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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폭풍 - 게르만족의 대이동
페터 아렌스 지음, 이재원 옮김 / 들녘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 게르만족이 '원시적이고 문화가 없는 야만인들'이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워져야 할 필요가 있음은 분명하다.] 라고 서문에 적혀있다. 그래서 나도 그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볼까하고 책을 집어들었다.
아마도 독일인들은 고대사에서 로마문화에 포함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컴플렉스를 갖고있는 듯하다. 그래서 혹시 독일민족의 정체성을 주장하기 위한 글인가 했더니, [그동안의 시대는 이데올로기로 가득 찬 게르만주의라는 짐을 벗어던졌다] 고 한다. 작가는 나치 인종주의와의 결합이나 민족주의적 관념으로 이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어디까지나 중립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게르만족의 이동에 대해서 서술하고자 한다
그는 하인리히 뵐의 말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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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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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문화를 간직한 게르만족이란 것이 있었을까? "그들이 정말로 그러했을까? 그들 가운데 많은 수가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다른 사람들이 이주해오지 않았을까? 그래서 몇 가지는 '혼합되고', 당연해 매우 많은 것이 변화되지 않았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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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독일이 순수게르만은 아니라는 것은 그렇다고 해도, 다 읽어도 어쩐지 그 게르만-야만 고정관념은 여전한 듯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로마문화와 접하기 시작한 시대의 그들은 인간을 제물로 바치고, 유목민도 아니면서 새로운 땅으로 이주해와서도 농경을 제대로 하지못하고 전투를 제일로 여기는 문화를 버리기 힘들었던 그들 아닌가. 어쩌면 이것은 몽골의 침략을 받았던 우리의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인 것일까. 어쨌든 작가의 시선은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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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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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절실하게 다가오는 것은 파괴와 정복을 노린 침략군의 모습보다는 땅에 굶주린 사람들의 뿌리 뽑히고 지친 방랑 행렬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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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적어도 로마문화와 게르만 부족을 근대유럽의 공동창시자로 이해하게 되었다는 정도는 이 책을 읽은 성과이다. 그리고 결국은 야만족이라는 구분도 상대적인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타키투스가 게르만족을 묘사한 부분이 인용된 것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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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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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들은 승리를 위해 싸우고 신하들은 군주를 위해 싸운다. 고귀한 신분의 젊은이들은 자신이 속한 부족이 오랜 평화 기간으로 나태해지는 경우에는 자발적으로 전쟁을 치르는 민족들을 찾아나선다. 그런 인간 유형에게는 안정이 불편한데, 위험한 상황이 되어야 유명해지기가 더 쉽기 때문이다. 또한 폭력과 전쟁을 통해서만 대규모의 신하들을 결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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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단지 게르만야만족 이야기가 아니라 현대까지도 이어져오는 인간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게다가 야만족이 아니라고 하는 로마도 평화롭고 높은 문명을 자랑했지만 안으로부터 무너져내리지 않았던가. 야만족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문명을 유지하는데 전혀 쓸데없는 것이었나.
야만족인 게르만족은 로마를 학습하고, 로마에는 없던 그 무언가를 가진 게르만족은 로마의 무너짐에 기여하면서, 그리고 또 그 로마를 학습하면서 서로서로 녹아내리며 근대유럽의 모체를 만들기시작했다는 것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