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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기
조창인 지음 / 밝은세상 / 200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시고기
조창인의 '
가시고기'를 읽었습니다. 이미 나온지 꽤 된 소설이고, 독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라는 와이프의 말을 듣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더불어 '
비열한시장과 도마뱀의 뇌' 를 읽고 있던 차에 조금 머리를 식히고 싶어 중간에 잠깐 들었습니다. 가끔씩 독서중에 머리를 식히기 위해 가벼운 책을 들곤 합니다. 두껍지 않은 책에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읽었지만, 되려 생각이 많아져 버렸습니다.
정호연과 정다움,
부자지간의 사랑,
내리사랑 치사랑에 대해 백혈병을 고리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2년전 아니 몇 달전에 읽었더라면 아마 끝까지 못 읽었을 겁니다. 태생이 까칠하고, 감정이입이 잘 안되는 저로서는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치들은 머리를 통해 장치로만 받아들이지, 맘으로 공감을 하진 못했을 겁니다. 눈물빼는 그저그런 종류의 소설 나부랭이 정도로만 치부 했을 겁니다.
그러나 딱딱한 심장의 껍질이 조금씩 벗겨지는 기분입니다. 복이라는 새생명 때문입니다. 세상 속에서 간혹 세상에 맞서 버티기 위해선 감정이 메말라야 된다고 줄 곧 생각해 왔습니다. 혼자만의 딱딱한 공간 속에 감정이란 이물질은 감히 범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저였기에 글을 읽으며 가슴 아리는 신호에 짐짓 놀랐습니다. 내가 만들어가는 시공간에 와이프와 복이가 들어오니 계산 할 수 있고 예측할 수 있던 시공간이 더 이상 예측 불가능이 되었습니다. 그런 결과로 소설을 읽고 가슴아리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설은 지루하지 않습니다. 빠른 속도로 전개되며, 저자의 상황 묘사 능력도 괜찮은 수준입니다. 물론 당연한 것이겠지만, 백혈병에 대한 저자의 기본 조사도 많이 한 듯합니다. 사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소설은 왠지 네모난 바퀴를 단 마차같이 독자를 불편하게 합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이 작품의 묘미는
작가의 시점입 니다. 정다움과 정호연 각자의 시점으로 글을 전개하하지 않습니다. 즉 부자 각각의 시점이 아닙니다. 멋모르는 아이의 상황을 보다 절절하게 나타내기 위해 아이는 아이의 눈으로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글의 주인공인 누구보다 가슴아파할 아버지의 상황은 담담히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 합니다. 뭐랄까요 너무 힘든 상황을 스스로 너무 힘들다 이야기 하는 것 보다는 담담히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더욱 애절하기 때문일까요.
뱀다리지만 읽으면서 주인공의 성격에 조금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물론 그런 성격을 가졌기에 자식들을 품고 그 자식들에게 살을 바치는 가시고기 아빠가 될 수 있겠지만, 문제가 힘들 때 일수록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최적의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 저로서는 정호연의 고집에 살짝 답답합을 느꼈습니다.
아마 읽으면서 부자지간을 저와 복이를 연관시켰기에 소설에 동화될 수 있었을 겁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줄 수 있는 것들을 조금씩 곱씹는 시간이었습니다. 책을 접으며, 그리고 이 글을 맺으며 드는 생각은 오직 하나뿐입니다.
태어날 복이는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는 겁니다.
두서없이 쓴 글이라 갈피를 못잡고, 감정의 낱알들만 흩뿌린 듯합니다. 서평이 서평 다워야하는데 늘 제 이야기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