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바이 힘찬문고 33
이경자 지음, 시모다 마사카츠 그림, 고향옥 옮김 / 우리교육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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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절절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물론 이 절절함은 전면에 드러나거나 날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 주인공 아이와 그 식구들, 둘레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 삶의 고단함이 냄새 같은 것으로 느껴진다고 할까. 장면이나 사건이 또렷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등장인물들의 일상에는 우리와 같은 평범한 이들이 겪는 삶의 무게에 재일 한국인의 팍팍한 삶이 한 켜 더해져 있다. 삶의 온갖 문제들은 평범한 개인의 것이면서 재일 한국인의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놓고 재일 한국인의 고단함만을 이야기하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다. 주인공 '가즈'의 성장통과 가즈의 식구들, 친구, 이웃의 생생한 삶을 버려두고 그것을 요약 정리해 버리는 느낌이랄까. 주제나 사건에 압도되어 인물이나 이야기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흔한 우리 동화에서 배울 점이 많은 작품인 것 같다.

그런데 작품에 대면 번역이 썩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 있다.

우선 주인공 여자 아이의 이름을 ‘가즈, 가즈꼬, 가즈짱, 미나미’로 섞어 쓰고 있는 것과 옆집 아저씨의 이름을 ‘테츠히로, 야마시타’로 쓰고 있는 점이다. 일본에서 그이들끼리 사정에 따라 호칭을 어떻게 하든지, 우리 문화에서는 때에 따라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경우가 흔하지 않은데도 ‘가즈, 가즈꼬, 가즈짱, 미나미’라는 이름을 그대로 두어 무척 혼란스럽다. 아이들이 ‘가즈, 가즈꼬, 가즈짱, 미나미’나 ‘테츠히로, 야마시타’가 같은 사람을 두고 부르는 호칭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짱’이나 ‘군’의 호칭을 그대로 살린 것도 그렇다. 우리말에 없는 호칭을 일본 발음대로 살려둔 것은 아무래도 어색한 느낌이 든다. 이것은 ‘호르몬야’ 나 ‘하나카에 마츠리’에서도 마찬가지다. ‘호르몬야’의 ‘야’는 ‘가게’를 뜻하는 일본 말이고 ‘하나카에 마츠리’의 ‘마츠리’도 ‘축제’를 뜻하는 말인데 이 단어들을 더 풀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밤에 하나카에 마츠리 가자”

이런 문장들은 번역을 하는 수고를 덜 들인 말 같이 느껴진다. 물론 이런 말들을 우리말로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처럼 그대로 두는 것이(물론 설명을 달아주기는 하지만) 좋은 방법인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대결’- “사와짱 말야 대결했잖아.”

‘특진’- “고등학교 특진은 하루하루가 경쟁이란 말야” 같은 낱말들도 어색한 느낌이 든다.

열심히 하신 작업에 누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참고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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