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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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플루타크 영웅전에서 새어나온 이윤기의 목소리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영웅열전》은 古 이윤기씨의 이름을 걸고 나오는 마지막 책이라고 합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번역가이자 소설가인 작가의 마지막 책이 영웅의 이야기라는 점이 뜻 깊네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번역가이고, 저를 그리스 로마 신화의 길로 인도한(?) 이윤기씨의 마지막 책.

정말 읽는 내내 즐거웠고 한장한장 공들여 쓰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윤기씨가 써왔던 책이 그리스로마의 신화에 대한 내용이어서 신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아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책은 플루타크 영웅전(작가의 설명대로라면 플루타코스 영웅전)을 바탕으로 한 영웅들의 이야기입니다.

플루타크 영웅전은 역사상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책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플루타크 영웅전을 통해서 감명을 받았고, 영웅들의 모습에서 자신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영웅열전1》에는 테세우스, 알렉산더 대왕(알렉산드로스), 뤼쿠르고스, 솔론, 아리스테이데스가 등장합니다.

이 책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기도 한데, 작가는 각 영웅들의 삶을 역사의 앞뒤 맥락과 함께 설명해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웅들이 살았던 시대의 상황을 '지식'으로서 체계화할 수 있었고 다른 신화와 영웅담과 연관시키기 좋았습니다=]

 

 

 

2. 영웅, 신이 되고 싶었던 슈퍼 인간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입니다.

신화에는 수많은 신들이 등장하고 이야기 속에서는 신들의 삶의 모습, 사랑, 질투, 생각이 드러납니다. 

물론 인간이 신화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그들은 신의 자손이라 반신(半神ㅋㅋ)이거나 온갖 시련을 이겨내고 결국은 신이 됩니다.

보통 사람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을 뿐더러,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도 그들에게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못합니다.

그들은 자신이 마음먹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불사의 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한 공포도 없으며,

오랜 세월을 겪으면서 축적된 지식과 그를 통한 지혜, 인생을 보는 통찰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헤라클레스 같은 경우를 생각하시면 될 듯해요.

그리스 최고의 신인 제우스가 헤라클레스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는 태생적으로 보통 사람보다 우월할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시련을 겪어내고 결국은 죽음까지 극복하는 신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웅은 신화 속의 인물들과 다릅니다. 

영웅들은 분명 남보다 우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절대적인 자연의 힘 앞에서 굴복하게 됩니다.

비범했던 인물들은 능력의 한계를 모르고 끊임없이 앞으로만 질주를 하다 어느 순간 자신의 발목을 움켜쥐는 무언가를 느끼게 됩니다.

그들은 장애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가고 싶어하지만, 결국은 끝내 이겨낼 수 없었습니다.

어떤 인물에게는 사랑으로 나타나고, 재물,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이름으로 슬그머니 그들에 앞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벽을을 넘겠다는 꿈과 희망이 담긴, 가장 사람냄새나는  이야기가 영웅의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인간의 벽

 

《이윤기의 그리스로마 영웅열전1》에서 특히나 테세우스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테세우스 이야기는 신화의 인물인 테세우스가 인간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아마도 테세우스는 신의 세계에서부터 분리된 첫 인간이었나봅니다.

미노스 왕과 미노타우르스, 그리고 헤라클레스가 테세우스보다 반 세대정도 앞서있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신화에 속합니다.

하지만 테세우스는 신화에도 등장하지만, 플루타크 영웅전을 통해 인간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옵니다.

그는 왕이 되기 전까지는 한계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이야기는 신화로써 우리에게 신화로써 전해내려옵니다.

하지만 그가 왕이 되고 모든 것을 이루자 그는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왕의 자리도 잃어버리고 길을 떠돌다 죽음을 맞는, 비참한 모습으로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정복왕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는 신이 되고자 했던 한 인간의 모습으로 그려졌습니다.

알렉산드로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제자였다고 합니다.

그가 단지 무지하고 잔혹한 정벌자가 아니라 그 나름의 철학이 바탕이 된 덕이 있는 군주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알렉산드로스조차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꼈나봅니다.

그는 말년에 가서 자신과 디오니소스를 동일시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도 죽음이 두려웠었나봅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죽고, 다시 부활하기를 반복하는 디오니소스가 되고 싶었던 것을 보면 말입니다.

 

테세우스와 알렉산드로스는 인간으로서 가능한 최고의 위치에까지 올라갔었습니다.

민중의 영웅이었고, 슬기로운 군주였고, 세계를 제패한 야심가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유한한 삶에 대해 절망했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신이 되고 싶었지만, 그들은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한된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이런 영웅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언제까지나 영원을 꿈꾸는 순수함을 말입니다.

 

 

+

 

미궁이란 무엇인가?

미혹이다.

미혹을 깨뜨리는 것은 무엇인가?

'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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