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박사는 누구인가?
이기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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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출신 작가 이기호의 단편 소설집이다. 최순덕의 성령 충만기가 너무 강력한 탓이었는지 이 책은 그리 강렬하지 못했다. 소재가 밋밋하다고나 할까?


2015/10/15 - [내가 읽은 책] - 최순덕 성령 충만기(문학과 지성)-이기호


처음 이기호 작가의 성령 충만기를 읽고, 이기호 작가의 소재를 발굴해내는 능력에 감탄을 했었다. 우리 일상 생활에 일어나는 일들을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능력은 소설가라는 직업을 가진자만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었던 작품이다. 이 책도 물론 다양한 소재들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전작만은 못한듯 하다. 전작만 못하다고 해서 이 책의 전반적인 재미없는 것은 아니다. '밀수록 다시 가까워 지는'과 '내게는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저기 사람이 나무처럼 걸어간다' 특히 재미있다. '내게는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은 팬티는 오로지 하얀색 삼각팬티만 있는 줄 알았다가 총 천연색이 들어가 있는 트렁크 팬티가 나오던 시절에 충분히 있었을만한 내용이고, 바로 내 모습, 내 주위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감이 가는 작품이었다. 수영장에서 트렁크 팬티를 입고, 마치 수영복을 입은 듯한 모습으로 수영하는 아저씨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저기 사람이 나무처럼 걸어간다'는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꺼리를 던져 주었고, 내 생활의 모토인 역지사지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되뇌이게 한 작품이었다.


서두에 말했듯이 기대만큼 재미 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후회할 정도는 아니었다. 89점.

빨간책방에 이기호 작가가 나와 이 책에 대해 대담했던 부분을 다시 한 번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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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식탁 - 진화론의 후예들이 펼치는 생생한 지성의 만찬
장대익 지음 / 김영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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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이 책을 읽던 중 책을 던져 버리고 싶은 욕망을 참느라 내 모든 에너지를 써 버렸다. 내가 이런 끔찍한 욕망을 느낀 것은 이 책의 내용 때문이 아니다. 내가 생물학자도 역사학자도 철학자도 그렇다고 진화론에 관련하여 많은 책을 읽은 사람도 아니므로, 장대익만큼 과학적 지식이 박식한 것도 아니니 책의 내용을 가지고 이러쿵 저러쿵 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 짧고, 책의 내용은 깊고 심오하다. 심오하다고 해서 책이 어렵지는 않다.


