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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내가 있었네 (양장) - 故 김영갑 선생 2주기 추모 특별 애장판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김영갑 선생의 '
그 섬에 내가 있었네'를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사진에 관심이 많습니다. 처음 회사형님이 형수님 찍은 사진을 보고 가슴뛰는 경험을 한 이후로 사진에 줄곧 관심을 가졌습니다. 근 6년이 되어갑니다. 그간 나름의 사진 생활을 해왔고, 와이프와 가족들을 찍으며 사진의 재미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런 생활이 지속되면서 찍는 과정 자체가 일상이 되버렸습니다. 일상적인 일에는 늘 권태가 따라 오게 되어있구요. 저 역시나 슬슬 제 사진의 객관적 부족함에 조금씩 불만이 생겼습니다. 나름의 돌파구를 찾고자 시도해 봤지만 흐지부지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개인적인 상황하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일상의 행복, 파랑새를 품에 안고도 파랑새를 찾아 세상을 떠돌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곳이 낙원이요, 내가 숨쉬고 있는 현재가 이어도다."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김영갑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내가 원하는 사진만을 찍으며 생활하는 그 자체로 만족한다. 사진작가로 예술가로 인정받아야 할 이유도 없어졌다. 찍고 싶은 사진만을 찍으며 살아가는 사진장이로 만족하면 그만이다."
자족의 의미를 크게 깨우친 순간이었습니다. 내 사진에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부터 스스로의 굴레를 만들어 버렸습니다. 자족과 더불어 스스로에 대한 자책 또한 조금 했습니다. 어찌보면 자족과는 상반된 견해일지 모르나, 자족의 바탕에는 결연한 의지와 꾸준한 노력이 그 밑을 받쳐야합니다. 시인은 단어 하나로 몇 달을 아파하고, 화가는 선 하나로 몇 년을 아파하는데도 사진가는 셔터 한번 누르기 위해 며칠 기다리다 이내 운이 나쁘다고 투덜거린다는 말에 스스로를 책했습니다. 상상력이 빈약한 사진가, 같은 곳을 가도 육감을 동원해야합니다. 만져보고 느껴보고 들어보고 맡아보고 쳐다보고 난 후 사진을 담아야합니다. 큰 노력없이 스치듯 찍어낸 이미지가 가치없다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감을 동원에 작가의 열정을 사진에 담아라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항상 가지고 다니는 저의 화두 '내가 사진을 찍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쉽게 답을 내리진 못하겠습니다. 몇가지 이유가 있으니, 굳이 하나만 뽑으라 말하면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의 말을 다시 한번 인용합니다.
"지금 여기에서 이 물음에 답을 얻지 못한다면 어디를 가나 방황하고 절망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피하기 보다는 정면으로 돌파해야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분명 끝은 있을 것이다."
이유가 무엇이 되든 분명 스스로의 답을 내릴 것이며, 그 답을 위해서 일상의 스냅이든, 풍경이든, 인물이든 찍어 낼겁니다. 감동을 주는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욕심마저 털어 버리고 사진 찍기 그 자체를 즐기고 싶습니다. 그렇게 절로 흥이 나서 몰입하다 보면 불현듯 원하던 순간을 맞이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노력과 자족이 바탕이된 그 순간 이후로 득오의 순간이 가급적 빨리 오기만을 바랄뿐입니다.
제주도를 사랑한 사나이, 제주 중산간에 터를 잡고 오직 사진만 생각한 사나이, 이어도를 품에 안은 사진가, 외로움과 평화를 주제로 제주도를 사진에 담은 사나이, 그러나 하늘의 시기에 서둘러 하늘의 부름을 받은 사진가인 김영갑 선생의 사진과 글에 푸욱 빠진 시간이었습니다. 그의 생각, 그리고 행동으로 옮기는 결연함에 경외심마져 들었습니다. 오가는 전철안에서 책을 읽었으나, 읽는 동안 전 제주의 바람과 바다내음을 한껏 맡았습니다.
그가 본 제주의 모습은 선생 삶의 프리즘을 통한 고결한 풍경입니다. 같은 풍경도 담는 이에 따라 예술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 어렵게 생각하면 밑도 끝도 없다합니다. 그렇다고 나몰라라 막찍으려는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감옥에서 탈출해 즐기며, 그러나 노력하며 사진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막장을 덮었습니다. 언젠가 한번 더 이 책을 읽을 날이 분명 올 듯합니다. 그땐 좀 더 여유로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