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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지음, 장영희 옮김 / 창비 / 2004년 10월
평점 :
헬렌과 크리스는 사랑을 한다. 고등학교 3학년. 아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른이라고도 할 수 없는 나이. 아이도 아니고 어른도 아니기 때문에, 이 사랑은 불안하다. 몸은, 마음은 어른만큼 사랑을 느끼고 바라고 움직이는데, 아직은 어른이 되기까지 거쳐야할 많은 관문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단 하룻밤. 헬렌의 집에 단 둘이 있게 된 저녁. 희미한 달빛이 흐르고, 그들이 가장 좋아하던 음악이 흘러나왔을 때, 바람에 실크 스카프가 나부끼고 커튼이 펄럭여 달빛이 새들었을 때 그들은 계획에도 없이 사랑을 나누었다. 무엇 때문에 일이 그렇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들의 마음속에 점점 커져가던 무엇이 그들을 덮쳤다고 할밖에는.
그 일이 있은 뒤. 헬렌은 임신을 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아이가 임신을 하게 된 것이다.
청소년 아이의 임신과 그로 인한 갈등과 방황(섬세하게 묘사돼 있고, 절절하다! 그리고 진정으로 고민한다.), 그를 지켜보는 식구들과 남자친구. 또 그 남자친구의 방황. 이렇게 내용을 대강 요약할 수 있을 텐데, 나로서는 그 이상 더 얘기할 만한 거리를 찾기는 어려웠다.
아이들의 현실 자체가 우리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고, 청소년(혹은 혼전) 임신에 대한 인식이랄까, 둘레 사람들이나 본인들이 받아들이고 해결하는 정서 또한 사뭇 다르기 때문에 그저 관찰자 정도의 시각을 유지하게 된다고 하나?
그렇지만, 생각해볼 거리는 많은 책이다.
아이들의 사랑과 성, 임신…. 우리 둘레에서도 흔하진 않더라도 없는 일은 아닐 텐데(더군다나 만약 이런 일이 생긴다면 당사자들에게는 얼마나 커다란 일인가) 우리에게는 이런 이야깃거리를 던진 문제작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