내가 분노한 이유는 이 책이 사실이 아니라 허구를 기초로 했다는 측면이다. 물론 책을 구성하는 방법과 전개 방법은 저자와 출판사의 권한이다. 그리고 책을 선택하는 행위는 독자의 권한이다. 하지만 허구로 이루어진 소설이 아닌 현실과 사실을 중시해야 하는 대중 과학 서적을 픽션으로 썼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불쾌하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책이 허구를 기초로 해서 쓰였다는 사실을 서두에 밝혔다면 사정은 다르다. 책을 읽는 독자들은 상황보다는 그 속에 나오는 내용을 중점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설명할 때 일어나지 않은 사실을 예로 들면서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러지 않았다. 아무런 정보 없이 이 책을 읽는 독자는 이 책이 사실적인 상황, 즉 사실로부터 출발해서 쓰여졌다고  믿고 보기 여기에 나오는 말 한마디를 과학자들이 했다고 믿고 책을 보게 된다.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내가 알지 못했던 여러 가지 진화론적인 사실, 그리고 유명한 과학자들의 말 한마디에 나는 흥분했다. 특히 세계의 내로라하는 과학자들이 원로 과학자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한자리에 모여 며칠에 걸쳐 토론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언제가 어디에선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여러번 들어봄 직한 장대익이라는 한국 과학자가 그 세기의 토론 자리의 내용을 정리하는 서기의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같은 한국인으로 뿌듯하기까지 했다. 특히 토론 중 나오는 한국 음악 부분에 대해서는 한국임이 자랑스러워지는 마음 한 구석에서 용솟음쳐 올라오기까지 했다. 비록 읽는 중에 토론의 과정이 전문가들의 토론이라기보다는 일반 대중을 겨냥한 토론인 듯하여 조금은 의아해하긴 했지만 적어도 이것이 상상 속의 장면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더구나 얼마 전 빨간 책방에서 리뷰했던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도킨스에 대한 내용은 어느 과학자의 부분보다 나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이 책의 내용이 허구이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책에 나온 학자들이 이 책의 나온 내용을 그대로 얘기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책에서 이 책이 허구로부터 출발했다는 고백을 하는 부분인 어느 독자의 토론 원문을 받아 볼 수 있느냐는 문의는 그만큼 많은 독자가 상황 자체를 사실로 여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일 이 책이 허구적인 상황에서부터 출발했다고 고백을 하고 시작했다면 읽는 독자는 이를 염두해 두고, 각 과학자가 말했다는 부분들을 가감하여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그 부분을 간과했다. 어찌 보면 이 책 '다윈의 식탁'은 사실을 얘기해야 하는 과학 서적에서 가장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 책은 출간 이후 많은 독자로부터 사랑을 받았고, 이미 출간된지 8년 정도가 지났다. 그리고 대중 과학 서적으로는 대단히 성공한 책이다. 하지만 본인은 이 책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아마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은 가상 논쟁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알 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이 책을 알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가상이 아닌 언젠가 있었던 현실 논쟁으로 착각하고 책을 보게 될 것이다. 헌책방 투어 중 낯익은 제목에 끌려 구입하고, 재미있게 읽던 책이 한순간에 나의 독서 역사에서 가장 잘못된 책으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저자 장대익 교수는 과학 서적보다는 소설을 쓰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과 함께 이후 발간된 개정판에서는 픽션임을 서두에 밝혀 두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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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 개정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5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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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책이다. 그러나 힘들었다.

워낙 유명한 작가라 미야베 미유키의 책을 꼭 읽고 싶었다. 하지만 얼마 전 읽었던 그녀의 소설 '마술은 속삭인다'에서 조금은 실망했던 탓에 그의 대표작인 모방범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책은 그녀의 명성대로 대단한 책이었다. 추리 소설을 이렇게 길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자체가 대단했고,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 각자의 입장에서 그들의 내면과 고뇌를 직접 겪는 것처럼 이렇게 잘 쓸 수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마치 안나카레니라를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중심인물이 바뀔 때마다 나 또한 그녀 또는 그가 되어 버린 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었다. 문장은 한편으로는 간결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가슴 속 깊이 남는 구절이 많아 밑줄을 긋게 하거나 이 책장을 넘기면 다시는 이 구절을 찾지 못할 것 같은 마음에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던 곳들이 많이 있었다.


번역자 후기에 보니 주간지에 5년에 걸쳐 연재했던 소설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렇게 길게 끌어갈 수 있었고, 등장 인물 각자의 모습을 그릴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일 연재가 아닌 단행본을 위한 책이라면이렇게 길고, 다양한 모습으로 소설이 구성되지 않았을 것 같았다.


이책은 분명 재미있는 최고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읽기에 조금은 벅찼다. 이유가 무었이었는지 한마디로 뭐라고 정의하기가 어려웠다. 아마도 지친다는 표현이 가장 잘 맞을 듯싶었다. 책을 읽는 내내 에너지가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며칠 전 읽었던 김훈의 '흑산'처럼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이 자주 나와서는 아니다.





