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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결혼 시키기
앤 패디먼 지음, 정영목 옮김 / 지호 / 2002년 10월
평점 :
앤 패디먼의 '
서재 결혼시키기'를 읽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닙니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라 생각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류의 사람치고 책에 관련 된 책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역시 읽지 않더라도 책을 모으고, 책에 대한 욕심이 넘치는 사람입니다. 앤 패디먼의 이 책은 책벌레의 유별난 책, 활자 사랑에 대한 벽을 주제로 몇 개의 에세이를 뭉쳐 두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책 관련 책들은 많이 읽어 왔습니다. 독서법에 대한 책들도 꽤 많이 읽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을 든 것은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함 보다는 저자의 열정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지금의 나태함에 살짝 채찍질 하고픈 마음이 앞섰습니다. 결론적으로 그녀의 벽은 예상을 뛰어 넘었습니다. 정민선생의 '미쳐야 미친다'나 이덕무의 '간서치전'을 읽는 감흥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습니다. 다만 그녀의 이야기가 우리와 약간 동떨어지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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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14 - [독서 흔적] - 책만 보는 바보
일전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것에 잠시 이야기 한 적이 있습니다.
서평을 쓰고 시간이 지나 뒤돌아 보면 그 당시의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서평을 쓰는 주된 이유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저보다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책들이 우리 서가에 쌓이면서 그 한권 한권이 우리 삶의 이야기의 한장을 구성하게 된다고 합니다. 눈이 틔였습니다. 책만으로도 나를 뒤돌아 볼 수 있습니다. 삶의 한켠을 돌이킬 수 있습니다. 서가랄 것도 없는 책장에 가서 잠시 책들을 훑어 봤습니다. 책을 구매한 순서대로 정리되어 있지 않습니다만, 그와 함께한 시간들이 새록새록 돋아납니다. 어떻게 산 책인데 버릴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책을 버리는는 것은 저의 시간을 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함께 평생을 같이 할 든든한 친구에 책들도 포함되야 하지 않을까요?
에세이 속 그녀의 행동들 중에 마음이 동한 몇가지가 있습니다.
현장독서,
낭독, 그리고
아날로그적 글쓰기에 대한 동경입니다. 여행을 책과 함께 가는 것, 물론 여행지와 관련없는 책과 갈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여행지에 여행지와 관련된 책을 들고 떠나는 여행이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늘 그런 여행, 책읽기를 동경하고 있기에 에세이 속 저자의 이야기에 한껏 동했습니다. 그리고 낭독, 물론 모든 책을 낭독할 필요까지는 없습니다만, 낭독을 더하면 읽는 맛이 배가 되는 책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날로그적 글쓰기. 지금 이 글 역시 자판을 통해 모니터에 새기고 있습니다. 악필입니다만, 흘러가는 글 뿌림이 늘 좋습니다. 더욱이 종이에 펜을 더해 만드는 자국은 가슴에 새기는 것 같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책과 그녀의 삶을 조금 가까이서 지켜 봤습니다. 이 책은 그저 책을 좋아하던 부모의 영향으로 책을 좋아하며 성장한 한 여자가 책을 매개로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고 친구들을 사귀고, 또 자식 둘을 낳아 책을 함께 읽으며 키워 나가는 이야기를 깔끔하면서도 재치있게 기록한 짧은 에세이 열여덟편을 모아 놓은 수필집일 뿐이다.
따라서 어떤 대단한 것을 얻기 위해 읽어서는 안됩니다. 잔잔히 그녀의 삶을 지켜보고 글 속 저자와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으로도 값어치를 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글들중 저의 생각과 일치하는 한문장으로 서평을 마무리합니다.
감상적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읽거나 쓰지 못한다면 나는 끝난 것이라도 봐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