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 - 밑줄 긋는 여자의 토닥토닥 에세이
성수선 지음 / 알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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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 긋는 여자 성수선의 신작,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를 읽고 '외로움'과 독서에 관해 생각하다.


난 에세이를 무척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평범한 사람들이 진솔하게 쓴 책에세이를 특히 좋아한다. 그래서 새로 책에세이집이 출간되면 다름 분야의 책과 달리 꼼꼼하게 재지않고 덥썩 구입하는 편이다. 책에세이를 통해 같은 책을 읽고도 내가 미쳐 생각지 못한 것들을 쉽고 감성적으로 풀어 놓는 저자를 만날 때면 감탄하기도 하고 그 재능을 질시하기도 한다.

 

작년 여름 우연히 읽게 된 책에세이집 <밑줄 긋는 여자>의 저자 성수선이 그런 사람이다. 그녀의 직장인으로서의 일상 생활이 오롯이 묻어나는 글들과 인간에 대한 애정,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문체 등 <밑줄 긋는 여자> 그 한 권의 책을 통해 '성수선'이란 작가를 흠모하게 되었다. 그래서 늘 가까이 두고 직장생활이 힘들거나 독서욕구를 자극하고 싶을 때마다 반복하며 읽곤 하던 차에 신작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이번 책에세이집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가 전작 <밑줄 긋는 여자>나 여타 다른 책에세이집과 다른 점은 "난 책을 통해 이런 것들을 느끼고 배워왔다"가 아닌 오랫동안 싱글로 생활해오며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는 부지불식간에 찾아드는 '외로움'을 책을 통해 보듬어안는 법을 배웠고 그 경험을 독자와 공유하고자 한다는 점이다.


33개로 구성된 목차의 각 이야기들에는 저자 자신이 외로움에 맞서 웃고 울고 사랑하고 아파했던 생활 속의 주제나 사건들을 모티프로 소설 속 이야기와 교차되어 있어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나도 모르게 끄떡이며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된다.


<밑줄 긋는 여자>를 통해 평범한 직장인의 눈높이에서 맛깔스럽고 평이하게 책에세이를 썼던 저자의 내공이 이번 책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제목에서 대강 짐작할 수 있듯이 혼자사는 싱글의 현실적인 고민과 사랑, 이별 등을 가감없이 솔직하게 풀어낸 부분에선 저자에 대한 신뢰와 더불어 "나만 이런 고민들을 해온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위안을 느끼게 한다.

 

"그 동안 함께 보낸 시간이 아까워서 아닌 줄 알면서도 누군가를 떠나지 못한다면, 매일 매일 시간이라는 비용이 계속 누적돼서 눈덩이처럼, 대책없는 사채이자처럼 불어날 뿐이다." - p65  미련을 책임감이라고 착각하고 있지는 않니? 中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면 정말 이렇다. 대단한 게 궁금한 게 아니라, 정말 일상적이고 소소한 일들이 궁금하다. ~ 연애도 결국은 일상이다. 생활인으로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는 것. ~ 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이 되는 것 ~ 그런게, 연애다. 그래서 불륜이 괴로운 거다.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이 아닌 비밀이 되어야 하니까. 일상을 나누는 그 소소한 기쁨을 누리지 못하니까." - p83

"연애가 끝나면 힘든 게, 헤어진 연인이 미칠 듯이 보고 싶어서라기 보다는, 일상이 구멍이 뚫려버리기 때문이다." - p87   쓰레기 분리수거를 같이할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니? 中에서

 

"삶이란 이런 게 아닐까? 겉으로는 근사하고 멋있어 보여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구질구질한 물건들로 가득찬 창고 같은, 패션피플의 빨랫줄에 널려 있는 목 늘어난 면티, 무릎 튀어 나온 추리닝 같은"  - p99  사실은 남들도 다 구질구질하게 살고 있어 中에서

 

"'긍정 강박 신드롬'에 빠진 사람들은 정말이지 대책이 없다. ~ 무슨 일을 하든 일단은 냉철하게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 긍정전도서들을 탐독하며 쉽게 얻을 수 있는 위안과 희망에 안도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 p231  다 잘될거야, 라는 엉터리같은 믿음부터 버리자고
 

이 책은 누구나가 읽어도 술술 잘 넘어가는 쉬우면서도 깊이 있는 책이다, 소소한 일상 생활속에서 세밀하고 무심하지 않게 관찰하고 느낀 바를 기록하고 누군가가 던진 한 마디가 저자의 좋은 글감이 되어 생명력 있는 글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쉽고 진솔한 글이 저자 성수선의 매력이자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의 장점이다.

 

이제 곧 연말연시가 되면 수 많은 선남선녀들이 외로움에 허우적댈 것이다. 외로움은 늪과 같아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면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들 것이다. 그런 분들에게 외로움을 벗어날 수 있는, 보듬어안을 수 있는 성수선표 처방약이 바로 <혼자인 내가 혼자인 너에게>이다. 많은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나는 혼자다.
 당신도 혼자다.

 연인이 있어도 혼자고,
 연인이 없어도 혼자다.

 결혼을 했어도 혼자고,
 결혼을 안 했어도 혼자다.

 다만, 소설을 읽는 혼자는
 소설을 읽지 않는 혼자와는 다르다.

 당신은 소설 읽는 혼자이길."

                       - 성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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