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과 탈주 트랜스 소시올로지 2
고병권 지음 / 그린비 / 2009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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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철학관련 서적들은 읽기가 힘듭니다. 책 읽기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릅니다만, 일반적으로 쉽게 다가갈 수 없습니다. 읽기가 힘듦은 둘째치고, 생활 속에서 그 고민을 녹이기는 더 어렵습니다. 그렇기에 앎과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적은게 아닌가합니다.

고병권씨의 '추방과 탈주'를 읽었습니다. 일전에 서평을 올린 나쁜 사마리아인들과 겹쳐 생각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 책이 신자유주의 정책의 국가간 갈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 책의 전반부는 국가내에서 정책의 변두리인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소외된 비정규직 노동자, 서민,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들의 사회적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제목에서 알수 있듯이 그들에 대한 내적 추방과 그들 스스로 국가로부터의 탈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2009/02/11 - [독서 흔적] - 나쁜 사마리아인들

전반부에선 대중의 흐름에 대한 사회적 통찰을 다루고 후반부는 지식인의 앎과 삶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선언문을 통해 대중의 관심과 운동을 고취시킵니다. 다소 딱딱한 이야기 들인지라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좀 더뎠습니다.

요즘들어 정부의 공권력에 힘이 실리는 것을 우리는 목도 했습니다. 용산 참사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으며, 최근의 연쇄 살인으로 인한 대중적 요구가 스스로를 공권력에 의지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나 생각도 해봅니다. 분명 사회 주변인에게 가해지는 공권력과 치안을 위해 가해지는 공권력에는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일시하는 우를 범하는게 안타깝기도 합니다. 이렇듯 정부가 적나라해짐과 더불어 대중은 익명적이 됩니다. 미네르바 사건 이후로 자기검열에 생각의 고리를 덮기도 하는 저를 봅니다. 그러나 저자는 이 대중지성의 힘을 무시하지 말라고 강하게 주장합니다. 익명이 되었다고, 대중의 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국민주의는 한층 강화되고 있습니다. IMF를 거치면서 스스로의 단결을 드높이 외치던 그 생각들이 국민주의를 고취시켰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외부적으로 타 국민을 배척하던 시기를 지나 내부적으로 국민을 배척하는 시대입니다. 타자의 이중화를 말합니다. 공권력의 서슬퍼런 칼날에 휘둘리는 사람. 비국민, 즉 내부 난민들입니다. 정부의 권력은 국가란 테두리 안에서 특히나 주변, 소수인들에게 더 엄격합니다. 전체를 위해 희생된 일부, 결과적으로 전체에 포함되지 못하는 일부를 우리는 주변인이라 부릅니다. 비국민, 내부 난민, 주변인이 같은 맥락의 단어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자는 나름의 대안,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합의와 공공성에서 배제된 자들이야말로 이견 있는 자들의 새로운 연대를 창출하고, 새로운 공공성, 즉 국가적인 것으로 환원되지 않는 새로운 대안적 공공성을 만들어 내야하는 것 아닐까?"

더불어 지식인에 대해서도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지식인은 현장으로부터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것을 성찰하는 사색가도 아니고, 현장에서 쓸 사상적 무기를 제조하는 장인도 아니다. 그는 현장에서 자기 해방을 위해 싸우는 당사자여야했다."

실천적 지식인의 사회적 연대가 부족함을 지적하고, 그 부족함의 대안을 이야기합니다. 지식인이 사라진 시대, 지식을 둘러싼 투쟁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해 저자는그 가능성을 '대중지성'에서 발견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익명성에 함의된 대중지성에서 해법을 찾습니다.

저 자신이 정리가 안되기에 이정도의 맥락짓기 뿐입니다. 촛불시위, 한미FTA, 평택 미군기지 등 사회적 이슈들에 대한 고민이 책 곳곳에 녹아있습니다. '연구공간 수유+넘어'를 이끌고 있는 저자의 뚝심과 사회적 고민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저자가 주장하는 일련의 이야기들 외에도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철학이 주는 삶의 기술로서 '생각하기', 습관적으로 살아갈 때, 편견이나 통념에 빠져 있을 때, 어떤 강제적 명령 아래 있을 때, 우리는 어떤 입력된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기계와 다를 바 없다는 저자의 주장은 알량한 지식 나부랭이만을 쫓는 제게 자극제가 되었습니다. 습득과 이해 이후에 진지한 사고가 필요합니다. 단지 얻기에 급급한 지금이 조금은 처량합니다만, 조금씩 스스로를 곱씹어야 겠지요.

그리고 앎과 삶, 앎에 대한 신뢰, 앎을 통해 삶을 구하겠다는 의지는 인문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물음을 던집니다. 저의 말이 아니라 저자의 말입니다. 부끄럽습니다만, 제 스스로가 이런 물음 속에서 떳떳하지 못합니다. 대의를 위한 실천이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앎속에서 삶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이 미약하기에 부끄럽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었으면 합니다. 그만큼 읽으며 공감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 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엉성한 글에 책의 내용히 훼손될까 두려운 마음으로 서평을 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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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 고병권이 쓴 '민주주의'
    from 그린비출판사 2011-05-25 15:09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무엇인가’를 묻는 책들이 태풍처럼 출판계를 흔들어놓고 있다.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바람이 채 가라앉기 전에, 뒤를 이어 유시민의 『국가란 무엇인가』 바람이 불고 있다. 이제 여기에 다시 고병권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바람을 추가해야 한다. 그러나 고병권이 몰고 올 바람은 일시적으로 불고 지나갈 바람이 아니라, 끊임없이 반복해서 되돌아올 바람이다. 그것은 한국의 정치·사상 지형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파열을 내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