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의 카알손 문지아이들 25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일론 비크란드 그림, 정미경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2년 6월
평점 :
절판


카알손은 지붕 위에 사는 신사다. 평범한 도시, 평범한 사람들 가운데 단 하나 평범하지 않은 사람. 등에 달린 프로펠러로 날아다니고 어떤 일이든 세상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바로 카알손이다. 신사라고는 하지만 카알손은 애들보다 더 애들 같다. 키도 비슷하고 노는 것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사탕을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억지를 부리고 자기랑 놀아달라고 떼를 쓴다. 더구나 늘 재미있는 일 장난 칠 꺼리들을 찾아 놀기에 바쁜 장난꾸러기다.

카알손이 세상에서 무엇이든 가장 잘한다고는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잘 하는 건 억지 부리는 거랑 떼쓰기일 것 같다. 그렇다고 카알손이 똥고집을 피우는 못 말리는 고집쟁이라는 말은 아니다. 카알손이 억지를 쓰거나 떼를 쓸 때, 말로 카알손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카알손은 어처구니없는 ‘이성적인 대화’로 상대를 제압해 버린다. 앞에 있는 사람은 아무 소리 못하고 카알손한테 당할 수밖에…. (‘어처구니 없는, 이성적인’이라는 말이 의아한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바로 이런 때에 우리가 학교 때 배운 ‘역설’이라는 개념이 필요한 거다. 정 이해가 안 되는 분들은 88쪽 ‘이성적 대화’ -사탕 뺏기 편을 보시라. ㅎㅎ)

<지붕 위의 카알손>은 무척 재미있다. 읽다 보면 큭큭 큭큭 웃음이 나온다. 카알손은 기발하고 재밌는 일들만 벌인다. 이야기에 이렇게 빠져 읽다 보면 작가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카알손은 있을 수도 없고, 있지도 않은 인물인데 하나도 어색하지 않게, 정말 지붕 위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법하게 잘 그렸을까.

스토리 말고 그림 얘길 좀 하자. 책에는 그림이 삽화 수준으로 몇 컷 안 되게 들어갔는데 이게 그냥 그린 그림이 아니다. 펜으로 쓱쓱 그린 그림이라고 해도 대충대충 그린 선이 아니다. 아이들 다리 모양. 손 모양. 동세 들이 매우 정확하다. 그런데 한 가지! 이야기 끝 부분에 닥스훈트가 나오는데 이 닥스훈트를 잘못 그렸다. 아무리 어린 강아지라고 해도 푸들이랑 닥스훈트가 똑같이 보이니 잘못 그려도 한참 잘못 그렸다. 이럴 경우 책을 내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잘못 그린 그림인 줄 알면서 책을 내자니 찜찜하겠고, 그림이 잘못 되었으니 고치라고 ‘일론 비클란드’라는 사람한테(작가 소개를 보니 아직 안 죽었다.) 연락을 해야하는 건지, 아니면 출판사에 연락을 해서 고침판을 낼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 고침판을 번역해야 하는 건지ㅎㅎ…참 어려운 일일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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