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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다른 골목집 친구 - 우리시대 대표 동화작가 1 ㅣ 웅진책마을 53
황선미 지음, 방대훈 그림 / 두산동아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다빈이는 반장이다. 유약한 반장. 엄마 치맛바람으로 반장이 되었을 법한, 그런 반장이다. 다빈이네 엄마는 아이 처지에서 보자면 억압으로 작용하는 어른의 전형적인 모습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억압적인 그런 어른은 아니다. 그저 평범한 엄마인데, 문제는 이 시대 평범한 엄마한테 문제가 있다는 거겠지. 그리고 막다른 골목집에 사는 친구 종호. 종호는 엄마랑 둘이 산다. 엄마는 미용실을 하는데 종호 아빠 때문에 크게 하던 미용실을 말아먹고 근근히 살아가고 있다. 살림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고 아이를 때리기도 하고, 밥 대신 돈을 주는 그런 엄마. 종호는 이런 환경에서 착하게 커갈래야 커갈 수 없는 그런 아이다.
이 종호가 다빈이네 반에 전학을 온다. 아이들은 종호를 무시하고 괴롭힌다. 어느날 다빈이네 반에는 큰 돈이 없어진다. 모두들 종호를 의심한다. 다빈이도 종호를 의심한다. 하필이면 돈이 없어졌다는 그 날 종호가 다빈이에게 햄버거를 사준다. 종호 주머니에는 이 만원이나 들어있다. 다빈이는 교실 뒤에 작은 소식함에 종호가 범인이라고 써넣는다. 그렇지만 알고 보니 돈은 도둑맞은 게 아니었다. 잃어버렸다는 아이가 집에 놓고 온 거였다. 그러다 종호는 허리를 다쳐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다빈이는 종호를 찾아간다. 그리고 종호네 집에서 둘은 화해를 한다.
이게 이야기의 전부다. 이야기 속에는 지나치게 엄마의 보호를 받는 아이가 나오고, 별일 없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도 나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거칠어지는 종호도 나오고, 그런 아이들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흔들리는 다빈이도 나오고, 얄미운 공주병에 걸린 여자아이도 나온다. 시대의 아이들 모습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식상한 인물들이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인물뿐인가 이야기에도 특색이 없다. 여기 저기에서 너무 많이 듣고 본 그저 그런 흔한 이야기이다. 돈을 잃어버리고 오해하고 오해를 한 아이는 미안한 마음을 갖고 서로 오해를 풀고….
황선미는 아이들 심리묘사에 뛰어나다. 인물의 심리 또한 단선으로 단순하지 않다. 마음의 복잡한 결을 잘 살핀다. 문장이 안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것밖에 없다. 그뿐이다. 그림도 훌륭한 편은 아니다. 적어도 다빈이랑 종호를 구분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나 싶은데, 누가 누군지 전혀 모르겠다. 옷 입은 색깔로나 구분할 수 있을 정도. 화려한 표지도 '막다른 골목집 친구'라는 제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난 마음먹고 지금 이 책에서 나쁘게 볼 수 있는 면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고 있는 거다. 적어도 아주 좋지 않은 어린이 책에 비하면 이 책은 무척 좋은 책이다. 그렇지만 좀더 좋은 책, 좀더 좋은 어린이문학을 위해 출판사도 작가도 애써주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런 악평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