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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 BIB 출판영예상 ㅣ Dear 그림책
조은영 지음 / 사계절 / 2022년 11월
평점 :
우리는 나 혼자일 때보다 친구를 만나고 사귀며 다양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난다는 설렘에 가득찬 감정,
나와 잘 맞는 친구와 시간을 보내며 느끼는 행복과 연대의 감정,
그러다가도 친구에게 서운해지고 그런 사소한 것에 서운함을 느낀 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감정,
친구에게 화를 낼까 하다가도 관계를 위해 참고 화를 누그러뜨리는 감정 등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법한 감정들이지요.
그림책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는 이런 세심한 감정들을
역동적이고 특별한 오징어의 그림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글이나 말로는 다 설명하지 못하는 마음을 그림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친구에게 느낀 배신감에 눈이 돌아가 버릴 만큼 화가 난 그림,
친구에게 들은 말을 듣고 놀라 눈이 거대하게 커져 버린 그림 등
오징어라는 캐릭터 하나에 다양한 변형을 주어
사소한 감정을 묵직하게 전달해주는 그림을 보는 것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친구를 학창시절에 만나고 서로 어른이 되어 결혼식을 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그런지,
출판사에서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라고 홍보를 했는데요.
저는 오히려 친구와의 관계가 가장 중요한 때인 사춘기 5~6학년 학생들에게
더 와닿고 교훈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5학년을 앞둔 저희 반 여자아이들은 친구들끼리 사소한 문제로 토라졌다가
다시 또 사소한 행동으로 꺄르르 웃으며 화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그리고 저에게 '저는 속마음을 털어 놓을 진정한 친구가 없는 것 같아요',
'친구가 너무 자주 삐져요', '친구가 삐지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요'라며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놓곤 하죠.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은 '나만 친구와의 문제를 고민하는 게 아니었구나'하고
비슷한 경험에 공감하며 위로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나이가 든 후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내 인생의 전부인 것만 같은 친구가 사실은 그렇게 큰 존재가 아니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은영 작가는 첫 그림책 <달려 토토>로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션 상인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BIB)의 그랑프리를 수상했는데요.
BIB는 52년의 역사를 가지고 수준 높은 그림책 원화를 선정하고 있어
볼로냐 라가치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함께 세계 3대 그림책 상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달려 토토>에서도 다양한 동작과 표정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얻었다고 하는데, 오징어를 소재로 한 <우리는 지금도 친구일까?>도 비슷하게
역동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는 일러스트라 그림을 연구하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책이 될 것 같아요.
추억의 학창 시절 떡볶이를 나눠 먹던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는 점에서 따뜻하면서도
진정한 친구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서늘한 감정이 드는 그림책.
사춘기에 들어선 아이와 함께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개인적 의견을 바탕으로 쓴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