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 나라 학생들을 똑똑하게 만드는가 - 미국을 뒤흔든 세계 교육 강국 탐사 프로젝트
아만다 리플리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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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천에서 용 난다 라는 말이 이제 거의 옛말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간혹 하나씩 나오는 용이 아직 교육의 사회적 역할이 그럭저럭 이루어 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어쩌면 점점 더 개천에서 나온 용을 보는 것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예전에 나왔던 용들이 사회의 요직에서 자신만의 기득권을 놓지 않고 심지어 그러한 기득권을 자신들의 자녀들에게 물려주려고 교육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자연적인 수요 감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어쨌든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입장에서 그래도 교육이 이러한 부와 사회적 지위, 혹은 계급의 재분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2. 우리나라의 입시교육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아래로 내려오는 대학의 서열화된 구조를 시작으로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다양한 입시결과위주의 사교육 현장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사교육 시장은 전세계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이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결과를 중시하는 많은 사람들이 공교육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많은 현직 교사들을 공격하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저는 학교에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선의 많은 고등학교들이 이미 입시위주의 교육을 아주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교사와 대화하고 여러 학교활동에 참여하며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열악하고 과도한 환경이지만 그 안에서 학생들은 지식뿐 아니라 소통도 함께 배우며 자라고 있습니다.

 

3. 이 책은 미국인인 작가가 세계의 다른 나라로 떠난 교환학생들을 추적하며 각 나라의 교육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며 미국교육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쓰여진 책일 것입니다. 피사 성적을 기준으로 학력이 높은 국가의 교환학생들과 인터뷰하며 각 나라의 교육적 특색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역시나 우리나라로 온 교환학생이 묘사하는 한국 교육의 현실은 처참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자유로운 교육과 한국의 쳇바퀴 교육 중 하나를 고르라면 한국의 교육을 선택하겠다고 하며 한국 교육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실패와 좌절을 견디고 노력과 인내의 가치를 배울 수 있는 학생들이 아무래도 대견해 보였나 봅니다. 고난과 역경을 견뎌내고 용기와 희망을 가지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능력은 전세계 어느나라에서나 통용되는 가치이게 때문이겠죠. 물론 그러한 힘든 짐을 어린 청소년들에게 지워야 하느냐에 대한 논의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4.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다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떤 연구에서 학원강사와 학교교사를 비교하여 설문조사 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교과 과목에 대한 실력은 학교 교사보다 학원 강사가 더 뛰어나다고 응답했지만 학교 교사는 학원 강사에게 느껴지지 않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고 응답했다고 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의 입시는 과거의 입시보다 덜 힘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느끼는 부담감도 예전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저는 그래도 학교가, 그리고 교사가, 학생들과 대화하며 부등켜 안고 함께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습니다. 입시의 실패가 인생의 실패가 아니라는 말을 하며 학생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놓지 않도록 독려할 수 있는 사람이 아마도 교사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p.303
그러나 한국의 쳇바퀴와 미국과 다른 여러 나라의 바운스하우스를 고르라면-말할 것도 없이 말도 되지 않는 선택 조건이지만- 망설이면서도 나는 결국 쳇바퀴를 선택할 것 같다. 맞다. 가차없고 과도하긴 하지만 동시에 더 정직하다는 느낌이 든다. 쳇바퀴 나라에 사는 아이들은 복잡한 생각과 육탄전을 벌이고, 자신들이 편안하게 느끼는 범위 너머로 사고를 확장할 줄 안다. 그들은 또 인내와 끈기의 미덕도 이해한다. 실패의 맛이 어떤 것인지 알고, 더 열심히 노력해서 끝내 더 나은 결과를 이뤄 낸다. 현대사회에서 삶을 영위할 준비가 돼 있는 아이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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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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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글쓰기가 직업적으로 많이 필요한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야 할 때가 더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생들의 글을 읽다가 '어쩌면 이렇게 글을 못쓸까'하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닌 제가 봐도 그런데 전문적으로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떨까하는 생각에 한숨을 지을때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일관된 주제와 소재로 한 두 단락의 글을 쓴다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설득력있는 사례와 근거를 드는 것도 말처럼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글쓰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일지라도 말입니다.

