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감록 역모 사건의 진실게임
백승종 지음 / 푸른역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역사는 술이작(述而作)이다.


이 한 문장이 이 책을 다 말해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 후기 정감록, 남사고비결 등의 예언서를 통해 양반 신분사회 사회를 타파해보고자 하려는 이들의 자취와 생각을 작가 자신의 글로 다시 정리한다.
미시사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작가의 역사적 지식에 바탕을 둔 상상력으로 개인의 입장에서 미시사를 재구성한다. 이것이 이 책의 핵심이다.

후대에 태평성대의 시기라는 영정조 시대의 역모 사건의 범인들로 몰리는 개개인들의 생각들이 작가를 통해서 발현된다. 아무리 태평성대라 후대에 평가해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개인에게는 불합리와 불평등이 왜 없겠는가. 더군다나 조선시대 아닌가. 모든 사회는 양반이 중심이 되는 사회, 몇일전 읽은 '신도버린 사람들'의 불가촉천민의 마음이 조선시대 비 양반계층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간서치전'이나 '미쳐야 미친다' 책에서 나오는 실력 있는 서자들의 애환이나 역모사건에 엮인 실력 있는 중인들의 고뇌.. 그 상황이 자본 주의 하에서는 빈자와 부자의 갈등이 아닐까 조심스레 그 연결고리를 채워본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새로움에 책을 쉬 읽어 나갈 있을 것이다. 즉 작가가 이야기 하듯 새로운 시도로 역사를 보는 관점을 새롭게 한다는 장점은 동감하고도 남는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이 책을 통해서 기존에 나온 역사서 및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역사란 역사적 문헌이란 어차피 그 글을 쓴 자의 시각이나 당대의 힘있는 권세가의 생각일 뿐이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맴돌았다. 작가의 글들에서 그 생각의 발단이 되는 것이 역사적 사실이겠으나. 그 사실 또한 그 신빙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꼬리에 꼬리가 물리듯이 생각에 생각이 물려 나오는 결론은 성격이 이상해서 그런지 역시나 '믿을게 하나도 없다'이다.

어찌되었든 역사적 사실에 기반한 한편의 잘 만들어진 소설을 읽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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