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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라기의 인디안 기우제 투자법 - 팍스넷 주식투자 필독서 시리즈 2
쥬라기 지음 / 팍스넷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쥬라기의 인디안 기우제 투자법'을 읽다. 가치투자에 관심이 있는 주식쟁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책이며, 별명(쥬라기)일 것이다. 얼마 되지 않은 돈이지만 주식에 직접적으로 손댄지 3년정도 된다. 그간 다른 사람들처럼 많은 경험을 해보진 못했지만, 실패하지 않기위해 주식 관련 책들은 꽤 본 듯하다. 처음으로 산 책이 고승덕씨의 "주식실전포인트"라는 책이다. 이 책을 보고 처음으로 주식을 몇만원어치 샀던 기억이 있다. 주가 그래프는 파동이다라는 대전제 하에 많은 생각들을 풀어내고 있다. 그런 파동의 파고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안절부절 했던 주식 초보였다. 원래부터 어영부영 과감한 결단을 잘 못 내리는 성격 탓에 늘 조바심내며, 돈 몇 만원에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곤 했다.
그런 첫 입문 과정을 거치고, 본격적으로 주식을 시작한게 2006년 이었다. 이 무렵 운 좋게도 가치투자라는 투자의 한 길을 알게 되었다. 개인이 이길 수 있는 투자법. 그 첫 입문이 피터린치의 '월가의 영웅'이었다. 읽는 내내 주식 시장 이라는 전쟁터에 홀로 영웅이 된 듯한 착각에 빠져 정신 없었다. 매력적이었다. 매혹적이었다. 기업의 본질 가치보다 싼 주식을 사 장기투자하는 가치투자에 흠뻑 빠져 여러 사람들의 책을 읽어왔다. 그레이엄, 필립피셔, 워렌버핏, 강방천, 이채원, 등등 많은 가치투자자의 책들을 읽어오면서, 내 주식투자 패턴 역시 그들을 본받으려 노력하고 있다.
여기 가치투자에 관한 또 하나의 입문서가 나왔다. 실제 산지 꽤 되었지만 게으름에 최근에야 읽게 되었다. 실제 이 책을 읽어 오면서 기존의 가치 투자에 반하는 내용은 거의 없었다. 기존의 사람들이 해왔던 말들을 종합하고 있다는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다. 다만 기존 가치투자자들이 챠트에 대해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즉 기술적 분석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향이 있는 반면, 저자는 기술적 분석도 하나의 무기로 사용한다. 실제 이 부분에 있어 나와 생각이 일치 하지 않았다. 물론 내 생각이 옳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술적 분석의 효용에 거부감이 드는 건 사실이다.
책은 총 다섯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투자의 필요성을 시작으로, 투자에 있어 투자자가 필요한 정신을 논하고, 투자자의 인내, 종목 선택의 중요성, 투자 시 금기 사항 등을 논한다. 이러한 챕터를 통해 저자가 줄기차게 주장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디안 기우제'의 성공 비결은 단순하다. 비 올 시기를 잘 골라 기우제를 지내기 시작하여, 비가 내릴 때까지 절대로 기우제를 멈추지 않는데 있다."
