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왕 형제의 모험 - 개정2판 창비아동문고 46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트 그림 / 창비 / 2000년 12월
평점 :
절판


황금박쥐 형제의 모험을 읽고 난 뒤, 판타지 문학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벌써 그 책의 서평에 써 놓은 것처럼 <황금박쥐..>는 무언가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올바른 눈으로 보았는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가운데 <사자왕…>을 읽고 나서, 그간 해오던 고민의 큰 부분이 시원하게 해결되는 것을 느꼈다.

<사자왕 형제의 모험>에는 세상에는 없는 공간과 시간이 나오고 불을 뿜는 괴물이 나온다. 그렇지만 그것은 얼토당토한 제멋대로의 상상이 아니다. <사자왕…>의 비현실 공간은 현실의 주인공 남자아이가 갖던 바람으로 가득 찬 세계이고 그 바람을 시원스럽게 해결해주는 세계이다. 이야기 속에는 그냥 이유 없이 나오는 인물이 없고,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사건이 없다. 그러면서도 독자를 억지로 끌고 가지도 않는다. 모든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정확하고 치밀하게 계산되어 완벽하다.

그뿐인가, 이야기가 재미있다. 또 두 형제의 우애가 너무나 사랑스러워 마음이 따뜻해진다. 여기에 자유를 찾기 위한 싸움이라는 깊은 철학을 이야기 바탕에 단단하게 깔고 있어 그저 재미있게 읽고 마는 이야기로 그치지도 않는다.

이오덕 선생님은<어린이를 지키는 문학>에서 판타지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판타지는 근대에 와서 버림받는 자리로 떨어져 있던 메르헨이 리얼리즘의 햇볕을 받고 되살아난 문학이다. 그러기에 판타지를 인간의 삶과 무관한 것으로 이해하거나 제멋대로의 환상쯤으로 여기는 것은 당치도 않다. 판타지는 그것이 아무리 자유분방한 공상 같아도 거기에는 합리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계산과 눈에 보이는 듯 묘사하는 투명한 문장 기법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버릴 것 하나 없는 말씀이다. 이 말씀을 놓고 보자면, <사자왕…>은 선생님의 이 말씀을 증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판타지를 공부하실 분들이라면 한번 읽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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