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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에 답하다 - 사마천의 인간 탐구
김영수 지음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김영수씨의 '
난세에 답하다'를 읽었습니다. 일전에 갈무리한 포스팅에서도 미리 언급했던 책입니다.
사마천의
사기를 통해
오늘을 되돌아 보고, 미래를 위한 성찰을 요구하는 책입니다. 작년에 소리소문없이 사마천의 사기를 읽었습니다. 아니 읽다가 포기했습니다. 국내 유수의 CEO들이 가장 추천하는 책 1위에 당당히 그 이름이 올라간
사기열전이기에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하나의 인물이 하나의 열전에 나와 그 실체를 다 보여주지 않는 구성, 즉 한 인물이 여러 열전에 걸쳐 여러 모습을 보여줍니다. 흩어져 있는 인물의 모습을 조합해 그의 특성을 파악해야하는 노고가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더없이 건조한 문체, 다양한 군상, 역사적 사건들 속에 보옥을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사기 해설서를 펼친 것이 아니라 사마천의 사기 번역본으로 시도한 저이기에 이 과정이 지난했습니다. 정리 되지 않음에 머리가 어지러워 중도 포기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당시엔 단지 겉멋으로 시도했을 뿐입니다. 이해하지 못했기에 받아들이지 못했고, 더불어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열매가 떨어져 입으로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론 사기의 진가를 알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먼저 해설서로 도전을 했습니다. 사기를 풀어 일관된 주제로 재 조합하고, 인물을 통합적으로 관찰해 해설하는 이 책이 더없이 고맙습니다.
사기는 잘 알다시피 궁형이란 치욕을 당한 사마천의 역사서입니다. 특히나 열전이 사기의 백미입니다. 여러 인간 군상 속에서 처세에 대해 되짚어 보게끔합니다. 인간세상 전반을 아우르는 통찰력을 기르기에 사기만한 것이 없습니다. 군데군데 읽으며, 밑줄 그었습니다. 제가 가진 그릇이 작기에 많은 것을 주워담지는 못했습니다. 저자가 던져준 알맹이만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었습니다. 시간을 두고 익히고 또 익혀야할 이야기들의 연속입니다.
제목이 그렇듯이 중간중간 현 시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합니다. 지금이 난세라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사기를 통해 상하의 소통, 세상을 아우르는 리더쉽, 와신상담의 인내력, 많은 부분을 요구합니다. 결국 인간이 바뀌어야 세상이 바뀌는 법이지요. 국운이 기우는 것 또한 리더의 부족함에서 오는 산물입니다. 물론 하나만 가지고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지금의 모습을 보면 그 또한 큰 축임을 어제, 오늘의 뉴스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총 9부 31강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EBS 기획 시리즈 <김영수의 사기와 21세기>의 32강을 추리고 엮어 이 책을 내놓았습니다. 사진과 더불어 몇몇 주제를 묶어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산재한 인물들의 입체적 모습이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정치, 경제, 인간사 모든 부분에 대한 성찰을 곳곳에서 만끽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익숙한 고사성어를 통해 보는 상황이 교묘하게 현실과 맞닿아 있습니다.
난세에 답하다의 결론은 결국 인간입니다.
지인논세 '사람을 알고 세상을 논하다'란 말처럼 부단한 성찰과 자성을 통해 사람을 아는 경지에 이르러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세상을 논합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저자의 마지막 인용글이 가슴을 후벼팝니다.
'가장 못난 정치가는 백성과 다투는 자다.' <화식열전>
지루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힘들게 사기에 바로 도전하는 것보다는 이 책을 통해 좀더 가깝께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저자에 의해 재정리되었지만, 사기의 힘이 그대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