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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저는 책을 읽을 때 손으로 책장을 차르르르 훑어 보며 책을 코에 대고 냄새 맡는 것을 좋아합니다. 손에 닿는 종이의 부드러운 혹은 거친 질감을 느끼며 독서를 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E북도 몇권 읽어 보았지만 E북은 실제 만져지지 않고 느껴지지 않는, 같지만 다른 듯 무언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다름이 느껴집니다. 마치 어린시절 CD나 LP판으로 들을 수 있었던 음악이 나만이 알고 있는 음악에 대한 소유감을 느끼게 했다면, 현재 우리가 흔히 접하는 MP3음원파일이 그와는 달리 무언가 내가 소유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처럼 말이죠. 좀 뜬구름 잡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2.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오랜시간 동안 집중해서 독서를 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책을 읽고 있다가도 자꾸 다른 행동을 하게되고, 앞에 읽었던 내용을 멍하니 잊어버리기도 하고, 가끔은 인터넷 검색을 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읽기 쉽고 편한 책만 읽어서 그런가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러한 일종의 난독증은 고쳐질 기미가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3. 이 책의 1장에서 저자는 저와 같은 경험을 서술합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배를 만났다는 기쁨에 어찌나 설레던지요. 단숨에 읽어 나가려고 했지만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일종의 난독증으로 여러번에 걸친 도전 끝에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결론은 결국 넓은 의미에서는 기술의 변화이고, 좁은 의미에서는 인터넷입니다. 이것들이 우리의 뇌구조를 변화시켜 난독증을 유발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깊이있는 사색과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선형적 독서가 유발한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에서의 깊이있는 사색의 시간을 보내는 보다 진일보된 인간의 성향을 인터넷 혹은 하이퍼텍스트를 활용한 인터넷 글읽기가 다시 원시시대의 생존을 위한 즉각적인 반응과 산만함의 성향을 가지게끔 퇴보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저자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저명한 미디어 저술가인 마셜 맥루한의 깊이있는 통찰에서부터 인간의 지속적인 행동 습관이 뇌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뇌의 가소성 이론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과학적 증거들을 통해 설득력있게 선형적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4. 결국 독서란 책의 냄새와 종이의 촉감을 느끼며 내용을 음미하는 종합적인 활동일 것입니다. 물론 인터넷과 하이퍼텍스트가 읽기 활동에 있어서 효율성을 높여주는 것은 명백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선형적인 독서할동보다는 내용의 기억과 이해도가 현저히 낮은 것도 많은 증거들을 통해 입증합니다. 일단 제 문제에 대한 궁금증은 이 책을 통해 어느정도는 해결이 된 것 같습니다. 또한 때로는 신식보다는 구식이 더 좋기도 하다는 교훈을 주었네요.
p.10: 맥루한은 모든 새로운 미디어는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생각했다. 그는 "모든 미디어에 대한 우리의 습관적인 반응, 즉 그것들이 어떻게 사용되느냐가 중요하다는 식의 생각은 기계에 대해 무지하고 무감각한 태도"라고 적었다. 미디어 콘텐츠는 "정신의 감시견을 따돌리기 위해 도둑이 미끼로 던지는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p.303: 컬킨의 지적인 멘토였던 마셜 맥루한은 기술이 일단 강화된 후 우리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설명했다. ‘미디어의 이해‘에서 가장 통찰력있는, 눈에 띄는 한 문구에 따르면 맥루한은 "우리의 도구는 이 도구가 그 기능을 증폭시키는 우리 신체의 어떤 부분이라도 결국 마비시키게 된다"고 했다. 우리가 우리의 특정 부분을 인공적으로 확장할 때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이 확장된 부분과 이 부분이 지녔던 원래의 기능에서 분리시켜놓는 셈이다.
p.319: 인터넷이 우리의 도덕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성급한 결론일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이 우리의 살아있는 통로의 경로를 바꾸고 사색능력을 감소시키고,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감정의 깊이도 바꿔놓는다고 말하는 것은 그리 성급한 결론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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