분명 재미는 있는데 빨리 읽어서 책을 빨리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 계속 나를 사로잡았다.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 책을 읽는데 더 빠른 속도를 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기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1,500쪽이 넘는 3권을 모두 다 읽었다. 비록 내가 읽기에는 불편했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쉽게 놀 수 없는 책이다. 추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 보기 권한다. 이야기에 치중하여 문장을 단조롭게 쓴 책도 아니다. 하지만 조금은 시간적 여유와 정신적 여유가 있을 때 읽기를 권한다. 9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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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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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천명관 소설 고래를 읽고 나는 충격에 휩싸였었다. 어떻게 이렇게 천연덕스럽게 구라를 잘 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급기야 나는 고래를 나의 독서 생활에 있을 수 없는, 그리고 나 스스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 바로 같은 소설책을 두 번이나 읽는 만행(?)을 저지르게 되었었다. 그리고 고령화 가족 또한 나에게 실망을 주지 않았다. 나의 삼촌 브루스리는 고래, 고령화가족에 이어 세 번째 읽는 천명관의 소설이다.



어쩌면 천명관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소설을 쓰는 작가인지 모르겠다. 아니 오히려 내가 천명관식의 과장되고, 허무맹랑하고, 무협지 같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 허무맹랑 속에 현실감이 살아있는 듯한 구라 섞인 표현의 글을 좋아하는 것일 게다이 책은 그러한 천명관 스타일을 기대하며 본 책이다. 읽은 느낌을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명관의 글쓰기 스타일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고래만큼은 아니지만 충분히 천명관답게 구라를 섞어 쓰고 있다. 


천명관의 소설을 읽다 보면 글 체에서는 기쁨과 즐거움이 잔뜩 묻어 있어 웃음이 나오는데, 글의 전체적 내용은 슬퍼서 웃으며 슬퍼하는 이른바 웃픈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 책도 나도 모르게 그러한 느낌이 들게 하는 책이다. 어떨 땐 통쾌하고, 어떤 때는 웃기고, 하지만 읽다 보면 슬프고 애절한 내용의 책이다. 전작 고래보다는 스케일이 작은듯하지만 한 사람의 일생을 다루고, 70,80년 대 아주 변화무쌍한 시대를 다루었으니 어찌보면 거대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는 아주 쉬웠다. 그리고 나 또한 이소령을 기억하고, 그의 영화를 보면 자랐기에 이소령을 연상하며 볼 수 있어 더욱 쉬었는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천명관은 저자 후기에서 소설은 실패담을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천명관의 소설에서 실패담보다는 성공담을 보고 싶다. 점수는 8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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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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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이 책을 읽기 위해 손에 들었었다. 아마도 1/3 정도는 읽었던 것 같다. 김훈 작가의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고, 그의 책 '칼의 노래'가 나에게 아주 많은 감명을 주었기에 김훈의 신간을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당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우선 글에 쓰여진 단어 하나하나가 너무 생소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나오는 잔인함을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버거웠다. 


하지만 요즘, 조금은 가벼운 여러 책을 읽으면서 나름 진중한 책을 읽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잡았다. 분명 내용 속에 나오는 대목의 잔인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문장에 쓰여진 단어나 문체는 예전과 다른 느낌이었다. 해외여행 중 오랜만에 한국 음식점을 만나 김치찌개를 먹는 느낌같았다. 읽을수록 김훈이라는 작가의 글에 놀랐으며, 비록 허구의 소설이지만 천주교가 처음으로 조선에 들어올 때 박해받던 천주교인들의 모습은 너무 가슴 아프고 잔인해서 어떤 구절은 차마 읽기가 두렵기까지 했다.


이 책은 천주교가 한국에 들어오던 시기에 그를 믿다가 박해받는 사람들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얘기이며, 당시 천주교를 받아들였던 정약전(정약용의 형) 일가의 얘기를 사실과 허구를 섞어서 써 나간 책이다. 내가 몰랐던 그 시기의 많은 얘기가 들어 있으며, 특히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자산어보가 어떻게 쓰이게 되었는지, 그저 보고 지나쳤던 배론 성지, 절두산 이런 곳들이 어떻게 유래하게 되었는지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점수는 9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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