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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 ㅣ 내인생의책 그림책 6
낸시 틸먼 지음, 이상희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8월
평점 :
2009년, 올해 삼월은 두근대는 설레임과 함께 초조한 기다림의 연속이었습니다. 첫 아이 임신을 하고 출산을 기다리던 와중, 전문의의 유도분만 권유로 3월 말 아들과의 조우는 시작되었습니다. 서른 시간 넘는 진통 끝에 결국 수술을 하게 되었고, 그날 밤 아이는 태어났습니다. 만남의 환희 보다는 솔직히 와이프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와이프가 정신을 차리고 제 정신도 조금 수습될 쯤 잠깐 스쳐간 그 녀석의 얼굴이 다시금 떠올랐습니다. 이제 내가 아버지가 되었구나. 새로운 세상은 정신없는 와중에 그렇게 다가왔습니다.
낸시 틸먼의 '네가 태어난 날엔 곰도 춤을 추었지'를 읽었습니다.
아이와의 만남에 대한 부모의 벅찬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아이와 만나고 정신을 차리고 하루, 이틀 그 녀석과 만나는 시간이 조금씩 쌓이면서, 세상은 점점 그 녀석 위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나와 와이프간의 관계에서 아이에 대한 일방적인 관계로 모습을 바꾸었습니다. 저나 와이프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적응이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조금씩 우리의 관계를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근래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아팠습니다. 목감기, 열감기라 합니다. 개인적으로 감기에 대해선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터라 아이도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40도에 육박하는 체온에 당황하다, 해열제 이후 35까지 내려가 저체온까지, 그리고 근 5일에 걸쳐 내려가지 않는 열에 와이프와 전 혼이 달아날 지경이었습니다. 그 일 이후 이녀석의 응석은 늘어나고, 육아 지식 부족에 대한 자책 또한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결코 숨길 수 없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넌 우리의 모든 것이야.
이 책은 제가 한번 주욱 읽고, 다시금 아이와 함께 읽었습니다. 물론 8개월 녀석이 무엇을 알겠습니까만, 스스로의 벅찬 감정을 조금이나마 전해주고 싶었습니다. 읽는 줄곧 저자의 글에 제 마음이 알알이 박혀 있었습니다. 글 한번 보다 아들녀석 얼굴 한번 보다를 반복했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한번씩 웃어주기도 하고 무심한척 시크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잠깐 언급한 것처럼 이 녀석이 태어나고 세상은 이 녀석 위주로 돌아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어설픈 부모의 착각이겠습니다만, 여기 그런 부모가 한 명 더 있습니다. 저자 역시나 저의 생각과 궤를 같이합니다. 생명탄생의 신비로움 이전에 자식에 대한 근원적 환희가 책 속에 가득합니다. 이기적 유전자란 도킨스의 이야기에 이성적으로 공감하면서도, 감정적 끌림을 절대 넘어서지 못합니다. 세상 모두가 이 녀석을 위해 축복하는 것 같습니다. 팔불출 아빠라 이야기 합니다만, 전 그 호칭이 싫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이 태어난 날에 온세상이 춤을 추었다 믿습니다. 분명 한 아이의 아빠라면 백번 공감할 이야기 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