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석의 문장 한국어 글쓰기 강좌 1
고종석 지음 / 알마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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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저는 글쓰기가 직업적으로 많이 필요한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글을 읽어야 할 때가 더 많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생들의 글을 읽다가 '어쩌면 이렇게 글을 못쓸까'하고 생각한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이 아닌 제가 봐도 그런데 전문적으로 글을 쓰거나 읽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어떨까하는 생각에 한숨을 지을때도 있었습니다. 하나의 일관된 주제와 소재로 한 두 단락의 글을 쓴다는 것이 물론 쉽지는 않은 일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설득력있는 사례와 근거를 드는 것도 말처럼 수월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글쓰는 행위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행위일지라도 말입니다.

 

2.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할 수 있게 해주는데에 가장 큰 목적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책의 저자(혹은 강연자)와 같이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논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사가 화려하지 않아도 글 읽는 사람을 설득할 충분한 논리와 근거가 뒷받침되어 있다면 글의 구성자체가 탄탄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책을 읽고 쓰는 리뷰가 논리적이지는 않아도 책의 내용을 곱씹어보고 머리 속에서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 역시 글쓰기를 해야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될것입니다. 강연자가 책에서 언급한 조지 오웰의 글쓰는 이유 네가지 중에 저의 동기는 순전히 개인적인 영달과 돋보이고 싶어하는 욕구를 표현하는 '순전한 이기심'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책은 강연자가 대학에서 글쓰기에 관련된 강연 내용을 글로써 정리한 것입니다. 어투는 강연의 어투를 그대로 가져 사용하지만 상당히 내용이 강연같지 않게 짜임새있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은 강연의 특성상 주제와 어긋나는 소재가 나오기도 하여 흐름이 논리적으로 엇나가기도 하는데, 강연을 하며 내용 전달에 집중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강연을 이렇게 논리적으로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흐름과 어긋나는 이야기가 거의 없이 즉, 마치 글쓰는 것과 같이 잘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자가 서두에 밝혔듯 '글쓰기 강연을 통해서 내가 글쓰기보다 말하기를 더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 책의 구성은 각 장마다 글쓰기에 관련된 이론적인 부분이 먼저 등장하고 그 후에 국어 문법과 관련된 글쓰기 기술에 관한 부분, 마지막으로 실제 본인의 글에서 다시 작성했으면 하는 부분을 언급하고 그 이유를 들고 있습니다. 사실 국어 전공이 아니라 전문적인 국어문법과 관련한 글쓰기 기술 부분은 극히 일부만 이해하였지만, 전반적으로 글의 군더더기를 없애고 최대한 깔끔하고 담백하게 논리에 맞게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강의 대상인 학생들의 글 2편을 싣고 있는데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준과 깊이를 가늠해 볼 수 있을 정도의 수준 높은 글이어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강연을 글로 옮긴 것 치고는 생각보다 책장이 쉽고 빠르게 넘어가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p.168
게다가 이런 동의중복 표현이 나타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없는게 아닙니다. 말을 하는 대중 입장에서는 한자어의 뜻이 어렵거나 모호할 경우에 그 뜻을 또렷이 하기 위해 같은 뜻의 고유어를 붙일 필요를 느꼈을 수 있습니다. 또 같은 뜻의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을 수도 있고요. 아무튼 이런 동의첨어들, 또는 잉여적 표현들은 잘못된 단어나 표현이 아니라 한국어의 독특한 어휘구성이나 표현법에 속한다고 봐야 합니다.

p.246
그래서 저는 SNS언어가 한국어를 파괴하기는 커녕 외려 한국어를 더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종의 파롤 역할을 하면서 한국어의 진화에 기여합니다. 지리적 방언들이 한국어를 풍성하게 만들듯이 사회방언, 특히 SNS 언어들도 한국어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더 중요한 점은, 지금은 SNS에서만 쓰는 말들 가운데 상당수는 언젠가 분명히 표준어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많은 사람이 걸으면 길이 되고, 많은 사람이 말하면 표준어가 됩니다.

p.251
그러나까 한글 창제의 동기는 애민정신이라기보다, ...... 그렇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백성세계의 의식이 성장해 천한 것들이 대들려고 하니까 이거 중심 좀 잡아야겠네, 하는 것이었고, 두번째는 당시 사람들의 한자음이 중국인들과 너무 달라져 있으니까, 완전히 똑같게는 못할지라도 중국어 발음과 좀 가깝게 가르쳐보자, 하는 것이었습니다.

p.306
글을 쓰면서 똑같은 말을 반복하면 윤기가 없어 보입니다. 활기도 없어 보이고요. 그럴 때 유의어사전을 들춰보시면 됩니다. 또 대립되는 개념을 사용하려는데 단어가 안 떠오르면 반의어사전을 이용하세요. 개념을 알고 있는 어떤 낱말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을 때는 연관어사전이 필요합니다. 사전을 옆에 두고 들춰보는 건 글쓰기에서 굉장히 중요합니다.

p.355
그러니까 선의가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만은 아닙니다. 그래서 막스 베버 같은 사람은 책임윤리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심정윤리도 중요하지만, 자기가 어떤 선의를 갖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선의의 결과로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거기까지 책임질 윤리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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