 

2.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데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의 저자(혹은 강연자)와 같이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사가 화려하지 않아도 글 읽는 사람을 설득할 충분한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어 있다면 글의 구성자체가 탄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책을 읽고 쓰는 리뷰가 논리적이지는 않아도 책의 내용을 곱씹어보고 머리 속에서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 역시 글쓰기를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것입니다. 강연자가 책에서 언급한 조지 오웰의 글쓰는 이유 네가지 중에 저의 동기는 순전히 개인적인 영달과 돋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를 표현하는 '순전한 이기심'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책은 강연자가 대학에서 글쓰기에 관련된 강연 내용을 글로써 정리한 것입니다. 어투는 강연의 어투를 그대로 가져 사용하지만 상당히 내용이 강연같지 않게 짜임새있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강연의 특성상 주제와 어긋나는 소재가 나오기도 하여 흐름이 논리적으로 엇나가기도 하는데, 강연을 하며 내용 전달에 집중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강연을 이렇게 논리적으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흐름과 어긋나는 이야기가 거의 없이 즉, 마치 글쓰는 것과 같이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자가 서두에 밝혔듯 '글쓰기 강연을 통해서 내가 글쓰기보다 말하기를 더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책의 구성은 각 장마다 글쓰기에 관련된 이론적인 부분이 먼저 등장하고 그 후에 국어 문법과 관련된 글쓰기 기술에 관한 부분, 마지막으로 실제 본인의 글에서 다시 작성했으면 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그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사실 국어 전공이 아니라 전문적인 국어문법과 관련한 글쓰기 기술 부분은 극히 일부만 이해하였지만, 전반적으로 글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최대한 깔끔하고 담백하게 논리에 맞게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강의 대상인 학생들의 글 2편을 싣고 있는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준과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글이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글로 옮긴 것 치고는 생각보다 책장이 쉽고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p.168
게다가 이런 동의중복 표현이 나타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없는게 아닙니다. 말을 하는 대중 입장에서는 한자어의 뜻이 어렵거나 모호할 경우에 그 뜻을 또렷이 하기 위해 같은 뜻의 고유어를 붙일 필요를 느꼈을 수 있습니다. 또 같은 뜻의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이런 동의첨어들, 또는 잉여적 표현들은 잘못된 단어나 표현이 아니라 한국어의 독특한 어휘구성이나 표현법에 속한다고 봐야 합니다.

p.246
그래서 저는 SNS언어가 한국어를 파괴하기는 커녕 외려 한국어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종의 파롤 역할을 하면서 한국어의 진화에 기여합니다. 지리적 방언들이 한국어를 풍성하게 만들듯이 사회방언, 특히 SNS 언어들도 한국어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더 중요한 점은, 지금은 SNS에서만 쓰는 말들 가운데 상당수는 언젠가 분명히 표준어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많은 사람이 걸으면 길이 되고, 많은 사람이 말하면 표준어가 됩니다.

