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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보급판 문고본)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이마고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집사람이 가져온 이 책의 겉장을 보면서 난 이 책이 소설인 줄 알았다. 재미있게 읽을 소설을 찾던 중 만난 책이라 덥석 집어 들고, 첫 에피소드를 읽고 나니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신경과 전문의의 임상 기록 같은 수기였다. 저자 올리버 색스는 유명한 신경과 전문의로 이미 이것과 비슷한 여러 권의 책을 낸 저자였다. 나의 얇고 짧은 독서 수준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어쨌든 첫 에피소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읽은 후 소설이 아님에 실망하고, 책 읽기를 포기하고 책장 어느 책 사이에 끼워 놓았다. 그런데 어느 날, 즐겨 듣는 팝캐스트 빨간책방의 다운로드한 에피소드 목록을 보니 이 책이 올라와 있었다. 비록 읽다 말았지만 반가운 마음에 1부를 들어 보니 이 책에 대한 궁금증이 머릿속에서 자꾸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아마도 빨간책방의 이동진과 이다해 기자의 구라에 나도 모르게 넘어가 버린 것이다.
그리하여 집 책장 한구석에 꽂혀있던 책을 꺼내, 책의 내용을 이야기하는 빨간책방 2부를 듣기 전에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소설인 줄 알고 봤을 때랑 신경 정신학 환자들에 대한 임상 기록이라는 것과 올리버 색스 그리고 책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읽으니, 책 내용이 전혀 다르게 내 머리에 들어왔다. 더구나 심리, 상담, 신경 정신학 쪽은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라 더더욱 흥미롭게 볼 수 있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주위에서 조금은 나와 다른, 어찌 보면 행동이 이상하고, 어찌보면 특이한 사람들을 자주보게 된다. 하지만 대부분 그냥 선천적으로 이상한 것이지, 그 사람들이 왜 이상한지? 어떻게 하면 그들과 조화롭게 살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는다. 특히나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이 이러한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터부시한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리고 조금은 우리와 다른 사람들, 때로는 우리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그들이 왜 그러한 행동을 하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리고 이 책은 성공한 임상 기록만을 소개하지는 않는다. 한 명의 의사가 신경 정신학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들을 관찰하고, 진료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현실 그대로 보여준다. 어찌 보면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들도 있으며, 내 주위에 있을 법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다. 이 책은 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책이기도 하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마치 단편 소설을 보는 듯해서 좋았다. 다만 조금은 어려운 의학적 용어들이 있어서 불편하기도 했다. 91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