해진다면 우리의 시선 또한 따뜻해 질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읽어 내려갔습니다만, 마지막 챕터에 나온 스콧 버거슨의 글들은 조금 버거웠습니다. 객관화란 창과 이성이란 칼날로 현실을 이야기 합니다만, 그 역시나 현실의 특이점만을 본건 아닐까 고민해봤습니다. 객관화도 좋습니다만, 이방인이 아닌 현실에 묻혀 하루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감내하는 고통은 소외시 한게 아닐까요? 좋든 싫든 이 땅에 뼈를 묻어야 하는 사람과 언제든 떠날 수 있고, 떠나야지란 생각을 가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생각은 차이가 납니다. 그의 시선이 그리고 그의 생각이 되려 이방인이란 생각에 규정지어진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많은 이야기들에 낯 뜨거웠습니다. 그들의 허물도 있고 우리의 허물도 있습니다. 단지 서로의 허물을 캐내는 이야기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울러 그의 전작 발칙한 한국학도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