p.251
그러나까 한글 창제의 동기는 애민정신이라기보다, ...... 그렇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백성세계의 의식이 성장해 천한 것들이 대들려고 하니까 이거 중심 좀 잡아야겠네, 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당시 사람들의 한자음이 중국인들과 너무 달라져 있으니까, 완전히 똑같게는 못할지라도 중국어 발음과 좀 가깝게 가르쳐보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p.306
글을 쓰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 윤기가 없어 보입니다. 활기도 없어 보이고요. 그럴 때 유의어사전을 들춰보시면 됩니다. 또 대립되는 개념을 사용하려는데 단어가 안 떠오르면 반의어사전을 이용하세요. 개념을 알고 있는 어떤 낱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는 연관어사전이 필요합니다. 사전을 옆에 두고 들춰보는 건 글쓰기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p.355
그러니까 선의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막스 베버 같은 사람은 책임윤리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심정윤리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어떤 선의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선의의 결과로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거기까지 책임질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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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입시를 넘다 - 사교육 구렁텅이에서 어떻게 빠져나올까?
홍세화 외 지음,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기획 / 우리교육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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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입의 최전선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항상 대입은 저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줍니다. 근본적으로 대학이란 무엇일까, 공부란 무엇일까, 창의성은 어떻게 나올까,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 정말 창의성과 관련이 하나도 없을까 등 에서부터 가깝게는 대학에 꼭 진학해야하는 것일까, 대학입시가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교육이 계급의 사다리로써의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 등에 이르기까지 입시는 저에게 다양한 스펙트럼의 문제의식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저에게 있어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어떻게하는 것이 학생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진 않지만 나름의 성찰의 시간을 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2. 제가 이 책을 읽기 전에 기대했던 부분은 지금껏 비인간적인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대안이나 혹은 최소한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 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도교사의 철학적 태도 등이었지만, 사실 저에게 있어서는 기대이하이긴 합니다. 기존의 제도를 비판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대안없이 너무 이상적인 면에 치중하지 않았나 하는 면도 없잖아 있으며, 그 대안을 제도적인 측면에서 찾기보다는 교사의 참여와 운동에서 찾으려는 것도 사실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또한 변화하지 않는 현 체제의 서열화된 대학입시제도 하에서 교사가 미래를 내다보며 가르치는 것과 선진국의 학교교육이 어떤지를 아는 것이 어떤 현실적인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3. 또한 이 책은 강연을 글로써 풀어 놓은 것입니다. 강연의 특성상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나가기 어렵기 때문에 그것을 글로 풀어 놓은 것 역시 하나의 일관된 주제를 찾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잡다한 이야기를 뒤섞어 놓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글도 구어체로 풀어 놓아 더욱 그러한 느낌입니다. 물론 하나의 일관된 주제로 마무리를 짓기는 하지만 중간중간에 잡다한 이야기로 삼천포에 빠지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차라리 강연의 내용을 강연자가 글로써 다시 풀어 놓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 이 책의 강연자들은 다시 교사의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고, 학생의 진로를 대학 서열이 아닌 진정한 학생들의 꿈과 적성을 찾는 활동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다소 보수적이고 윤리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 대목도 있으나,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는 너무 이상적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대학서열화라는 현실을 배재한 채 자신의 진정한 진로를 찾아보라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그 누구에게도 먹히기 어려운 말일 것입니다. 또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늘 괴리감을 느끼고 살고 있는 교사들에게 책임감과 사명감에 대한 이야기 역시 가깝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5. 물론 이 책에서 참고가 될 만한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현직에 있는 교사로써 다양한 방면에서 교육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아이들에게 현실과 관계없이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할 윤리에 대해서도 가르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강연에서 느껴지는 구어체 표현들과 너무나 추상적이고 이상적인 대안에 큰 기대를 하고 책을 선택했던 저에게는 조금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책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p.177
운전기사를 꿈꾸는 한국 아이들은 별로 없다. 대신 비행기 조종사를 꿈꾼다. 우리나라 항공기 조종사는 5천 명 남짓이고, 택시, 버스, 승합차, 트럭 등의 운전기사는 약 130만명이다. 희망과 현실이 너무 다르다. 물론 항공기 조종사가 되고 싶은 꿈을 꾸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그것이 택시 운전보다 더 고상하고 훌륭한 일이라는 인식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p.181
저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접시를 내려놓을 수 있어요. 유리잔을 집어 들 때에도,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요. 이런 질문을 받아요. ‘왜 웨이트리스 따위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러면 저는 이렇게 대답해요. ‘스스로 제 접대를 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

p.248
루소의 말을 인용합니다. ‘나는 교사의 자격에 관해 단 한 가지만 말하려 한다. 그것은 교사는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한국 교육의 제일 큰 문제가 우등생들이 고시 공부하듯이 임용 고사 쳐서 교사가 되는 거라고 봅니다.

p.339
제가 지금 말씀드리는 것을 정리하면, 교사들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은 행정 중심 학교 체제, 입시 경쟁구조 이 두가지 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구조가 교사를 무능하게 만들고, 성장을 멈추게 하고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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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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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책을 읽을 때 손으로 책장을 차르르르 훑어 보며 책을 코에 대고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합니다. 손에 닿는 종이의 부드러운 혹은 거친 질감을 느끼며 독서를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E북도 몇권 읽어 보았지만 E북은 실제 만져지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같지만 다른 듯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름이 느껴집니다. 마치 어린시절 CD나 LP판으로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이 나만이 알고 있는 음악에 대한 소유감을 느끼게 했다면, 현재 우리가 흔히 접하는 MP3음원파일이 그와는 달리 무언가 내가 소유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말이죠. 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2.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오랜시간 동안 집중해서 독서를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읽고 있다가도 자꾸 다른 행동을 하게되고, 앞에 읽었던 내용을 멍하니 잊어버리기도 하고, 가끔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읽기 쉽고 편한 책만 읽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일종의 난독증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3. 이 책의 1장에서 저자는 저와 같은 경험을 서술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배를 만났다는 기쁨에 어찌나 설레던지요. 단숨에 읽어 나가려고 했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일종의 난독증으로 여러번에 걸친 도전 끝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는 기술의 변화이고, 좁은 의미에서는 인터넷입니다. 이것들이 우리의 뇌구조를 변화시켜 난독증을 유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깊이있는 사색과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선형적 독서가 유발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의 깊이있는 사색의 시간을 보내는 보다 진일보된 인간의 성향을 인터넷 혹은 하이퍼텍스트를 활용한 인터넷 글읽기가 다시 원시시대의 생존을 위한 즉각적인 반응과 산만함의 성향을 가지게끔 퇴보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명한 미디어 저술가인 마셜 맥루한의 깊이있는 통찰에서부터 인간의 지속적인 행동 습관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뇌의 가소성 이론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설득력있게 선형적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4. 결국 독서란 책의 냄새와 종이의 촉감을 느끼며 내용을 음미하는 종합적인 활동일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가 읽기 활동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은 명백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선형적인 독서할동보다는 내용의 기억과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것도 많은 증거들을 통해 입증합니다. 일단 제 문제에 대한 궁금증은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는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때로는 신식보다는 구식이 더 좋기도 하다는 교훈을 주었네요.

