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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 지음, 이상원.조금선 옮김 / 황소자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다닐 알렉산드로비치 그라닌의 '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를 읽었습니다. 세상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이 하루 24시간이라 합니다. 잠시 25란 오자를 썼습니다만, 이내 고쳤습니다. 누구에게도 25란 시간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가끔 생각을 합니다. 내가 얼마나 오래 살까. 대락 앞으로 40년 더 산다면, 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조바심이 납니다. 그럴때면 이것저것 계획도 세워보곤 합니다. 그러나 그럼 맘도 한 두시간 뿐인게 문제겠지요.
여기 시간을 정복한 남자란 거창한 타이틀을 단 책이 있습니다.
류비셰프, 솔직히 한번도 들어본적없는 과학자입니다. 시간을 정복하다니 호기심 이전에 의아함이 앞섭니다. 과연 정복의 대상에 시간이 오를 수 있는 것일까요? 인터넷을 통해서 알게되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을 철저히 관리하며, 통계를 낸 사람, 분단위까지 평생을 기록한 사람. 이 쯤 되면 벽도 이런 벽이 없을 듯합니다. 뭔가에 단단히 미치지 않고서야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관리 한다는 것이 생경합니다.
하루의 계획, 한달, 일년의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를 채찍질 하는 사람은 봐왔습니다. 그러나 그 계획들의 시간 단위는 성깁니다. 특히나 류비셰프에 비하자면 도드라집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시간의 부족함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기에 읽는 속도며, 내놓는 결과물이 맘에 들지 않습니다. 다른 일상에서 시간을 낼 수 없을까. 버려지는 시간을 모을 수 없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할까?란 고민 이전에 저를 되돌아 봐야 함은 분명합니다. 그 롤모델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가 대단해 보이는 것은 그가 시간을 관리해서 대단한 결과물을 내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그가 낸 결과물을 폄하할 생각은 더욱이 없습니다.
제가 관심가는 부분은 발견 이전에 발견을 위한 토대를 한평생 마련한 것입니다. 이 꾸준한 자기 발견 자체가 경외롭습니다.
발견을 하려면 측정을 해야합니다. 내가 쓴 시간, 내가 하루를 어떻게 쓰는지 트랙킹을 해야합니다. 되돌아 봐야만 문제점을 발견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한평생 반복했습니다. 솔직히 그의 삶을 따라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제 삶을 성찰할 수 있었던 계기였습니다. 흐지부지 썼던 과거의 시간들을 꼼꼼히 되새김질 해봐야겠습니다. 시간 관리 이전에 삶자체를 측정하려 했던 과학자, 삶의 예술가 류비셰프. 뜨거운 열정 보다는 담담함, 그의 차가운 열정이 오싹합니다.
글을 맺는 와중에 역자의 마지막 말이 제 머리를 흔듭니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쉬는 것도 아닌 그런 흐지부지한, 그러면서도 마음 불편한 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