비 올 시기를 잘 고르라는 말은 현재가가 기업의 본질 가치 보다 싼 기업을 고르라는 말이다. 그리고 비가 내릴 때까지 절대로 기우제를 멈추지 말라는 것은 시장가격에 현혹되지 말고, 원하는 목표가(기업의 본질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주식을 보유하라는 말이다. 주식투자란 처절하게 실패할 때까지, 끝을 볼 때까지 멈추기 어려운 긴 여정이기에 투자의 성공을 단기간의 수익으로 결정 짓지 말고, 투자함에 있어서 얼마나 손실을 줄이느냐에 집중 해야한다. 40년간 투자해서 워렌 버핏 못지 않는 부를 가지기 위해서는 이 방법 뿐이라고 강한 어조로 주장한다. 가치투자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이런 생각을 시작으로 인내라는 동반자와 함께 40년의 고독한 길을 나아 가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 인내하며 나아가는 것이 투자다. 나의 생각을 믿자. 나의 주관을 믿고 흔들리지 말자.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맘에 와 닿은 주장은 동업자 정신이었다. 지난 글에도 이야기 했듯이, 주식을 살때 같이 동업한다는 생각으로 사야한다. 이건희 회장등 여타 대기업 총수들이 주식 매매를 통해서 거대한 부를 획득한 것은 아니다. 물론 이재용등 주식편법 증여등은 논외로 하자. 그들이 부를 획득한 것은 주식 매매가 아닌 성장하는 회사의 주식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투자자는 동업할 수 있을 만한 기업을 고르는 눈만 있으면 된다. 투자한 후 그 회사를 믿고 맡겨라. 주장의 전부이다. 동업을 한다면 사람들이 아무 생각 없이 주식을 살 수도 없을 것이다. 몇 천만원을 누구 말만 믿고 투자 하지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사업을 할 재주도 없거니와 용기가 없기에 사업하는 사람을 믿고 사업하듯 투자하려 한다. 이런 말을 하니 내가 꼭 주식으로 부자가 된 듯하지만, 그건 아니다. 다만 이미 이 길을 걸어간 사람들을 믿고, 그 길에서 새지 않기위해 부단히 기억을 새길 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후반부에 논하는 수량 늘이기 기법은 솔직히 동의 할 수 없다. 쥬라기의 기본 취지는 가치 투자 마인드를 가지고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주식을 산 후 잔 파도가 칠때 단기 고점에서 팔고, 단기 저점에서 다시 사 가진 수량을 늘이라고 주장한다. 얼핏보면 참 그럴 듯한 말이다. 하지만 기술적인 관점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은 우매한 짓이다. 시골의사 말대로 주식은 예측의 영역이 아닌 대응의 영역이다. 생각보다 주가가 오르면 팔고, 생각보다 주가가 떨어지면 사면된다. 가격을 예측 하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 그것이 기술적 분석의 맹점이다. 여기에 한술 더떠 교체매매를 통해서 수량을 극대화 하라 이야기 하지만, 이 역시 이전 문제에 비해 더 어려우면 더 어려웠지 쉬운 문제는 아니다. 이 부분들이 책을 읽으면 내내 아쉬웠지만, 전반적으로 주장하는 가치투자에 관한 부분은 새겨둘 만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야기 할 것은 대출을 통한 매매도 허용한다. 물론 신용, 미수등은 절대 하지 말라고 이야기 하지만, 이례적으로 대출은 허용한다. 솔직히 이 부분도 약간은 실망 스러운 부분이다. 신용이든 대출이든 미수든 그 기간이 다를 뿐 여유자금으로 운용하는 것은 아니다. 절대 여유자금으로 운용해야한다. 그 이유는 장기보유를 위한 인내의 짐이 한결 가벼워 지기 때문인다. 빌린 돈이 줄어드는게 맘 편한 사람은 열에 하나도 찾기 힘들다. 대출도 위험하다. 여유자금만이 해답이다.
까칠하게 이야기 했지만 그렇다고 이 책이 그저그런 책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일관된 주제를 가지고 통일성 있게 이야기 한다. 또한 초보자도 쉽게 읽을 수 있게 관련 종목들의 수치들과 그래프를 적절하게 보여준다. 약간의 오해 가능성도 있지만 가치투자의 입문서로 꽤 괜찮다. 다만 기존 가치투자의 정석에 해당하는 몇 권을 본 후 자기만의 시야를 가지고 보는 것이 더 도움 될 듯하다. 국내 주식관련서 들 대부분이 단타나 기술적 분석에 치우쳐 있는데 요즘들어 이채원, 강방천등을 필두로 이런 가치투자서가 나오는 것이 참 고무적이다. 전반적으로 시장 자체가 이성적이 될 기반이 만들어 지는 듯하다. 나만의 노하우, 나만의 매매 기법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는 개미들에게 힘이 될 '인디안 기우제 투자법' 추천한다. 생뚱맞게도 난 이 책을 통해서 재무제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