 

p.10: 맥루한은 모든 새로운 미디어는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습관적인 반응, 즉 그것들이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은 기계에 대해 무지하고 무감각한 태도"라고 적었다. 미디어 콘텐츠는 "정신의 감시견을 따돌리기 위해 도둑이 미끼로 던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p.303: 컬킨의 지적인 멘토였던 마셜 맥루한은 기술이 일단 강화된 후 우리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설명했다. ‘미디어의 이해‘에서 가장 통찰력있는, 눈에 띄는 한 문구에 따르면 맥루한은 "우리의 도구는 이 도구가 그 기능을 증폭시키는 우리 신체의 어떤 부분이라도 결국 마비시키게 된다"고 했다. 우리가 우리의 특정 부분을 인공적으로 확장할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 확장된 부분과 이 부분이 지녔던 원래의 기능에서 분리시켜놓는 셈이다.

p.319: 인터넷이 우리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우리의 살아있는 통로의 경로를 바꾸고 사색능력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바꿔놓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성급한 결론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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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 빚 지지 않을 권리를 말하다
천주희 지음 / 사이행성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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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것이 총체적 난국인 것 같습니다. 신자유주의의 물결 이후 교육의 상품화, 대학의 기업화와 취업학원화, 등록금 인상, 중산층의 붕괴, 가계대출의 증가 등 모든 사회적인 문제가 모두 대학 교육 문제에 집결되어 있는 듯합니다. 막연히 요즘 대학생들이 힘들고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이 책을 통해 알게된 대학생들의 부채와 삶의 무게는 상상 이상임을 느끼게 됩니다. 조금은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리고 아직은 조금 먼 미래의 일이겠지만, 우리 아들과 딸의 미래도 경제적인 측면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 우리나라에서 대학은, 아니 교육은, 신분상승의 가장 강력한 매개체였으며 지금도 어느정도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자신의 사회적 계층 상승을 이루기 위한 가장 공정한 게임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예전부터 대학은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목표로 삼아야하는 대상이 되어버렸고, 좀 더 나은 시작점을 차지하기 위해 학벌에 집착하는 현상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학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고3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써 한편으로는 이러한 현상에 자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보수적 교육관을 견지하고 있는 사람으로써 제자들이 되도록이면 좋은 출발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스스로 위로하기도 합니다.

 

3.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과연 대학이라는 것이 무엇이며, 반드시 가야만 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글쓴이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의 암울한 부채세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대학의 문제가, 혹은 좀 더 넓게 교육의 문제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해결해야할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일부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몇몇 나라들의 학생들을 대하는 사회적 태도를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교하며 석,박사들을 충분한 경제적 지원없이 알아서 공부하라고 내모는 것은 학자들을 재생산할 수 없는 연구환경을 만들어내므로, 교육을 사회변화를 이끌어내는 사회구성요소라는 건전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충분히 납득이 가기도 하고, 어찌보면 공부하는 사람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4. 결국 공부라는 것이 혹은 대학이라는 것이 건강한 사회의 발전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자명한 논리일 것입니다. 그것이 대학의 존재 목적일테니까요. 그리고 이러한 공부가 개인이 빚을지고 책임져야할 일이 될수록 교육의 사회적 존재의의는 희미해지고 단지 개인의 영달만을 위한 것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학입시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으로써,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으로써, 공부에 대해 깊이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된 책이었던 것 같습니다.

 

학생 부채는 단순히 개인이 가난해서, 집이 가난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나의 가난 또한 내가 빚을 져서 생긴 것도 아니고, 내가 대학원에 진학해서 생긴 것도 아니다. 한국사회는 20-30대들에게 ‘대학밖에는 길이 없다.‘고 강요하고, ‘빚을 내서라도 대학에 가야 한다.‘고 지시하기 때문에 모두가 대학에 가야한다고 믿는다. ‘대학만이 살길‘이라고 가르치는 학교, 부모, 주변 사람들. 대학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라고는 대학밖에 모르는 이 사회가 청년들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채무자로 만들고 있다. 대학을 갔다는 이유만으로 빚을 지게 하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이 강요된 빚에 대한 책임은 개인이 아니라 사회에 물어야 한다. 특히 채권자들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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